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 "삼성 들어간게 실수"

김용철 변호사, "삼성 들어간게 실수"

2007.11.05. 오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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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김용철, 변호사]

"죄송할뿐입니다.

저는 가난하고 배우지못한 부모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선천적심장병으로 공놀이를 하거나 달리기를 해본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심전도 검사을 받은적이 없어서 3년 1개월 군복무도 마쳤습니다.

검사시절 음주운전에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제 친동생, 만취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한 처남을 구속해서 저는 친가와는 물론 처가 형제들까지 의절하고 지냈습니다.

저는 그것이 검사의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천, 부산, 서울지검 특수부를 거치면서 수사 잘하는 검사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검사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정축재 재산을 찾다 쌍용 김세곤 회장 집에 보관하고 있는 비자금을 찾아드렸더니 청와대는 수사중단을 지시했습니다.

제가 의지를 꺽지 않고 결국은 검찰을 떠났습니다.

저는 변호사 업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사건수임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으로 갔습니다.

망하지 않고 월급은 제때 꼬박꼬박 나올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였습니다.

사실 아들 대학등록금은 빚안내고 보냈으면하는 가난한 검사의 바람때문이였습니다.

그런데, 삼성에 들어간게 제 인생에 큰 실수였습니다.

삼성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사치를 했습니다.

대신 삼성은 저에게 범죄를 지시했습니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 회유하는 불법 로비는 모든 임원의 기본 책무 입니다.

저는 검찰을 비롯해 법조계 임무를 관리하였습니다.

구조반안에서 검찰간부 수십명을 관리하고 나머지는 60여개 관리사가 나누어서 계열사가 나누어 관리합니다.

설, 추석, 여름휴가 일년에 3회 500에서 수천만원까지 정기적 뇌물을 돌립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억원을 전달하라고 지시하기도 합니다.

범죄 공범이라는 죄의식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현직 최고위 검사들 가운데도 삼섬의 불법뇌물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이 여러명 있습니다.

밝혀야할 공적인 기회가 오기를 희망합니다.

숨깁없이 고백하겠습니다.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이였습니다.

이해관계가 맞물린 재경부, 국세청은 규모가 훨씬더 큽니다.

돈의 출처는 각 사에서 조상한 비자금입니다.

심지어는 대형부실를 안고있는 만성적자회사에서도 수십억원씩 비자금을 만들었습니다.

조성된 비자금은 임직원명의의 차명으로 운영됩니다.

삼성 출신 인사들이 재산이 많은것은 대부분 이런이유 입니다.

월급쟁이가 수백억, 수천억의 재산은 가질수 없습니다.

삼성의 사장단, 고위임원, 구조법 임원, 제무, 인사들 핵심보직 임원및 간부사원 상당수가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차명 비자금 계좌를 가진 임원들 명단도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명백히 금융실명제 위반 사문서유위조 조세포탈 등 범죄입니다.

하지만 삼성 내에서는 차명계좌 존재 자체가 승진의 징표이고 조직이 자신을 믿는다는 일종의 훈장이였습니다.

그래서 비자금 계좌가 만들어지는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수도 있습니다.

공적기관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를 갖기를 희망합니다.

에버랜드 편법중외 사건중에서 모든 증거와 진술을 조작했습니다.

돈과 힘으로 신성한 법조를 오염시켰습니다.

저도 그일에 관여하였습니다.

명백한 범죄입니다.

법무팀장을 맡은 제가 중심이 되어 저질렀습니다.

공범으로써 제가 처벌을 받아야될 순간이 되었습니다.

삼성은 모든 간부가 삼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회장을 위해 살아야만 했습니다.

저는 괴로웠습니다.

삼성을 위해 검찰이 움직이고, 국정원이 움직이고, 청와대가 움직이고, 모든 언론기관이 움직이며 실시간 정보 보고를 했습니다.

심지어 삼성에 가장 비판적인 시민 단체마저 회의가 끝나자 마자 회의록이 삼성에 보내졌습니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에 등지고서는 이 사회에 황량한 뒷골목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을것이라는 주변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제가 일간지 칼럼을 쓰면서도 삼성이야기는 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삼성기사가 나올때마다 저를 의심하고 압박하고 미행했습니다.

사실 저에대한 감시는 퇴사 전부터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더니 삼성측 인사가 나서서 제가 일보고 있는 법무법인에서 내쫒고 사회에서 고립시켰습니다.

심지어 삼성은 인생말년을 아내와 손잡고 산책하며 살겠다는 소박한 꿈도 앗아갔니다.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에 호소합니다.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외면했습니다.

더이상 갈곳이 없었습니다.

낭떠러지앞에선 절망속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께서 저의 뜻을 받아주신것에 대해 감사할따름입니다.

결국 여기서 이런 길을 택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고, 괴로워했습니다.

조직, 동료를 배신한 사람이라고 욕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재벌이 사법체계를, 국가기관을, 이 사회를 더이상 오염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죄를 고개숙여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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