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와이] "1989년 전셋값 급등"...지금과 닮은 꼴?

[팩트와이] "1989년 전셋값 급등"...지금과 닮은 꼴?

2020.08.05. 오전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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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임대차 3법'이 국회 문턱을 모두 넘으면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는데요.

일부 언론에서는 과거 비슷한 법안이 통과됐을 때 전셋값이 급등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그랬는지, 팩트와이에서 따져봤습니다.

한동오 기자입니다.

[기자]
"1989년 '전세 2년법' 땐 가격 30% 급등", "2년 뒤 더 큰 충격".

최근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자, 쏟아진 기사들입니다.

▲ 한 달 만에 30% 급등?

1989년 12월 30일,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법이 시행됐습니다.

이후 전셋값이 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박선호 / 국토교통부 1차관 (지난달 29일) : 임대인들의 우선 인상 시도에 의해서 실제 올랐던 경험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임차인들한테 상당한 고통을 줬고요.]

1990년 전달 대비 전셋값 변동률입니다.

2월에 11.9%까지 치솟았다가 3월 2.3%로 대폭 낮아진 뒤 2% 안팎의 상승, 하락을 반복합니다.

법 시행 전인 89년 전체를 보더라도 2년 동안 월별 상승률 최대치는 11.9% 정도였습니다.

30%라는 수치는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2월 전셋값을 1년 전과 비교한 것으로, 한 달 만에 30%가 올랐다는 건 과장된 겁니다.

연간으로 보면 어떨까요.

법 시행 직후인 90년, 1년 전보다 전셋값은 16%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미 그전부터 상승 폭은 10%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당시는 고도성장기여서 자산 가격 상승에 따라 임대료가 오른 영향도 컸기 때문입니다.

[함영진 / 직방 빅데이터랩장 : 당시에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고 하는 고도 성장기의…. 그리고 주택의 보급률도 좀 낮은 편이었습니다. 거기에 88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그런 기대 심리들이 부동산 가격의 인상에도 영향을 줬는데요.]

▲ 2년 뒤에 더 큰 충격?

전세 기간을 2년으로 늘린 이듬해 크게 올랐던 전셋값은 그다음 해인 91년에는 상승 폭이 1.9%로 내려가며 안정세를 보입니다.

정부가 일산과 분당에 1기 신도시를 조성하는 등 2백만 호에 이르는 주택을 공급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후 IMF 사태가 터진 97년까지 전셋값 상승 폭은 8년 동안 연평균 5.5%였습니다.

지금은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급 정책을 쓰기 어려워서, 임대료 상승 우려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80년대 말 50%대였던 주택 보급률은 현재 100%를 넘었고, 인구 감소와 저성장, 저금리 등 경제 환경은 과거와 완전히 다릅니다.

따라서 일부 언론 보도처럼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30년 전의 흐름대로 움직일 거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YTN 한동오입니다.

취재기자 : 한동오 [hdo86@ytn.co.kr]

인턴기자 : 손민주 [keum68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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