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트라우마...치유 방법은? [최상철, 을지의대 외래교수]

세월호 트라우마...치유 방법은? [최상철, 을지의대 외래교수]

2014.05.01. 오전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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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침몰 수습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분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앵커]

세월호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을지의대 최상철 교수와 함께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단원고 학생들 지금 상담하고 계시죠?

학생들 어떻습니까, 지금요.

[인터뷰]

단원고 학생들은 처음에 너무 당황하고 놀라고 혼란스러운 상태였는데 점차 그래도 학교에 나오면서 아이들끼리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누구나 힘들고 어떻게 극복하면 좋은지 서로 공유하면서 서로 위로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많이 회복중입니다.

[앵커]

상담치료라는 게 익숙하지 않은 치료법이기 때문에 사실 잘 모르고 계신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인터뷰]

상담이라는 것은 마음이 힘든 부분이 있을 때,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을 때 그것을 말로할 수 있다.

그 자체가 일단 시작입니다.

말할 수 없는 상처를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리고 또 그 상처를뭔가 아물 수 있도록 회복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는 게 회복인데요.

원래의 상처회복능력을 저희들이 도와주는 거죠.

[앵커]

몇 분이나 지금 단원고에 가 계신 거예요, 상담 선생님들이?

[인터뷰]

소아청소년정신과 선생님들은 한 200여 분, 250여 분 정도가 자원하셔서 자원봉사를 하루에 2, 30분 이상씩은 나가서 돌아가면서 하고 있고 그 외에도 위센터 선생님이라든지 상담사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모두 자원봉사를 하고 계십니다.

[앵커]

생존 학생들이 퇴원하지 않았습니까?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상담해 보니까 어떻던가요, 지금 상태가?

[인터뷰]

생존 학생들은 가장 큰 상처를 겪은 상태라 염려를 많이 받았는데요.


힘든 상태에 비하면 우리가 충분히 안전한 배려를 충분히 못해 준 것 같습니다.

아이들로서는 불안한 상태를 위로해 주거나 편안한 느낌을 주지 못한 게 아쉬웠던 것 같고요.

그 아이들이 다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데 그 아이들 자체로서는 두려움, 죄책감 그리고 이제는 기운이 좀 난 아이들은 놀고 싶다, 떠들고 싶다, 이런 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내가 이러면 내가 정상이 아닐것이다, 이래도 되는 것이냐 죄책감을 호소하고 기분변동을 계속 호소하고 있어서 상당히 유의해서 관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럴 때는 어떤 말씀을 해 주십니까, 학생들한테.

[인터뷰]

아이들에게는 사실 기분이 아무리 힘든 상태여도 슬프다, 외롭다는 상태가 되었다하더라도 그다음에 기쁘거나 자연스러운 기분 감정은 나타날 수 있는 겁니다.

이유없는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웃어도 된다, 기분 좋아도 된다, 밥 먹어도 된다, 잠자도 된다, 이렇게 안심시켜주고 나도 힘들지만 나도 견디고 있다는 모델을 보여주고, 어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

괜찮다 말의 힘이 굉장하군요.

걱정되는 부분은 지금 뉴스를 통해서 계속 반복되고 있고요.

이후에 어느 정도 사건이 잊혀져 갈 때쯤 이 아이들을 더 상처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잊혀진다라는 것도 상처고,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뉴스를 통해서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도 상처고 어떤 식으로 이들을 다뤄야 되는 겁니까, 치유해야 합니까?

[인터뷰]

이 부분들이 상당히 제일 어려운 부분입니다.

당사자 피해 유가족 입장에서는 아직 실종된 상태의 가족들이 많고 확인도 안 되었는데 모든 아이들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 상당히 서운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 학생들 중에서도 가까운 지인을 잃은 아이들은 아직 슬픔이 가시지 않았는데 갑자기 수업하라고 한다면 상당히 힘들 것 같고요.

그런데 어려운 부탁인 줄 알지만 부탁을 드리고 싶은 부분은 이 아이들이 피해자 다음으로 가장 힘들고 고통을 겪었던 아이들이거든요.

이 아이들이 분명히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어서 꼭 잊지 않고 이 일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도움을 주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인물이 돼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어제 생존한 단원고 학생 중에서 70명이 병원에서 퇴원을 해서 합동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친구들을 찾았는데 오열을 참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지금은 어떤 상태입니까?

합동분향소를 다녀와서 친구들의 심리 상태에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합동분향소 다녀온 다음은 못 만났는데요.

그 상태에서는 아이들이 굉장히 걱정하고 두려워 했습니다.

밖에 나왔을 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할까, 그리고 불안한 느낌들, 죄책감이 혼란스럽게 있었고 그런 상태였는데 지금 어찌되었건 병원을 퇴원해서 학교로는 가지를 못 했지만 안전하게 준비할 수 있는 곳을 준비중입니다.

