'1세대 전설' 눈에 비친 셰프 열풍

'1세대 전설' 눈에 비친 셰프 열풍

2015.09.11. 오후 1:5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유방녕, 1세대 중식 전문 셰프 (경력 45년)

[앵커]
전설적인 중식업계 1세대 셰프라고 불리는 유방녕 셰프를 저희가 초대했습니다. 요즘 셰프 열풍이 불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신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셰프님. 어서 오십시오. 셰프님은 국적은 타이완이시죠?

[인터뷰]
원래는 중국인데요. 그때는 국민당하고 공산당이 싸움을 하는 바람에 우리는 대만쪽으로 왔죠.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 고향은 산둥입니다.

[앵커]
우리나라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셨습니까?

[인터뷰]
저희 할아버지가 오셔서 제가 3대째입니다.

[앵커]
가족들이 다 같이 오셨군요. 제가 듣기에 중화요리의 4대 문파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중에 한 문파를 형성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인터뷰]
한 문파를 대표하는 거죠.

[앵커]
4대문파 어떤 분들인지 저희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호화대반점파 이연복 선생님 계시고요. 신라호텔 팔선파 적림길 선생님 계시고요. 아서원파라는 분이 유방녕 선생님이시고요.

홍보석파, 홍보석이라는 곳이죠. 여경래 선생님 계십니다. 아서원이라는 곳에서 처음 시작하셨나보죠?

[인터뷰]
네. 제가 유년 때는 아서원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죠.

[앵커]
어디 있었던 겁니까?

[인터뷰]
삼풍상가 그쪽에.

[앵커]
서초동이요?

[인터뷰]
아니요. 을지로요.

[앵커]
을지로에 있는 삼풍상가. 거기가 아주 유명했던 곳이 아서원이군요?

[인터뷰]
아서원. 저희 아버지도 거기 출신이고요.

[앵커]
아, 대를 이어서 하신 건군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주로 계셨던 곳은 플라자 호텔의 도원이라는 중식당인데. 저희가 특정 상호입니다마는 이것을 말씀을 드리는 것은 워낙 유명한 곳이고 우리 현대사의 현장이다라고 할 정도로 명사들, 권력자들이 많이 왔다갔다하시는 곳이니까요. 거기에서 좀 유명한 분들 많이 왔다 가셨죠?

[인터뷰]
네, 맞습니다.

[앵커]
기억에 남는 분이.

[인터뷰]
실력발휘는 플라자 호텔의 도원에서 했어요. 유명하신 분은 정계, 법조계에 계시는 분들이 많이 왔다가시고.

[앵커]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습니까?

[인터뷰]
외국 대통령부터 청와대 출장까지. 또 정주영 회장님은 옛날에. 정재계 쪽에 계시분들이 많이 왔다 갔어요.

[앵커]
어느 대통령 때.

[인터뷰]
제일 많이 갈 때는 전두환 대통령 때 많이 갔고. 그 뒤에 노태우 대통령 때도 많이 갔었고. [앵커] 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선생님 요리를 특히 좋아하셨나봐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제가 플라자호텔 도원에서 퇴임할 때까지 또 연희동에도 출장을 갔어요.

[앵커]
연희동까지도 퇴임 후에도 출장을 가셨군요?

[인터뷰]
네.

[앵커]
어떤 요리를 좋아해 시나요?

[인터뷰]
코스로 많이 좋아하셨어요. 샥스핀 등등요.

[앵커]
닉슨 대통령도 와서 요리를 하셔서 칭찬을 받으셨다고요?

[인터뷰]
제가 출장을 갔는데 그것은 요리가 다 끝났는데 직원이, 서브하신 분이 큰일났다, 컴플레인 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책임자로서 저는 가봐야죠. 나머지 사람들 다 도망가고. 가서 보니까 그때는 또 칭찬을 받았어요. 식은땀 났다가 뜨거운땀 났네요, 그때.

[앵커]
닉슨 대통령이 직접 칭찬을 해 주셨군요. 언제 일이죠.

