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기생충’이 통한 이유

[생생경제]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기생충’이 통한 이유

2020.02.11. 오후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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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기생충’이 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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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기생충’이 통한 이유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오늘 가장 뜨거운 경제뉴스를 제일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어제 최고의 날을 보낸 봉준호 감독, 언젠가 미국관객과 영화계에서 왜 이렇게 이 영화에 환호하는 것 같냐는 질문에 “기생충은 가난한 자와 부자,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인데 미국은 자본주의 심장 같은 나라이기 때문에 논쟁적이고 뜨거운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봉 감독이 밝힌바 있습니다. 정말 궁금해지더라고요. 우리가 <기생충>을 보며 느꼈던 자본주의의 문제들, 양극화, 이런 것들을 미국관객들도 그대로 느꼈을까요? 이 이야기를 가장 정확하게 해주실 경제학자를 연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입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이하 유종일)>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원장님, 제가 오늘의 주제를 가장 정확하게 분석해주실 분이라고 소개를 했어요. 우리 원장님, 미국에서 경제 공부하셨죠?

◆ 유종일> 네, 많이는 못했습니다만 했습니다.

◇ 김혜민> 네,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시고, 개발경제학자로서는 사실 원장님이 국내 최고의 전문가라고 많은 분들이 꼽고 있는데요. 원장님은 <기생충> 영화를 어떻게 보셨어요?

◆ 유종일> 재밌더라고요. 스토리도 그렇고, 인물, 캐릭터, 또 코믹한 디테일들도 재밌게 봤고요. 그렇지만 불편한 영화죠, 우리 사회에. 불평등과 계급갈등 문제. 이런 것을 정면으로 제기했고, 사실 여기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따뜻하고, 감동적이고, 이런 게 전혀 아니잖아요. 이렇게 계급적인 사회에서 결국 더불어 사는 공동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은 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런 불편한 현실, 이런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렵다고 하는 문제제기를 아주 치열하게 한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점에서 불편했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한 대안을 찾고, 희망을 찾아야 한다. 저는 또 경제학자로서 그런 느낌도 가졌습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불편한 부분을 정면으로 그린 영화라고 원장님이 정의를 해주셨는데, 그 불편한 지점이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통했단 말이에요. 오바마 전 대통령이 꼽은 2019 최고의 영화이기도 했고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 유종일> 우리나라도 불평등, 양극화의 문제가 심각합니다만, 미국은 우리보다도 사실 더 심각하죠. 오바마 대통령이 제가 지금 정확히, 2014년인지, 2015년에 매년 연두교서를 발표하잖아요? 그때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당면한 최대의 문제는 불평등의 문제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을 정도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기생충> 영화에 공감했다는 게 전혀 놀랍지가 않고요. 사실은 소득이 높은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 중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나라가 지금 미국이고요. 안타깝게도 미국을 열심히 쫓아가는 2등이 대한민국입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도 불평등 문제는 심각합니다만, 이 두 나라에서 반향이 크다는 게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혜민> 미국의 불평등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고, 그 뒤를 쫓고 있는 게 대한민국이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 유종일> 어느 정도냐 하면요. 미국이 옛날 19세기 초 독점자본의 시대에 극심한 불평등이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 그때보다 더 심해지고 있는 그런 상황이 됐고요. 지난 50년간 미국의 국민소득이 2배 정도 늘었거든요, 대충 이야기하면. 그런데 최하위계층은 소득이 전혀 늘지 않았어요. 그리고 중간 정도 수준에서는 0.5배 정도 늘었고. 그러면 어디서 늘었느냐? 최상위 1%, 한 4배 정도 늘었어요. 상위 0.1%, 0.01%에 들어가면 10배, 20배, 이렇게 늘었습니다. 그러니까 소득증가의 대부분을 아주 최상위 부유층들이 다 가지고 갔다는 그런 이야기에요. 그래서 불평등이 엄청나게 증가를 했죠.

◇ 김혜민> 아마 그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여러 공감대가 미국 사회에 당연히 있을 것이고, 그런 문제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영화가 굉장히 재치있게, 하지만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에 그게 미국 시장에서도 통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원장님,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시니까 아주 기본적인 질문이기는 한데요. 미국은 왜 이렇게 시장의 자유를 중요시여기고,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를 말 그래도 신봉하게 된 겁니까?

