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받으면 기분 좋은 설 선물, 난감한 설 선물

[생생경제] 받으면 기분 좋은 설 선물, 난감한 설 선물

2020.01.17. 오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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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김헌식 문화평론가,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받으면 기분 좋은 설 선물, 난감한 설 선물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토론 아니고 수다, 트렌드 편. 마크로밀 엠브레인 윤덕환 이사,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설입니다. 설이나 추석에 선물 주는 거 사실 문화긴 한데요. 그런데 저는 어느 순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신조가 생겼어요. 주지도 받지도 말자. 받는 것은 다 빚이다. 그래서 저도 사실은 안 주고요. 받으려고 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여전히 선물 챙기는 분들이 계세요. 평론가님은 어떠세요?

◆ 김헌식 문화평론가(이하 김헌식)>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어요. 방송가 이야기인데요. 모 방송국에 못되게 하시는 분이 있어요. 그래서 설이나 추석 때만 되면 꼭 아무도 저한테 선물을 보내지 않는데 선물이 와 있어요. 보면 그분이에요. 그러니까 그분이 그 방송국에서 3대 못된 분이에요. 자기가 평소에 너무 못되게 하니까 미안함으로 선물을 주는 거예요. 그래서 또 못되게 구는 거죠. 그런 식으로 선물의 용도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웃긴 건 뭐냐면 못된 분이 보낸 선물인데도 불구하고 저는 대접받았다는 느낌 때문에 뭔가 어깨가 으쓱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설과 추석이라는 때에 선물을 받으면 뭔가 어깨가 올라가는 느낌으로.

◇ 김혜민> 그래서 김영란 법이 생긴 거 아닙니까.

◆ 김헌식> 그때 처음 경험했고,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 김혜민> 그러면 지금은 주지도 받지도 말자. 어떠세요?

◆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이하 윤덕환)> 선물을 주변에 챙겨야 하는 상황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 김혜민> 이사 정도 되면 선물 받지 않습니까?

◆ 윤덕환> 그거 적극적으로 안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노력은 하지만 또 적극적으로 주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 윤덕환> 네, 눈 딱 감고 받죠.

◇ 김혜민> 솔직히 받으면 마음이 조금 더 갑니까?

◆ 윤덕환> 노코멘트하겠습니다.

◇ 김혜민> 그래서 설 선물이 여전히 명절 선물이 이 시점이 되면 고민되는 아이템 중 하나에요. 그런데 요즘에 굉장히 많이 설 선물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해요. 평론가님, 어떤 선물이 뜨고 있어요?

◆ 김헌식> 그런데 매번 추석이나 설이 되면 여러 가지 분석 기사들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과연 이게 실제인지.

◆ 윤덕환> 정답, 맞아요.

◇ 김혜민> 그럴 수 있겠네요. 이게 그냥 업체에서 낸 것일 수도 있다?

◆ 김헌식> 보도 기사나 이런 것들을 미리 뿌리게 되는데, 방송 아이템으로 잡으면 이게 진짜 트렌드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측면들이 있어요. 그런데 대개 6,70년대 이야기부터 나오잖아요? 그때는 농산물부터 해서 공산품, 심지어는 속옷부터 해서 나오고, 90년대 지나서 웰빙 제품이 나오고, 건강식품이 나오고요. 요즘에는 고급화돼서 명품들이 많이 나간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한 조사를 보니까 올해 설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거 1위가 용돈이었어요. 26만 2000원. 2위가 명절 선물, 16만 4000원. 3위가 외식비, 4위가 차례비, 5위가 교통비, 이렇게 됐거든요. 그러면 용돈이라는 것은 결국, 돈인데요. 그러면 돈에 대해서 대부분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이런 거 같아요. 다양성의 역설인 것 같아요. 약간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 문화적 다양성이 많아지게 되면 법원이 기세등등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다양하게 되다 보니까 여러 사람이 달려와서 판결을 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선물도 다양해지고 편차가 많아지면 머리가 아파요.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돈으로 모아지는 건 아닌가, 이런 역설이 있지 않나 생각을 해봤어요.