[인터뷰]
꽤 오래됐어요. 20 몇 년 됐죠.

[앵커]
닉슨 대통령이 방한 했을 때면 오래됐군요.

[인터뷰]
대통령 퇴임하고 나서.

[앵커]
정주영 회장께서 단골이라고 들었어요.

[인터뷰]
도원 단골이에요.

[앵커]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기억나는 장면이 있나요?

[인터뷰]
우리는 주방에서 일하니까 정주영 회장님의 얼굴은 직접 못 보고 직원들을 통해서 정주영 회장님이 식사할 때 젓가락 놓으면 안 드세요. 놓기전에 음식을 리듬타서 빨리 빨리 드려야 됩니다.

[앵커]
젓가락이 놓아지지 않게 끊어지지 않게. 시간이 없고 그러시니까 건가보죠?

[인터뷰]
아니요. 원래 성격이 급하셔서 빠릅니다. 후식까지는 리듬타서 빨리 딱 자리에 갖다놔야지 안 그러면 안 드시고 일어나버려요.

[앵커]
리듬이라는 게 그냥 무조건 빨리 갖다주면 되는 게 아니라 완급을 조절하는군요. 어떤 리듬이었습니까, 그 리듬이?

[인터뷰]
회장님이 식사를 하고 계실 때 우리는 여기서 벌써 음식이 다 준비가 돼 있어야 돼요. 담아놓으면 서빙하시는 분이 가져다 드려야 됩니다.

[앵커]
그러면 다 드신 다음에 맛있다, 고맙다라고 치하하거나 그런 적은 없었습니까?

[인터뷰]
그런 것도 있죠. 팁도 많이 받아봤고요.

[앵커]
팁을 후하게 주시든가요?

[인터뷰]
네. 그때는 팁을 잘 주셨더라고요.

[앵커]
정주영 회장님께서요? 얼마 주셨는지 여쭤보면 실례죠?

[인터뷰]
그때는 하여튼 10만원짜리 수표가 많았거든요. 계산을 딱 하고. 그때 누구하고 오셨냐하면 현대 농구선수들하고 식사하고 계산하고 남은 것.

이것은 너희 수고했으니까 너희 먹고 이거는 우리 이거 술 사먹으러 가자. 이렇게 한 적도 있어요.

[앵커]
수표를 다발로 주면서 알아서 쓰라고 그러셨군요.

[인터뷰]
맞습니다. 그것도 꽤 오래 됐네요.

[앵커]
또 기억나는, 이분은 참 손님이지만 내가 기억에 남고 존경할 만한 사람은 없었습니까?

[인터뷰]
구본무 회장님이 그렇게.

[앵커]
매너가 좋으신가요?

[인터뷰]
식사도 간단하게 잘 하시고 또 해외 출장가면 음식을 제가 꼭 포장을 해서 비행기에서부터 데워서 드실 수 있도록.

[앵커]
LG 구본무 회장. 매너가 어떠시길래 그러는 겁니까?

[인터뷰]
식사하고 조용히 가십니다. 맛있다, 맛없다 뭐 이런 이야기를 많이 얘기를 하시잖아요. 주방장님 오늘 잘 먹었어. 느낌은 아주 남자답게 해 주셨어요.

[앵커]
남자가 왜 요리사가 되느냐. 그런 얘기를 선생님 젊으실 때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인터뷰]
저희 아버님도 요리사이니까요.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 아버님이 음식 만드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에 남자가 왜 요리사를 하지라는 저는 그런 생각도 안 해 봤어요.

그러니까 남자는 당연히 요리사해야 또 최고의 요리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앵커]
한 번도 내가 왜 요리를 했을까 후회하시거나 다른 것을 해볼걸이라는 그런 생각은 안 해 보셨어요?

[인터뷰]
그런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보신 적이 없어요.

[앵커]
천직이시군요.

[인터뷰]
천직이라기보다 제가 이것 아니면 해 먹을 게 없겠다, 또 화교 입장에서는 다른 거 할 게 없습니다, 요리사가 최고예요.

