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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8월 14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강은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막바지 여름휴가 시즌, 해외여행 계획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만약, 해외 여행을 떠난 지인이 어느 날 갑자기 뚝, 연락이 끊겨버린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한 한국인 청년의 실종 사건에 집중해보겠습니다. 20대 남성 윤 씨는 당시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한 후 새 직장을 구하기 전, 휴식을 취한다며 일본여행을 계획했습니다. 5월 9일,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뒤 약 한달 간 후쿠오카, 도쿄, 교토까지 그야말로 일본 전역을 자유롭게 여행했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누나와 통화를 한 후 약 10분쯤 지났을 무렵, 약속대로, 숙소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낸 윤 씨.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 문자가 윤 씨가 남긴 마지막 연락이 될 줄은, 아마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그렇게 윤 씨가 사라진 지도 벌써 2년하고도 2개월. 지금까지도 윤 씨의 행방은 오리무중인데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다시 한 번, 조명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강은하: 안녕하세요. 강은하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가족이 해외여행을 갔는데 연락이 안 된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인데, 해외이기 때문에 당장 내가 찾으러 갈 수도 없고언어 문제로 현지 경찰에게 직접 신고하는 것도 까다롭고, 정말 막막하겠다, 싶거든요.
◇강은하: 네. 아무래도 걱정이 되고 막막하지요. 2025년 6월 27일, 20대 여성 A씨는 일본에 입국한 후 가족에게 연락해 150만 원이 필요하니 보내달라고 하여 송금받은 후 연락이 끊겨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한 일이 있었습니다. A씨는 일본 입국 다음날인 28일, 열사병 증세로 쓰러져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었습니다. 하지만 A씨가 병원에서 퇴원한 후로 연락이 안되었던 겁니다.
◆이원화: 저도 그 뉴스 봤는데, 당시 더 걱정이 됐던 건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해달라, 요청한 뒤에 연락이 완전히 끊겼던 부분이거든요. 혹시 돈을 노린 범죄는 아닌가 더 걱정이 됐던 거 같습니다.
◇강은하: 네. 그 당시 A씨의 모친은 “딸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지 않고, 150만원이 필요하니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는데요, 그 후 연락이 두절되어 걱정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행히 그 후 약 한달만에 주일 한국대사관은 A씨의 안전을 현지 경찰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원화: 이 케이스 같은 경우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말이긴 했지만, 이걸 단순 헤프닝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게 실제로 해외여행이나 체류 중에 실종되는 분들 제법 있죠?
◇강은하: 코로나 기간 동안 급감했던 여행객 수가 증가하며 영사콜센터에 신고된 사건‧사고 역시 4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중 도난/분실이 사건이 가장 많으며, 분쟁, 연락두절 순으로 많았습니다. 그 중 사망신고, 납치/감금도 접수됐으며 모두 코로나 기간 보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실이 파악한 ‘최근 5년간 한국 국적자 해외 체류 중 실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3년 8월 11일 기준 사망이 확인된 국민은 27명, 미종결 상태로 아직 실종 중인 국민은 41명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국가별로는 필리핀에서 실종 상태인 국민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캄보디아(8명), 베트남(5명), 중국(5명)이 그 뒤를 이었으며, 일본에서 실종 상태인 국민은 4명이었습니다.
◆이원화: 오늘 저희가 집중해 볼 사건 역시 바로 그런 경운데요,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한 청년의 이야기죠.
◇강은하: 사회복지사였던 20대 중반의 윤씨는 전 직장을 퇴사한 후 2023년 5월 9일,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2023년 6월 8일 오후 9시 26분 윤씨는 누나에게 “숙소에 잘 도착했다”는 짧은 문자를 남긴 뒤 연락이 두절되어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합니다.
◆이원화: 나이가 20대 중반이라고 해주셨고, 새 직장을 구하기 전에 아마도 모아놓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떠나야겠다, 결심했던 거 같은데 사실 이거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로망같은 거잖아요?
◇강은하: 네. 윤씨도 그런 로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초 윤씨가 계획한 여행 기간은 한 달이었다고 합니다. 일본 곳곳을 자유롭게 다닌 윤씨는 귀국을 코앞에 둔 6월 7일에 오사카 와카야마현 구시모토초에 도착했는데요. 구시모토초는 관광객이 별로 없어 인적이 드문 장소라고 합니다. 윤씨는 도착 후 시오노미사키 마을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인 6월 8일 오전에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그리고 구시모토초 시내에서 시간을 보냈고, 오후 8시가 되자 윤씨는 다시 시오노미사키 마을 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가다 우체국 앞에서 하차했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친누나에게 전화를 건 윤씨는 “숙소에 들어가는 중인데 비가 많이 오고 어둡다. 가는 길까지 통화를 하자”고 말했습니다.