◇ 김혜민> 저도 동의하는 게 사실은 예전에는 과일, 굴비, LA갈비, 정해져 있잖아요. 정해져 있는데, 그거 평소에도 다 먹고, 사먹고 하니까 여러 가지 오히려 선택의 여지가 많아진 거죠. 그러다 보니까 필요한 거 사세요. 그리고 요즘에 설 쿠폰, 기프티콘이 생기면서 더 다양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봐요.

◆ 윤덕환> 저는 이거 찾아보면서 보니까 선물의 트렌드가 변화하는 게 보이기는 하더라고요. 뭐냐면 기본적으로 선물세트나 현금, 상품권,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는 나가는데 명절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세 가지 트렌드를 정리를 해봤어요. 그게 김영란법의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개인화. 이게 반조리 제품, 이게 급증했어요. 이것은 확실하게 늘어났는데, 그것은 현재 라이프스타일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 영향이 있는 것 같고요. 두 번째는 김영란법의 직접 영향을 받는데요. 일종의 양극화. 2만 원에서 4만 원대의 서비스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에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해요. 그다음에 20~50만 원대의 고가 서비스가 36% 정도 증가했다고 해요. 이것은 무슨 이야기냐 하면 가까운 사람한테는 비싼 것을 사주는 거예요. 그다음에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저렴한 것을 그냥 뿌리는 거죠. 세 번째 특징은 가치소비 같은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친환경에 대한 지향점이 있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서 구입한다거나 아니면 사회적 기업이 만든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준다거나. 저 같은 경우에는 작년 연말부터 지인들한테 뭔가를 사줘야 할 때 제리백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우간다에서 만드는 가방이에요. 에코백인데, 우간다에서 만든 사회적 기업인데, 이것을 하나 사면 우간다 애들한테 그 가방을 하나씩 줍니다. 그런 것을 사주니까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자신의 가치 지향점이 담긴 선물을 하는 성향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세 가지 방향성이 조금 예전과는 달라진 트렌드다.

◆ 김헌식> 가치 소비 측면은 굉장히 트렌드를 앞서 가신 형태인 것 같아요.

◆ 윤덕환> 확장되지는 않았는데 가치 지향점이, 사실 말은 에코백인데 아주 싸지 않아요. 손으로 다 만든 건데, 그것을 받은 사람들의 니즈나 만족도가 대단히 높아서 주변에 그렇게 선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 김혜민> 세 가지를 꼽아주셨어요. 개인화, 삶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건조되는 그런 식품들을 선물로 많이 하게 됐다. 두 번째는 김영란법 때문에 양극화됐다. 세 번째는 가치 소비 이야기까지 해주셨어요. 제가 오늘 본 기사에 따르면 이런 말이 있어요. 2020년 핵심 소비 트렌드이자 현대인의 개개인 각자가 지닌 다양한 정체성을 뜻하는 멀티 페르소나 현상은 올해 설 명절 선물 상품에도 반영된다고 하셨는데요. 이게 아까 우리 평론가님이 말씀하신 그거일까요?

◆ 김헌식> 그런데 너무 기계적으로 접근을 하면 너무 단순화시키는 게 있기 때문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멀티 페르소나라는 것은 요즘에 캐릭터가 부각한 이유 중 하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페르소나가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다 보니까 캐릭터와 연관이 된다고 보는데요. 한편으로는 다양하게 이렇게 선물을 요구하겠죠. 예를 들면 개인의 차원에서 반조리 제품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고요. 저렴한 대중적인 선물을 원하시는 분들이 있겠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조금 더 근원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착한 소비 상품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아마 그거는 한 사람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고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 김혜민> 그리고 우리가 김영란법 이야기를 계속 하지만 제도의 영향을 받는 것도 굉장히 큰 것 같아요. 그러면 두 분은 이렇게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헌식> 저는 선물은 필요하고요. 이건 너무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상대방이 원하는 선물을 해주는 것이.