[앵커]
요리말고 다른 거 좋아하시는 취미나 일은 없으십니까?

[인터뷰]
다른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고요. 가끔 친구들과 낚시 좀 합니다.

[앵커]
그러면 낚시를 하시면 건져올려서 그 자리에서 요리를 또 하시고요?

[인터뷰]
회 떠서 먹고 뼈는 또 끓여서 먹고 그런 거죠.

[앵커]
요즘에 셰프들이 아주 주가가 굉장히 높지 않습니까? 여기 저기 방송도 많이들 하시고 또 관심도 굉장히 높고요, 사람들이 셰프에 대해서. 또 셰프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도 많고 셰프 열풍이라고 할 정도인데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인터뷰]
저도 거의 45년 정도 요리사를 했거든요. 오늘날까지 온다는 생각도 못해 봤고 오늘날 보니까 요리사가 이렇게 인지도가 좋아졌는지 기분이 좋더라고요.

[앵커]
뿌듯하시죠.

[인터뷰]
옛날에는 요리사를 한다면 숨기고 다녔거든요.

[앵커]
그러셨어요?

[인터뷰]
요리사라면 창피했거든요. 지금은 유니폼을 입고 명동이나 아무 곳에 돌아다녀도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을 하지 옛날에는 저 사람 요리사. 이런 거 아니거든요.

시대와 수준이 달라졌으니까 지금 요리사들은 최고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나 젊었을 때도 저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그런 생각도 하시겠군요.

[인터뷰]
젊었을 때는 시대와 시간이 안 맞는 겁니다. 밸런스가.

[앵커]
안 맞으니까 그런 점은 할 수 없는 거고.

[인터뷰]
지금은 양 많이 주는 것보다도 시각적으로, 미각적으로, 후각적으로 다 맞아야만 이 음식이 맞아요. 옛날에는 짜장면 한 그릇 주면 많이 주면 만족하고 그랬는데 시대가 변한 만큼 수준이 그만큼 올라가는 겁니다.

[앵커]
선생님은 요리사 인생, 셰프 인생 사시면서 어떤 때가 제일 보람이 있었던 순간이었습니까?

[인터뷰]
요리로 출장을 나가서 요리를 해 주면 주방장님 맛있었습니다라고 하면서 말하면 그때는 참 뿌듯해요. 기분이 좋고. 그분이 오면 다시 또 신경써서 맛있게 해 드리려고 항상 그 사람이 기록을 남겨놓습니다.

[앵커]
써놓으시는군요.

[인터뷰]
어느 분은 다른 집과 비교를 해요. 그런 분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여기 우리 가게에 오면 우리 가게 음식이고 문제점이 있으면 문제점만 얘기해야 되는데 그렇게 얘기하면서 비교하는 사람들.

[앵커]
저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중식계 1세대 셰프님 중에 후 셰프님도 계시지 않습니까?

두 분이 라이벌의식이나 이런 거는...

[인터뷰]
그분과 우리는 천지차이죠. 대한민국에서 요리사의 접목까지 올라갔으면 다르죠.

[앵커]
더 선배신가요? 한참 선배신가요?

[인터뷰]
나이로는 선배입니다.

[앵커]
몇 살 선배입니까?

[인터뷰]
5살~6살입니다.

[앵커]
그러면 라이벌의식도 느끼셨겠는데요.

[인터뷰]
그렇지 않아요.

[앵커]
선생님은 요리가 예술이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인터뷰]
옛날에는 예술이고 지금은 플러스 마술입니다.

[앵커]
마술이요? 그것은 무슨 뜻인가요?

[인터뷰]
모든 요리는 재료의 성격을 알아야 합니다. 성격을 알면 만들어내는 요리의 질이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아무것도 아닌데 저의 손을 거쳐서 나오면 요리가 완성이 되고 모양도 있고 맛고 있고 그래서 마술까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앵커]
그러니까 재료를 얼마나 잘 이해를 하느냐. 그것을 얼마나 조화를 잘 시키느냐가 중요한 거네요.