◆이원화: 숙소에 들어왔다, 문자는 왔나요?
◇강은하: 이후 오후 9시 26분쯤 윤씨는 누나에게 “숙소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를 마지막으로 윤씨와 연락이 끊기자 누나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영사관에도 신고하면서 일본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한국 경찰도 윤씨의 카드 사용 내역 등을 확인하면서 행방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누나에게 “숙소에 도착했다”던 윤씨의 말과 달리, 윤씨가 마지막 숙소에서 투숙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해당 숙소로부터 1시간 30분 반경의 모든 숙박업소를 조사했지만, 8일 윤씨가 묵었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윤씨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숙소 근처 와카야마현 내 한 편의점 CCTV에서였습니다. 일본 현지 경찰은 6월 16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윤씨의 마지막 행적으로 알려진 와카야마현의 편의점과 숙소 인근을 헬기와 보트로 수차례 수색했고, 마을 내에서도 윤씨를 찾는 안내방송을 하는 등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런데 이후 신고 과정에서 외교부 영사콜센터나 우리 경찰의 초기 대응이 아주 엉망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던데 일단 해외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기관의 책임 의무 어떤 것들이 있고 이 사건 같은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거죠?
◇강은하: 국가는 해외에 거주·체류·방문 중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해야 하며, 이를 위해 2021년부터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실종이나 납치 같은 강력 범죄가 발생한 경우 재외공관에서는 소재 파악을 요청한 사람에게 국내 및 주재국 수사기관에 신고 절차를 안내하고, 주재국 관계기관과 함께 소재 파악을 위해 노력하며, 소재가 파악되면 연고자에 고지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강력범죄 관련 긴급구조 요청을 접수하면 주재국 관계기관에 구조요청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윤씨의 누나가 영사콜센터에 연락하여 실종신고를 해줄 것을 3차례나 요청했음에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사콜센터 상담원은 카카오톡을 해보라는 등 국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유도했고, 실종 신고 접수도 거부했다고 합니다. 결국 일본 경시청에 실종신고하기까지는 심한 지연이 있었던 것이죠.
◆이원화: 연락이 두절돼서 실종신고를 한 사람한테 카톡을 해보라고 했다고요?
◇강은하: 네. 영사콜센터는 실종 등 시급한 상황에 대한 세부 매뉴얼이 없어 상담원마다 대처가 제각각 다르다고 하는데요, 이 사건에서 상담원은 윤씨의 누나가 “전화가 일주일째 꺼져있으니 신고해달라”는 말에 “전화가 안되면 카카오톡 해봐라”, “로밍 때문에 전화가 안될 수 있다”며 국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유도했다고 합니다. 또한 “재외공관에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하니 상담원은 “실종자의 현지 연락처를 알려주지 못하면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신고 접수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신고 과정도 복잡해 윤씨의 누나는 3일 동안 3개 기관에 5차례나 연락한 끝에 겨우 실종 신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외교부와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며 대사관에 실종사건을 전달하기까지는 2일, 일본 경시청에 신고하기까지는 무려 3일이나 지연된 것입니다.
◆이원화: 실종 사건은 단 한 순간, 단 몇 시간이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만큼 그야말로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정말 어이가 없다 싶고요.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면 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물을 방법이 없나요?
◇강은하: 일본 경찰의 초기 대응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본 경찰은 윤씨의 마지막 숙소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윤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위치 기록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원 원주경찰서 수사팀은 윤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위치 기록과 관련해 “일본 기지국 값을 한국에서 갖고 있지 않아 한국에서는 확인이 불가하다고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와카야마현 경찰과 경시청은 어떤 답도 주지 않았고요, 오사카총영사관 역시 제한된 서면 답변에서 “일본 경찰의 수사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일본 경찰 측에 문의가 필요하다”고만 밝혔습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실종 사건에 가장 핵심은 위치 확인이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휴대전화다"라며 "최대한 빨리 위치 확인만 했어도, 마지막 생존 위치만 확인됐어도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랬으면 지금쯤은 발견했을 수도 있다. 그 점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고 지적 했습니다. 일본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이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국가와 공공단체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제6조는 ‘이 법률은 외국인이 피해자인 경우에는 상호보증이 있을 때에만 이를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일본 국가배상법이 우리나라 국가배상법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본과 우리나라의 상호보증이 인정된다고 한바, 이에 의하면 일본에 국가배상 청구도 가능할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일본 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우리 정부 측에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수단 같은 건 없습니까?