◆ 유종일> 미국 예외주의라고 해서 유럽은 과거 오랜 봉건주의와 이전의 역사가 쭉 있었지만, 미국은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고 300년 전부터 만들었던 나라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까 미국은 다르다,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만 미국이 항상 그랬던 것이 결코 아닙니다. 미국이 어떻게 보면 그런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시장과 성장만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요즘에는 신자유주의다, 그런 말을 쓰죠. 그런 자본주의를 가장 먼저 개혁했던 개혁 자본주의의 선봉이었어요. 그것이 바로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 이후에 실시한 뉴딜 개혁입니다. 그 이후로 미국에서는 강력한 노동조합, 그리고 강력한 복지국가, 조세에 의한 소득 재분배, 또 금융시장이나 대기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 이런 것들이 발달했고요. 물론 나중에 유럽이 미국보다 그런 부분에서 더 앞서나가기는 하지만, 미국이 원래 그런 선봉장이었고요. 그 결과로 사실 전후에 2차 대전 이후에 경제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했었는데, 50년대, 60년대, 70년대 초반까지 소위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하는 가장 좋은 경제적 성과를 거뒀어요. 성장도 이때 가장 많이 했고요. 그 이전에 극심했던 불평등도 매우 불평등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분배의 형평성이 크게 증가했고요. 그래서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미국이 중산층의 사회라는 것이 나왔고요. 사회적으로도 안정됐고, 금융도 안정되고요. 그런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여러 규제도 있고, 세금도 많이 내고 하다 보니까 돈 많은 사람들, 금융자본, 대기업, 이런 거대 자산가, 이들이 규제에 반대하고, 세금을 인하하라, 이런 움직임이 강력하게 나옵니다. 그것을 대변했던 것이 신자유주의고, 레이건 정권이고, 레이건 정권 이래 그런 아까 말씀하신 그런 시장이 다이다, 성장만 하면 된다고 하는 그런 사조가 팽배하게 된 거고, 그렇게 하면, 성장을 많이 하면 하층민들한테도 다 성장의 과실이 내려가니까 당신들한테도 이익이다, 이런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후 소득 상승이 최상위 계층으로 완전히 집중됐고, 중산층은 약간의 혜택밖에 보지 못했고, 하층은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한 거예요. 더구나 전체적인 성장률도 그 이전에 비해서 많이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그것이 경제가 다 성장하면 모두에게 좋다, 이렇게 말하지만 오히려 전체가 성장하는 것은 줄어들더라도 그것이 최상위 계층에게로 과실이 집중되면 우리 돈 많은 사람들한테는 그것이 좋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것입니다.

◇ 김혜민> 지금 원장님께서 미국 자본주의의 시작과 함께 진화된 과정, 그리고 수정된 단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어요. 지금처럼 성장주의, 이런 것만 있었던 게 아니라 개혁 자본주의의 선봉자였고, 그 결과 자본주의의 황금기까지 이끌어왔는데요. 신자유주의가 다시 등장하면서 지금 굉장히 심각한 빈부격차다. 그런데 제가 이 시점에 궁금한 건 빈부격차도 이렇게 심각하고,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있는데도 자본주의의 심볼 같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뽑혔단 말이에요. 그리고 지금 현재 미국이 호황이죠? 이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 유종일> 두 가지 따로 나눠서 이야기합시다.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야 말로 많은 미국의 유권자들이 지금 이런 식으로 와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 느꼈기 때문에 그래요. 특히 노동계급이 그런 거죠. 그래서 트럼프가 계속 주장한 것은 민주당이고, 공화당이고, 다 썩었다. 소위 워싱턴 인사이더, 저들은 다 노동계급의 이익은 생각은 안 하고, 그저 자유무역이나 하고, 자유금융이나 하고 그래서 자기들 좋은 것만 한다. 나는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 이렇게 선거운동을 한 거예요. 거기에다가 백인 우월주의하고, 여러 가지 퇴행적인 것도 섞고 해서 아주 절묘한 선거 캠페인을 했던 것이고요. 트럼프 개인은 잘 아시다시피 그분이 어떤 사회적 가치나 이념을 추구한 사람이 아니고, 자기 이익, 자기만족, 이것밖에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그렇게 해서 권력은 잡은 거고, 이제 공화당을 베이스로 해서 자기가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자기가 권력을 공고히 행사하는 데는 공화당이 원하는 정책, 그것을 해야겠다고 해서 결과적으로는 자기가 하겠다고 한 것은 하지 않고요. 안 하겠다고 한 전통적인 부자들은 위한 감세하고, 규제를 막 풀고, 환경에 대한 규제, 노동규제, 이런 것을 막 풀어대고, 그런 것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아까 미국 경제가 그런데도 호황이지 않느냐? 호황이라고 하는 것도 이게 굉장히 일시적이고, 불공정한 호황이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부자들과 대기업을 위한 감세를 왕창해서 미국이 재정적자가 엄청 늘어났거든요. 말하자면 정부가 재정적자를 늘려서 트럼프가 집권한 지 3년밖에 안 됐잖아요. 3년 전에 1년간 재정적자가 6000억 달러였는데, 이제 1조 달러까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거예요, 순식간에. 그런데 그전에는 뭐 미국이 재정적자 때문에 난리가 난다, 부채로 망한다, 어쩌고 하면서 절대로 정부가 돈을 못 쓰게 하고, 난리를 쳤던 공화당이나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이 트럼프가 이렇게 엄청나게 적자를 내는데 아무 소리도 안 하고, 다 찬성하는 거예요. 이 정도로 미국의 정치나 사회적 공론의 건강성이 훼손되어 있고요. 그것은 결국은 부와 권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면 그 사람들이 가지는 정치적 영향력, 언론에 대한 영향력, 담론에 대한 영향력도 그만큼 극대화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객관적이고, 건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그런 식으로 돈을 엄청나게 풀면 일시적인 호황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이미 그런 호황은 끝나가고 있고요. 이 정책이 건강하게 바뀌지 않으면 경제전망이 별로 좋지 않다. 자기가 5~6% 성장을 약속했는데, 지금 지난 분기도 2.1%밖에 안 됐고요.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주가가 오르고, 성장률이 올라봤자 그들한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이냐. 지금 다시 불평등이 극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중간계층의 소득상승은 지금 굉장히 미미하고요. 건강보험이라든지, 이런 복지 프로그램이라든지, 이런 데서도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결코 이것이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호황은 아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 김혜민> 지금 미국의 호황은 일시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원장님, 그러면 우리 때를 생각해보면 사실 지지난 대선, 그리고 지난 대선까지 모든 대선 후보들이 분배, 복지를 외쳤고, 경제민주화를 얼마나 귀가 따갑게 들었습니까? 그러면 트럼프가 이번에 재선에서 전에는 성장을 막 외쳐서 노동자들의 마음을 샀지만 이번 재선에는 부의 재분배나 복지,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요?