거기에서 일상적인 준비를 생활을 도와줄 수 있도록 지금 프로그램을 준비중입니다.

[앵커]

조금 전에 저희가 인터뷰 전에 잠깐 여쭤봤을 때 어른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이제 지금 소아청소년정신외과가 있다는 것은 고등학생들이지만 분명히 청소년이라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이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 어른들, 선생님도 있고요.

부모님도 있고, 주변 친지도 있을 것이고요.

넓게 말하면 우리 모두가, 어른들이 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줘야 하는 겁니까?

[인터뷰]

그 점이 제일 어렵습니다.

부모님이건 어른들이건 솔직해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가 저 개인적으로도 자원봉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너무 미안했거든요, 아이들한테.

그리고 지켜 주지 못 했다, 내가 해 준 게 없다, 나도 마음아프다, 어른들 입장에서 괜히 괜찮은 척, 별거 아닌 척, 그런 거 빨리 잊어버려 그런 말보다는 아이가 힘들어하는 순간에 힘든 마음을 알아주고 부모님이 힘든 모습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좀 조심스러운 질문인데요.

사실 단원고 학생이나 학부모, 선생님 모두다 힘든 시간일 겁니다.

그런데 아직 실종된 아이들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도 있는데 일찍 학교가 정상화되는 것에 대해서 조금 조심스러워 하는 의견도 있는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맞습니다.

그 부분이 잊혀지는 것에 대한 걱정, 그리고 두려움이 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죄송한 말씀이지만 어려운 부탁이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은 우리 아이들이 빨리 회복되고 정상화돼야 이 일을 오래오래 기억하고이 일을 수습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선생님들도 걱정입니다.

지금 여러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갑자기 울컥하셔서 교단에서 갑자기 울컥하셔서 뛰어나가서 울고 오시기도 하고요.

어떻습니까.

단원고 선생님들도 만나보셨습니까, 어떻습니까?

[인터뷰]

선생님들이 학교를 지키고 다시 원래 정상화시키는 데 제일 중요한 분들이죠.

그런데 맨 처음 만나뵀을 때의 느낌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셨어요.

그분들도 마음의 수습이 준비가 안 됐는데 학교, 학생들 만나는 것을 도저히 교단에 설 수 없다, 그런 느낌이셨거든요.

그런데 이번 같이 첫 수업 시간부터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이나 센터선생님이 같이 교실에 들어가주셨습니다.

그래서 같이 견뎌주시고 어떤 분들은 아주 잘하시고 어떤 분들은 도와주시고 같이 해서 그분들이 용기를 얻었고 또 아이들은 선생님이 걱정하는 모습에 금방 위로를 받고 서로 지지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있습니다.

[앵커]

일부 선생님 중에는 사고 초기에 아이들의 신원을 확인을 하기 위해서 진도현장에 가셔서 직접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상처를 가지신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 선생님들은 어떻습니까?

[인터뷰]

학교 개학하기 전에 그 선생님들이 몇 분 계셨는데 굉장히 힘든 상태였죠.

그때 사실 당사자이고 피해자인데 배려나 어떤 도움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힘든 기억, 가장 보고싶지 않은 것을 확인해야 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몇 분 서너 분 하다가 도저히 못하겠다고 올라오신 분들은 또 내가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이고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태였습니다.

이런 분들이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너무나 당연한거다, 누구라도 못했겠다, 어느 부모님, 어느 가족이라고 못할 것이라는 위로를 듣고 기운을 내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앵커]

초기에는 상담 받는 것조차 미안해서 상담을 꺼리는 선생님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어떻습니까?

[인터뷰]

맞습니다.

내가 이런 걸 할 때냐, 내가 지금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내가 지금 앉아서 쉴 때가 아니다 그런 마음이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점차 저희들을 믿고 또 상담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서로 믿어야 되는건데, 조금 지나면서 안정감을 믿고 차츰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앵커]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생존자들이 머무는 곳 사진을 두 가지 비교해서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 공개된 공간에서 힘들게 보내고 계신데요.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인터뷰]

그게 문제입니다.

재난정신의학에서 강조하는 4가지가 있더라고요.

뭐냐하면 일단 배려받는 것, 안전한 거, 편안한 거, 이런 기본적으로 존중받는 곳이 있어야 되고 정보를 잘 줘야 되고 그리고 서로 필요한 것들을 바로 바로 연결해 주고 그리고 희망을 드려야 되고 그렇게 돼야 하는 건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런 자원봉사에 대한 여러 가지들을 하고 있지만 시스템적으로는 훨씬 안전한 정말 우리 국격에 맞는 안전한 시스템은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정말 저희들도 참담하고 죄송스럽습니다.

[앵커]

저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이들의 마음을 관리하고 조금씩 잊혀져 갈 때 쯤에 더욱 더 우리들이 이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앵커]

그리고 현장에서 아이들, 선생님, 학부모들이 상처를 이겨내고 잘 일어설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을지의대 최상철 교수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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