◇강은하: 재외 공관에서는 해외에 경찰관을 파견하고 있는데요, 이를 경찰주재관이라 합니다. 경찰 주재관을 추가 파견하여 수사 공조를 확대하거나, 수사를 촉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마지막으로 확인된 행적이 2023년 6월 7일이라는 건데 그 이후로도 카드 사용이라든지, 통화 기록 같은 생활 반응이 완전히 끊겼다는 거죠?
◇강은하: 네. 그 후로 이렇다 할 생활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2023년 10월 로스앤젤레스(LA) 보건당국이 공개한 신원불명의 아시아계 남성이 윤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원화: 미국 LA요?
◇강은하: 네. 해당 남성은 지난 9일 해안지역인 LA 샌피드로 주택 단지에서 머리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는데요. 병원으로 실려간 신원 불상의 남성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LA 보건당국은 얼굴 사진을 비롯해 발견 장소, 소지품 등의 정보를 지역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생김새와 소지품을 근거로 미뤄 이 남성을 윤씨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주 LA 대한민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해당 남성의 지문을 채취해 한국에 보낸 뒤 윤씨의 것과 대조했지만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원화: 윤 씨가 실종된 지도 벌써 2년하고도 2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윤 씨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매일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릴 가족들의 심정,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겠다 싶거든요.
◇강은하: 윤씨의 실종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그중에서도 '범죄 피해' '교통사고' '바닷가 실족' '극단선택' 등 4가지 가능성으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4가지 가능성 또한 모두 확인되지 않은 추정일 뿐이고 특히 당시 윤씨가 극단선택을 할 만한 사정도, 징후도 없었다는 것,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휴식 차원에서 여행을 떠났다는 점에 비추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윤씨가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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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강은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막바지 여름휴가 시즌, 해외여행 계획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만약, 해외 여행을 떠난 지인이 어느 날 갑자기 뚝, 연락이 끊겨버린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한 한국인 청년의 실종 사건에 집중해보겠습니다. 20대 남성 윤 씨는 당시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한 후 새 직장을 구하기 전, 휴식을 취한다며 일본여행을 계획했습니다. 5월 9일,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뒤 약 한달 간 후쿠오카, 도쿄, 교토까지 그야말로 일본 전역을 자유롭게 여행했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누나와 통화를 한 후 약 10분쯤 지났을 무렵, 약속대로, 숙소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낸 윤 씨.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 문자가 윤 씨가 남긴 마지막 연락이 될 줄은, 아마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그렇게 윤 씨가 사라진 지도 벌써 2년하고도 2개월. 지금까지도 윤 씨의 행방은 오리무중인데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다시 한 번, 조명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강은하: 안녕하세요. 강은하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가족이 해외여행을 갔는데 연락이 안 된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인데, 해외이기 때문에 당장 내가 찾으러 갈 수도 없고언어 문제로 현지 경찰에게 직접 신고하는 것도 까다롭고, 정말 막막하겠다, 싶거든요.
◇강은하: 네. 아무래도 걱정이 되고 막막하지요. 2025년 6월 27일, 20대 여성 A씨는 일본에 입국한 후 가족에게 연락해 150만 원이 필요하니 보내달라고 하여 송금받은 후 연락이 끊겨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한 일이 있었습니다. A씨는 일본 입국 다음날인 28일, 열사병 증세로 쓰러져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었습니다. 하지만 A씨가 병원에서 퇴원한 후로 연락이 안되었던 겁니다.
◆이원화: 저도 그 뉴스 봤는데, 당시 더 걱정이 됐던 건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해달라, 요청한 뒤에 연락이 완전히 끊겼던 부분이거든요. 혹시 돈을 노린 범죄는 아닌가 더 걱정이 됐던 거 같습니다.
