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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12월 15일 (수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태상호 군사전문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우리나라 수출산업, 무기분야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이은 수출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이번에는 국산 K9 자주포입니다. 호주와 1조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다는데요. K9 자주포, 어떤 무기인지 알아보고 세계 시장 속 우리 무기 수준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태상호 군사전문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태상호 기자(이하 태상호): 안녕하세요.
◇ 최형진: 전쟁을 경험한 병사에게 전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뭐냐고 물었을 때, “십중팔구 포격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접했는데요. 일단 K9 자주포가 어디에 쓰는 무기입니까?
◆ 태상호: 말 그대로 자력으로 이동하는 포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별도의 운송수단 없이 자력으로 이동해서 포 사격이 가능한 무기체계를 자주포라고 하죠.
◇ 최형진: 기자님, 사진으로 보면 탱크와 굉장히 비슷해요.
◆ 태상호: 맞아요.
◇ 최형진: 이게 어떻게 다릅니까?
◆ 태상호: 그래서 군인 분들도 가끔 그쪽 병과가 아니면 전차와 자주포를 구별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 최형진: 저도 구분 못해요.
◆ 태상호: 당연한 겁니다. 특별히 모르셔서 혹은 지식이 부족한 게 아니고 당연히 군인 분들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고. 심지어 6.25 때도 군인 분들이 전차와 자주포를 구별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외형상으로는 헷갈리기 쉽지만, 임무로 나누면 확연히 달라지는 게 전차와 자주포입니다. 전차, 탱크는 보병을 지원하지만 원거리라 아닌 근거리에서 주로 지원을 하고, 주로 적 전차와의 전차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공격력과 방어력이 균형을 잘 이뤄야 합니다. 그리고 주포의 사정거리가 아주 길 필요가 없고요. 적의 전차와 비교적 근거리에서 교전을 하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적 전차를 완벽하게 파괴하면서도 우리 승무원들에게는 생존성을 최고로 보장해야 되는 무기체계라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포가 360도로 돌아가면서 교전이 가능하고, 조금 작지만 단단한 외형을 생각하시면 되고요. 그리고 자주포는 포병의 지상 작전에 화력을 제공하지만 원적을 타격하는 무기입니다. 그래서 포의 사정거리가 길고 정확해야 되기 때문에 포가 전차보다 구경장이 살짝 긴, 그러니까 포신이 좀 긴 형태가 많다고 보시면 되고요. 적과 직접 교전이 벌어질 확률이 조금 낮은 만큼 방어력은 전차에 비해서 조금 희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최형진: 군대 용어가 낯선 분들을 위해서 정리를 해드리자면, 탱크 같은 경우는 조금 가까운 거리에서 교전할 때 싸우는 거라고 보면 되고, 자주포 같은 경우는 조금 먼 거리에서 무엇인가를 타격할 때 쓰면 된다. 그런데 둘다 대포 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 태상호: 그렇죠. 둘 다 포를 쏘고 다양한 포탄을 쏘지만, 임무 특성이 조금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 최형진: 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고요. 결국 육군의 전력을 얘기할 때 대포 쏘는 포병전력이 되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 태상호: 그렇죠. 포병이 아주 중요하고 특히 대한민국은 특성상 주변 국가들의 포병전력이 너무 세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도 국내 포병전력을 키울 수밖에 없었죠.
◇ 최형진: 예전에는 우리나라가 북한에 비해서 포병전력이 열악하다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지금은 완벽하게 역전됐습니까?
◆ 태상호: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병전력은 지금은 역전이 됐고. 사실은 70~80년도까지는 북한의 포병전력이 월등히 앞섰었죠. 북한군 교리 자체가 사실은 소련군 교리에서 왔는데, 소련군이 아까 말씀하신 ‘포병이 전장의 신이다’ 이런 교리가 있었기 때문에 기형적으로 포병이 굉장히 우수했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국군도 거기에 따라가서 포병전력이 계속해서 키워졌는데, 90년도 이후에 점점 따라잡히고 2000년도 지금 현재에 와서는 포병단일전력으로 따지면 확실히 뒤집었습니다.
◇ 최형진: K10 탄약운반장갑차와 함께 수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게 세트로 함께 움직여야 하는 건가요?
