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소송 '종전'...중국과의 경쟁은 '개전'

전기차 배터리 소송 '종전'...중국과의 경쟁은 '개전'

2021.04.12. 오후 11:0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LG와 SK가 벌인 배터리 소송이 합의로 막을 내리면서 앞으로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중국 기업들에 맞서 미국 행정부와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매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조용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마주 보고 싸우던 LG와 SK의 화해는 양측에 큰 호재입니다.

LG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옳은 길을 갔다는 명분과 더불어 합의금으로 2조 원을 챙겼습니다.

자칫 미국 공장에 쓴 비용까지 잃을 뻔한 SK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합의 직후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고,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에 맞춰 추가 투자와 협력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소송전을 벌이는 동안 세계 시장에서 두 기업의 입지는 줄었습니다.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1~2월에 중국 국영기업 CATL이 세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BYD는 7%로 성장해 4위에 올랐습니다.

LG는 2위를 지켰지만 지난해 선두와 바짝 좁혔던 차이가 커졌고, SK는 점유율 5%대에서 소폭 하락하며 고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기차 업체 2위인 폭스바겐이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의 주력 모델인 '파우치형'이 아닌 '각형' 배터리를 쓰겠다고 선언했고, 테슬라에 이어 세계 자동차 업체들도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합의를 지렛대 삼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소송 중재를 맡았던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내린 행정명령에 맞물려, 세계 배터리 공급망의 축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안덕근 /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행정명령으로 나온 것이 공급망 위험에 대한 평가와 이것에 대한 대책을 만드는 것인데요, 원만하게 합의함으로써 향후에 우리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K-배터리 산업 발전에 중요한 근간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7백일 넘는 소송전의 마침표를 찍은 두 기업은 미국에 배터리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점유율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YTN 조용성[choys@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