◇강은하: 네. 그 당시 A씨의 모친은 “딸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지 않고, 150만원이 필요하니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는데요, 그 후 연락이 두절되어 걱정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행히 그 후 약 한달만에 주일 한국대사관은 A씨의 안전을 현지 경찰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원화: 이 케이스 같은 경우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말이긴 했지만, 이걸 단순 헤프닝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게 실제로 해외여행이나 체류 중에 실종되는 분들 제법 있죠?
◇강은하: 코로나 기간 동안 급감했던 여행객 수가 증가하며 영사콜센터에 신고된 사건‧사고 역시 4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중 도난/분실이 사건이 가장 많으며, 분쟁, 연락두절 순으로 많았습니다. 그 중 사망신고, 납치/감금도 접수됐으며 모두 코로나 기간 보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실이 파악한 ‘최근 5년간 한국 국적자 해외 체류 중 실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3년 8월 11일 기준 사망이 확인된 국민은 27명, 미종결 상태로 아직 실종 중인 국민은 41명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국가별로는 필리핀에서 실종 상태인 국민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캄보디아(8명), 베트남(5명), 중국(5명)이 그 뒤를 이었으며, 일본에서 실종 상태인 국민은 4명이었습니다.
◆이원화: 오늘 저희가 집중해 볼 사건 역시 바로 그런 경운데요,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한 청년의 이야기죠.
◇강은하: 사회복지사였던 20대 중반의 윤씨는 전 직장을 퇴사한 후 2023년 5월 9일,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2023년 6월 8일 오후 9시 26분 윤씨는 누나에게 “숙소에 잘 도착했다”는 짧은 문자를 남긴 뒤 연락이 두절되어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합니다.
◆이원화: 나이가 20대 중반이라고 해주셨고, 새 직장을 구하기 전에 아마도 모아놓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떠나야겠다, 결심했던 거 같은데 사실 이거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로망같은 거잖아요?
◇강은하: 네. 윤씨도 그런 로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초 윤씨가 계획한 여행 기간은 한 달이었다고 합니다. 일본 곳곳을 자유롭게 다닌 윤씨는 귀국을 코앞에 둔 6월 7일에 오사카 와카야마현 구시모토초에 도착했는데요. 구시모토초는 관광객이 별로 없어 인적이 드문 장소라고 합니다. 윤씨는 도착 후 시오노미사키 마을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인 6월 8일 오전에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그리고 구시모토초 시내에서 시간을 보냈고, 오후 8시가 되자 윤씨는 다시 시오노미사키 마을 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가다 우체국 앞에서 하차했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친누나에게 전화를 건 윤씨는 “숙소에 들어가는 중인데 비가 많이 오고 어둡다. 가는 길까지 통화를 하자”고 말했습니다.
◆이원화: 숙소에 들어왔다, 문자는 왔나요?
◇강은하: 이후 오후 9시 26분쯤 윤씨는 누나에게 “숙소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를 마지막으로 윤씨와 연락이 끊기자 누나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영사관에도 신고하면서 일본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한국 경찰도 윤씨의 카드 사용 내역 등을 확인하면서 행방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누나에게 “숙소에 도착했다”던 윤씨의 말과 달리, 윤씨가 마지막 숙소에서 투숙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해당 숙소로부터 1시간 30분 반경의 모든 숙박업소를 조사했지만, 8일 윤씨가 묵었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윤씨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숙소 근처 와카야마현 내 한 편의점 CCTV에서였습니다. 일본 현지 경찰은 6월 16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윤씨의 마지막 행적으로 알려진 와카야마현의 편의점과 숙소 인근을 헬기와 보트로 수차례 수색했고, 마을 내에서도 윤씨를 찾는 안내방송을 하는 등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런데 이후 신고 과정에서 외교부 영사콜센터나 우리 경찰의 초기 대응이 아주 엉망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던데 일단 해외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기관의 책임 의무 어떤 것들이 있고 이 사건 같은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거죠?
◇강은하: 국가는 해외에 거주·체류·방문 중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해야 하며, 이를 위해 2021년부터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실종이나 납치 같은 강력 범죄가 발생한 경우 재외공관에서는 소재 파악을 요청한 사람에게 국내 및 주재국 수사기관에 신고 절차를 안내하고, 주재국 관계기관과 함께 소재 파악을 위해 노력하며, 소재가 파악되면 연고자에 고지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강력범죄 관련 긴급구조 요청을 접수하면 주재국 관계기관에 구조요청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윤씨의 누나가 영사콜센터에 연락하여 실종신고를 해줄 것을 3차례나 요청했음에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사콜센터 상담원은 카카오톡을 해보라는 등 국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유도했고, 실종 신고 접수도 거부했다고 합니다. 결국 일본 경시청에 실종신고하기까지는 심한 지연이 있었던 것이죠.