◆ 태상호: 그런 게 좋죠. 왜냐하면 K9 자주포의 최고발사속도는 분당 6~8발을 사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급할 때, 정말 빨리 쏴야한다고 하면 6~8발인데요. 일반적인 전쟁을 할 때는 1분에 3~4발 정도 사격을 하죠. 그러면 이 속도를 생각하면 보통 K9의 휴대탄이 48발인데, 12분이면 소진이 되는 거죠. 그러면 12분 후에는 탄약을 재보급해야 되는데 K10 전용 탄약운반차가 없으면 그 작업을 포병들이 손으로 다 해야 됩니다. 게다가 실전이면 적의 탄도 떨어질 수도 있고 협작 부대가 기습을 할 수도 있는데요. 자주포에서 나와서 그것을 수작업으로 한다는 건 상당한 위험과 시간이 소비가 되는데, 탄약운반차가 있을 경우에는 아주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작업이 이뤄질 수 있죠.
◇ 최형진: 알겠습니다. 지금 이름을 보면 K10, K10 이렇게 알파벳과 숫자가 붙어 있는데요. 이건 무슨 의미예요?
◆ 태상호: ‘K’는 코리아(KOREA)에서 따온 약자고요. 통상적으로 국산무기체계를 뜻합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K1은 한국에서 최초로 만든 국산전차라는 뜻이고요. K2는 두 번째 국산전차라는 뜻이겠죠.
◇ 최형진: 그러면 뒤에 숫자가 순서군요?
◆ 태상호: 그런데 또 아닌 것도 있어요. K9 같은 경우는 1990년대 만든 국산자주포라고 해서 9가 붙은 거고요. K10 같은 경우는 K9을 따라다니는 차라고 해서 K10 탄약운반차가 된 거죠.
◇ 최형진: 이게 그냥 순서로 보면 안 되는군요.
◆ 태상호: 원래는 순서인데, 나름대로 무언가 변형이 있고 그래서 좀. 어떤 건 이야기가 된다, 어떤 건 ‘이거 좀 억지인데?’ 이런 것도 있더라고요.
◇ 최형진: 이름에 억지 같은 느낌도 있는 거군요. (웃음)
◆ 태상호: 네, K200 장갑차 같은 경우에는 200개의 결함을 찾아내서 완벽한 장갑차를 탄생시켰다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이건 작명하시는 분이 굉장히 고민하지 않으셨을까 생각이 듭니다. (웃음)
◇ 최형진: 하하, 이거 이름 누가 짓는 거예요. 국민투표라도 붙여야 되는 거 아니에요?
◆ 태상호: 별칭이나 별명 같은 건 가끔 가다가 국민투표로 하기도 해요. 수리온, 이런 별칭은 가끔 국민투표로 하기도 하는데, 이전에는 굉장히 머리를 짜내시면서 하신 것 같아요.
◇ 최형진: 그러면 K9이 호주에 수출된단 말이죠. 자주포는 앞서 말씀드렸지만 포병이고, 육군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호주에 수출이 돼요? 호주는 사면이 바다인데, 호주가 이걸 왜 수입하는 걸까요?
◆ 태상호: 호주는 상당히 큰 국토를 가지고 있고요. 해외분쟁 지역에도 서방세계의 일원으로 참여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K9은 주로 육군에서 사용을 하지만 한국군을 보면 해병대도 운영을 하고요. 사거리가 40km에 달하기 때문에 효용성이 굉장히 높은 무기체계입니다. 그냥 숫자 40km라고 하면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쉽게 설명 드리면 서울에서 쏘면 수원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라고 보시면 돼요.
◇ 최형진: 사거리가 굉장히 길다.
◆ 태상호: 그렇죠. 그래서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사거리가 긴 무기체계가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거죠.
◇ 최형진: 호주의 경우는 파이브 아이즈에 속한 나라로, 여기에 처음 수출한 게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파이브 아이즈는 뭔가요?
◆ 태상호: 먼저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가 참여하는 기밀공동체라고 보시면 되고요. 1956년 소련을 위주로 한 공산권에 대응하기 위해서 만든 다국가 정보공동체입니다. 즉, 아까 말씀 드렸던 국가에 정보기관이 여러 개 있는데, 자국가의 정보기관들끼리 정보를 모으다 보니 조금 부족해, 그러니까 다른 국가랑 연합해서 정보를, 빅데이터를 만들자 해서 만든 게 파이브 아이즈입니다. 그런데 국가들을 보시면 영연방국가들이 다 있습니다. 미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죠. 그래서 사실 파이브 아이즈보다 호주가 영연방 주요국가 중에 하나인데, 호주에 무기체계를 수출하게 되면 다른 영연방국가인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등에 같은 무기체계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크고. 사실상 영국이 다음 K9 수입국가 후보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굉장히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K9 자주포가 전 세계 자주포 시장 중 48%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그럼 자주포는 우리나라가 제일 잘 만드는 건가요?
