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주거이전비 지급 기준은 '사업시행인가 고시일'"

"재개발 주거이전비 지급 기준은 '사업시행인가 고시일'"

2008.10.16. 오전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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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그동안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곳에서는 이주비 지급을 둘러싸고 세입자와 재개발 조합 사이의 분쟁이 잦았는데요.

이주비 지급 여부는 재개발 예정을 알리는 '주민 공람 공고'가 아니라 '시행인가 고시일'를 기준으로 얼마나 살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도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05년 10월 서울 흑석동으로 이사온 세입자 박 모 씨는 흑석동이 재개발 사업지역으로 지정돼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재개발사업조합 측은 박 씨가 재개발사업 주민공람이 있은 2005년 6월 이후 이사를 왔기 때문에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전비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처럼 주택 재개발 지역에서 세입자들과 사업조합 측이 주거이전비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것은 이주비 지급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공익사업법 시행규칙에서는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가 있은 당시 해당 지역에서 석 달 이상 거주한 자'라는 규정이 있는데 어떤 고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는 적시돼 있지 않습니다.

세입자들은 사업이 확정단계인 시행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조합 측은 재개발 예정 사실이 알려지는 '공람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왔습니다.

법원은 박 씨가 낸 소송에서 조합 측은 주거이전비와 이사비 등 9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주거이전비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돈"이라며 "공람공고일을 기준으로 지급할 경우, 공익사업 때문에 집을 잃게 된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람은 단지 예정에 불과하고 통상 세입 계약 기간이 2년임을 고려하면 공람 뒤 입주한 세입자가 반드시 주거이전비를 노린 가장 세입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김정욱, 서울행정법원 공보판사]
"주택 재개발 구역 지정고시 이후에 전입한 세입자라 하더라도 일정 요건만 갖추면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것이 세입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이전비를 노리고 거주를 가장한 허위 세입자는 적정한 심사로 걸러야지 기준일을 앞당겨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세입자들의 권리를 폭 넓게 인정한 것으로, 향후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YTN 김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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