◆이원화: 연락이 두절돼서 실종신고를 한 사람한테 카톡을 해보라고 했다고요?
◇강은하: 네. 영사콜센터는 실종 등 시급한 상황에 대한 세부 매뉴얼이 없어 상담원마다 대처가 제각각 다르다고 하는데요, 이 사건에서 상담원은 윤씨의 누나가 “전화가 일주일째 꺼져있으니 신고해달라”는 말에 “전화가 안되면 카카오톡 해봐라”, “로밍 때문에 전화가 안될 수 있다”며 국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유도했다고 합니다. 또한 “재외공관에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하니 상담원은 “실종자의 현지 연락처를 알려주지 못하면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신고 접수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신고 과정도 복잡해 윤씨의 누나는 3일 동안 3개 기관에 5차례나 연락한 끝에 겨우 실종 신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외교부와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며 대사관에 실종사건을 전달하기까지는 2일, 일본 경시청에 신고하기까지는 무려 3일이나 지연된 것입니다.
◆이원화: 실종 사건은 단 한 순간, 단 몇 시간이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만큼 그야말로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정말 어이가 없다 싶고요.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면 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물을 방법이 없나요?
◇강은하: 일본 경찰의 초기 대응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본 경찰은 윤씨의 마지막 숙소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윤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위치 기록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원 원주경찰서 수사팀은 윤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위치 기록과 관련해 “일본 기지국 값을 한국에서 갖고 있지 않아 한국에서는 확인이 불가하다고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와카야마현 경찰과 경시청은 어떤 답도 주지 않았고요, 오사카총영사관 역시 제한된 서면 답변에서 “일본 경찰의 수사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일본 경찰 측에 문의가 필요하다”고만 밝혔습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실종 사건에 가장 핵심은 위치 확인이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휴대전화다"라며 "최대한 빨리 위치 확인만 했어도, 마지막 생존 위치만 확인됐어도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랬으면 지금쯤은 발견했을 수도 있다. 그 점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고 지적 했습니다. 일본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이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국가와 공공단체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제6조는 ‘이 법률은 외국인이 피해자인 경우에는 상호보증이 있을 때에만 이를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일본 국가배상법이 우리나라 국가배상법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본과 우리나라의 상호보증이 인정된다고 한바, 이에 의하면 일본에 국가배상 청구도 가능할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일본 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우리 정부 측에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수단 같은 건 없습니까?
◇강은하: 재외 공관에서는 해외에 경찰관을 파견하고 있는데요, 이를 경찰주재관이라 합니다. 경찰 주재관을 추가 파견하여 수사 공조를 확대하거나, 수사를 촉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마지막으로 확인된 행적이 2023년 6월 7일이라는 건데 그 이후로도 카드 사용이라든지, 통화 기록 같은 생활 반응이 완전히 끊겼다는 거죠?
◇강은하: 네. 그 후로 이렇다 할 생활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2023년 10월 로스앤젤레스(LA) 보건당국이 공개한 신원불명의 아시아계 남성이 윤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원화: 미국 LA요?
◇강은하: 네. 해당 남성은 지난 9일 해안지역인 LA 샌피드로 주택 단지에서 머리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는데요. 병원으로 실려간 신원 불상의 남성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LA 보건당국은 얼굴 사진을 비롯해 발견 장소, 소지품 등의 정보를 지역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생김새와 소지품을 근거로 미뤄 이 남성을 윤씨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주 LA 대한민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해당 남성의 지문을 채취해 한국에 보낸 뒤 윤씨의 것과 대조했지만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원화: 윤 씨가 실종된 지도 벌써 2년하고도 2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윤 씨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매일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릴 가족들의 심정,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겠다 싶거든요.
◇강은하: 윤씨의 실종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그중에서도 '범죄 피해' '교통사고' '바닷가 실족' '극단선택' 등 4가지 가능성으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4가지 가능성 또한 모두 확인되지 않은 추정일 뿐이고 특히 당시 윤씨가 극단선택을 할 만한 사정도, 징후도 없었다는 것,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휴식 차원에서 여행을 떠났다는 점에 비추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윤씨가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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