[인터뷰]
그렇죠.

[앵커]
우리가 뭘한다고 할 때도 비유를 해서 뭘 요리한다고 하잖아요. 사람을 요리한다는 그런 말도 쓰고 모든 면에서 그런 원리가 통하는 거군요?

[인터뷰]
그렇죠. 그 재료의 성격과 성질 모두 다 잘 아시면 좋은 요리가 많이 나와요.

[앵커]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만드십니까?

[인터뷰]
저는 여태까지 요리를 만들면서 저의 요리를 100점을 준 적이 없어요.

항상 만들어놓으면 뭐가 부족해. 여기서는 조금 뭐가 더 넣었어야 했는데. 그러면서 항상 그것을 보고 생각을 하고 느끼고.

[앵커]
지금도 100점을 못 주시는 군요?

[인터뷰]
그렇죠.

[앵커]
지금 몇 점 정도 올아왔습니까?

[인터뷰]
중식요리 이야기를 하면 100점이 될 수가 없어요. 제가 만드는 요리가 10명 와서 다 맛있게 드실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경상도 입맛이 있는 사람이 있고 전라도 입맛이 있는 사람이 있고 다 따로 따로이기 때문에 저는 100점을 다 줄 수 없어요. 그 사람들 다 만족시키려면 안 되는 얘기고요.

[앵커]
끝까지 노력을 해야 된다는 거군요.

[인터뷰]
제가 제 요리 점수를 주려면 한 80점, 85점 정도?

[앵커]
참 겸손하십니다. 그래서 저희가 선생님의 요리가 어떤 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두 가지를 해 오실 수 있다고 흔쾌히 수락을 해 주셔서 두 가지를 저희가 오늘 받았는데요. 저희 스태프가 그 요리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오늘 그 요리가...보기만 해도 참 좋네요.

[인터뷰]
저희 가게에서 잘 나가는 요리입니다.

[앵커]
뭔가요, 이름이?

[인터뷰]
이것은 찹쌀탕수육. 이것은 오룡해삼입니다.

[앵커]
오룡이라는 것은 무슨 뜻이죠?

[인터뷰]
중국 말로는 우롱. 용이 감싸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아, 모양을 형성화 한 거군요?

[인터뷰]
이것은 유례가 있어요. 이게 아서원에 있을 때는 이 요리가 많이 팔렸거든요. 원래는 기아 회장님이 좋아하셔서 원래는 기아해삼류라고 불렀어요. 나중에 오룡해산물로 부른 거고.

[앵커]
제가 먹어보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인터뷰]
찹쌀탕수육입니다. 찹쌀탕수육인데, 원래는 탕수육이니까 다 썰어서 만들어주잖아요.

우리는 통채로 만드는 이유는 손님 앞에서 가위로 잘라주면서 사각사각한 소리까지 내서 손님한테 시각적으로, 미각적으로.

[앵커]
시청자 여러분들 죄송합니다. 저 혼자 먹는데 잘라서 먹으려고 했는데 잘 안 잘려서 그냥 먹습니다.

[인터뷰]
약간 식었습니다. 너무 크게 들어왔는데요, 화면이. 제가 감히 평가할 위치나 입장은 아니고요. 그냥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정말 맛있습니다. 이것도 한번.

[인터뷰]
원래 이것도 한번 잘라야 되는데.

[앵커]
이것은 자르지 않아서 제가.

[인터뷰]
돈가스 같이 생겨서 손님 앞에서 자르면 소리가 나요.

[앵커]
이렇게 그냥 먹어보겠습니다. 진짜 돈가스 같은 맛도 나고요 저희가 알고 있는 탕수육과는 다르네요. 그런데 굉장히 맛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1세대 원조 셰프님의 맛을 평가하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맛있고요. 오늘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하고 들으면서도 많은 걸 배우고 느꼈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앵커]
앞으로도 계속 말씀을 하신 대로 더 노력해 주시기를, 정진해 주시기를.

[인터뷰]
더 멋있는 셰프로 거듭 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