◆ 윤덕환> 그래서 돈으로 하는 거죠.

◆ 김헌식> 그래서 맞추기 쉽지 않기 때문에 돈으로 가는 사회 현상이 있는 것 같아요.

◇ 김혜민> 제가 말하는 선물 문화는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관계. 예를 들어 이사님한테 드리는 선물이요.

◆ 윤덕환> 그래서 선물 문화가 약간 인간관계 변화를 읽는 데 중요한 코드를 제공합니다. 말씀드린 대로 선물을 줄 때 양극화되거든요. 가까운 사람들한테는 조금 더 좋거나 조금 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선물들을 해줘요. 의미가 있게. 그렇게 해주는데, 이거는 이전에는 사실 인간관계가 확장에 대한 니즈가 컸기 때문에 이것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한테 하려고 하면 내가 가진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1/N로 쪼개서 다 공평하게 주는 것. 뭐 받았어? 이러면서 그 사람들끼리 확인하니까요. 그런데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는 거예요. 이 사람한테는 더 해줬는데 이것을 제3자가 알아도 상관없어요.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이제 인간관계 확장에 대한 니즈는 굉장히 줄어들었습니다. 인간관계의 밀도가 더 중요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죠. 그게 김영란법하고도 관계가 돼서 충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더 표현해도 된다, 그것을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 가는 분위기가 있죠.

◇ 김혜민> 그러니까 선물을 주는 게 예의로 갖춰야 하는 관계들에게 굳이 관계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명분이 생겼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되고, 그러다 보니까 여유가 생기니 내가 정말로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한테 깊이 있게 줄 수 있게 됐다. 동의합니다.

◆ 김헌식> 사실 처음에 어떻게 선물 문화에 대해서 김영란법이, 그러니까 법이 개입할 수 있느냐. 일상 생활문화에 법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저도 생각한 측면이 있어요. 물론 액수에 관련해서도 그게 호불호가 갈리고,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법이라는 것은 문화적으로 가야 할 부분을 이끌어주는 역할도 분명히 존재하고, 그게 상징 효과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쓸 데 없는 그런 부담감을 덜어주는 일종의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겁니다. 그동안 말 못했죠. 설이라든지, 추석 때 할 수 없이 선물을 하는 거다 보니까 공산품을 사서 주게 되는 거고, 심지어 쓸 데 없이 명품이나 고가의 선물을 사다 보니까 오히려 불신감이 생기고, 받아도 고마워하지 않고요. 그래서 가치 소비인데, 가치 소비라는 것도 결국에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작년에 처음으로 뭘 시도했냐면, 조카가 5명인데 조카애들한테 뭘 줄까 생각을 하다가 옛날에 종합선물세트 기억하시죠? 그러면 종합선물세트라고 하면 기업에서 만든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어떻게 했냐면 선물 상자를 산 다음에 거기다가 과자 전문점이나 이런 데를 돌아다니면서 과자를 많이 수집을 해서 그것을 다 뒤섞어서 줬어요. 이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은 분명히 과자일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친환경의 관점에서 보면 과자 먹지 말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원하는 것은 다양한 과자잖아요. 설날이나 추석 때 다양한 과자를 어디서 보지도 못한 것을 뒤섞어서 주면 골라먹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절충점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 윤덕환> 요즘에 시간을 써서 해주는 선물을 더 좋아합니다.

◇ 김혜민> 그래요. 진짜 관계, 아까 말씀하신 우리가 관계를 확장하는 것보다는 관계를 더 깊이 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됐고, 거기에 따라 여러 가지 제도도 바뀌고, 문화도 바뀌고, 사람들의 의식도 바뀐다는 것을 설 선물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네요. 오늘도 여러 가지 문화적 현상으로 인문학적이고, 경제학적으로 지식을 많이 쌓았습니다. 저희는 2월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헌식 문화평론가, 마크로밀 엠브레인 윤덕환 이사였습니다.

◆ 윤덕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김헌식>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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