◆ 태상호: 여기서 되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먼저 K9 자주포가 세계 최고의 자주포냐? 아닙니다.
◇ 최형진: 아, 출발을 거기서 해야 되는구나.
◆ 태상호: 솔직히 아니에요. 그러면 K9 자주포가 세계에서 가장 싼 자주포냐? 아닙니다. 그런데 K9은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제품이에요. 그리고 소비자의 니즈를 언제나 충족시키는 제품입니다. 게다가 실전 경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누가 사도 아주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믿고 살 수 있는 자주포가 바로 K9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자주포를 만드는 국가가 됐나?’,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요.
◇ 최형진: 궁금하네요.
◆ 태상호: 그건 전쟁 경험 때문이에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북의 위협이 있었고 실제로 전쟁이 벌어졌었고, 전쟁 때 우리가 포병 화력이 부족해서 많은 고생을 했었죠. 그리고 전쟁 이후에 주변 국가들의 재래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말 좋은 자주포가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 절실함으로 만든 무기가 바로 K9이고, 이 절실함이 전 세계에 어필이 된 거라고 봅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이 자주포 만드는 데 삼성 같은 기업들이 협력해서 만드는 거죠?
◆ 태상호: 처음에는 여러 기업들이 협력해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한화에서 전량을 생산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물론 자주포를 만드는 데 한화의 여러 협력사들에서 다른 자재들, 부분들을 만들어서 한화에서 최종 생산을 하겠죠.
◇ 최형진: 애청자께서 질문 보내주셨습니다. “저 군 시절 K2 소총 들고 다녔는데, K2의 K도 코리아인가요?”
◆ 태상호: 맞습니다.
◇ 최형진: 맞아요?
◆ 태상호: 네. 무조건 K는 코리아고요.
◇ 최형진: 나 군대 헛다녔네...
◆ 태상호: 그리고 K1A라고 뒤에 A가 붙는 게 있어요. 처음에는 코리아의 K, 숫자가 붙고, 그 다음에 영어로 A가 붙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건 변형입니다. 새로 개선되거나 변형된, 그래서 K1A1이 되고 K1A2가 되고 이런 식으로 나가는 거죠.
◇ 최형진: 애청자 의견도 보내주셨는데요. “K1 전차 조종면허 소지자입니다. 사회에서 전혀 쓸데가 없지만 추억은 많습니다.” 그러면 K1이면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전차인 거죠?
◆ 태상호: 그렇죠. 그래서 K1이 옛날에는 88전차라는 별명도 있었어요.
◇ 최형진: 오늘 신기한 거 많이 알아 갑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무기수출 소식이 계속 들려오거든요. 이번 호주 수출도 그렇고요. 우리 무기 수준이 그래도 어느 정도 세계의 반열에 들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겁니까?
◆ 태상호: 그렇죠. 이게 사실은 방산수출이라는 게 굉장히 여러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많은 홍보를 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대한민국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입니다. 방산력으로 보면 14~16위를 왔다 갔다 하는데요. 향후 방산력도 10위 안에 들어가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죠. 모든 무기 체계가 세계 톱급은 아니지만, 몇몇 분야는 세계 톱급의 무기체계를 만들고 수출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임에는 확실하죠.
◇ 최형진: 그리고 애청자 질문이 하나 더 들어왔는데요. “조립으로 가서 호주에서 직접 조립을 합니까? 아니면 완제품으로 나갑니까?”
◆ 태상호: 그건 계약상 정확히 어떤 계약을 하는지에 따라 다른데요. 실례로 터키에는 기술만 수출했고요. 폴란드에는 차체만 수출했고, 핀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 등에는 완성된 제품을 수출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계약서가 완벽하게 공개된 게 아니기 때문에 계약서 내면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는 더 알아봐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 최형진: 차체만 나갔다는 건 안에 포 같은 거 말로 차 자체만 나가는 경우도 있군요?
◆ 태상호: 해당 국가가 만약 포에 대한 확실한 기술과 원천 기술이 있다고 하면 자국의 포를 올리고 싶은 경우도 있겠죠.
◇ 최형진: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태상호: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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