◆ 유종일> 어느 정도 할 거라고 봅니다. 지금 아시다시피 민주당 후보들은 너나 없이 부유세니 얘기하고, 그런 것을 다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트럼프가 지난번 선거 때 나는 성장을 많이 하겠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실제로 트럼프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정치의 인사이더들은 그것은 다 기득권을 대변하는 사람이고, 나만이 진정한 노동자의 편이다. 그렇게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정책은 그 반대로 가면서 여전히 노동자들한테 호소력을 가지기 위해서 반이민 정책, 백인 우월주의 정책, 기독교 근본주의에 호소하는 정책, 이런 것들을 지금 자꾸 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쪽하고 다시 또 자기가 노동자를 위해서 나는 중국이랑 싸웠고, 이 외국이랑 싸우는 것을 노동자를 위해서 싸우는 것이라고 포장하는 거예요. 그런 쪽으로 나갈 겁니다.

◇ 김혜민> <기생충> 영화를 어떤 분들은 좌파 영화다, 공산주의 영화다, 라고 말하는 분들의 계세요. 제가 실제로 들었거든요.

◆ 유종일>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젊은 세대들이요. 좌파가 좋은 거다, 공산주의가 좋은 거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죠. 좋은 것을 자꾸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요.

◇ 김혜민> 그렇죠. 그런데 사실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가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자본주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결국 지금 대안의 자본주의를 기초로 해서 거기에 우리가 복지라든지, 이런 부분을 여러 가지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데요. 어떤 점을 자본주의에서 보완해가야 할까요?

◆ 유종일> 인간은요. 아무리 먹을 게 있어도 자유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예요. 인간은 자유를 원합니다. 공산주의는 보완해서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공산주의는 완전히 실패한 거고요. 당연히 인간은 자유로운 선택과 또 자유로운 실험과 모색을 기초로 해서 인간이 자기가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고, 여기서 발전이 나오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단,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면 자유가 없어져요. 소수의 부와 권력을 집중한 사람들한테만 자유가 있고, 나머지는 자유가 없어지는 거예요. 돈이 없는데 무슨 자유가 있습니까, 자본주의에서?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소득 재분배가 필요하고, 과도한 부와 권력의 집중을 방지해야 하고요. 그래야 민주주의나 건강한 시장경제가 가능한 것이고요. 기본적인 주거, 교육, 의료, 이런 것들은 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 김혜민> 이제 <기생충> 영화가 지금까지도 미국 관객 수가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아마 아카데미 수상을 기점으로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성공, 당연히 약속했다고 생각해야겠죠?

◆ 유종일> 저는 영화 시장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요. 그러나 열심히 성공을 응원하겠습니다.

◇ 김혜민> 네, 오늘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기생충>이 통한 이유에 대해서 국내 최고의 개발경제학자인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원장님, 다음엔 상암동에서 봬요.

◆ 유종일>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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