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핵무력 더 강조한 김정은...북한은 왜 핵을 포기하지 않나?

[와이파일] 핵무력 더 강조한 김정은...북한은 왜 핵을 포기하지 않나?

2022.04.28.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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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핵무력 더 강조한 김정은...북한은 왜 핵을 포기하지 않나?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화면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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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제3조 4항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명시됐다.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 ‘비핵화’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판문점 선언’이 최초였다.

그러나 올해 4월 25일 열린 북한의 ‘항일 빨치산 유격대’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력을 더 급속도로 강화 발전시키고” “어떤 상황이나 목적에서도 핵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지킬 의도가 없었는지 이번에는 핵 미사일의 다종화는 물론 유사시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북한이 핵개발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국가의 생존, 즉 체제 보장을 위해서, 김정은 정권 유지를 위해서, 대내 결속을 위해서 등이다. 북한의 국가안보적 측면이 주로 거론됐는데, 같은 이유로 비핵화를 했던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을 보면 김정은 정권은 더욱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핵무력을 급속도로 강화’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열병식 메시지를 보면 또 다른 이유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체 50여 개의 열병식 메시지 문장 가운데 ‘혁명’이라는 단어를 40여 차례 언급하고 있다. ‘혁명’이라는 단어에 ‘혁명 무장력’과 ‘혁명 무력’, ‘혁명 위업’, ‘혁명 군대’라는 말을 섞어 사용했다. 이른바 혁명 수단으로서의 핵무력이다.

북한이 지난해 1월 당 대회에서 기존 당 규약에 나와 있는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여기서 '전국'이란 말은 한반도 전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를 두고 이른바 ‘남조선 혁명전략’을 포기했다는 분석과 포기하지 않았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불분명한 상황이라면 북한은 여전히 남한을 혁명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판단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은 전쟁억지 수단을 넘어 ‘혁명 수단’이 될 수 있고, ‘혁명’을 위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김 위원장은 “조선인민혁명군의 무장대오에서 강철의 힘이 벼려졌고, 항구적 의의를 가지는 위대한 전통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강해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북한 핵개발의 뿌리는 조선인민혁명군, 즉 '항일 유격대 정신'에서 시작됐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전통’ 가운데 하나로 규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핵을 포기하면 무장력을 강화해온 전통을 포기하는 것이 되고, 전통을 포기하게 되면 백두혈통으로 이어져 온 북한의 전통적 지배연합이 혁명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보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국의 협상이나 압박이 끼어들 여지는 적어보인다. ‘백두혈통’과 ‘지배연합’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한 하나의 '전통적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함택영은 <국가안보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저서에서 북한의 군비증강과 관련해 “군부 관료집단의 무절제한 군비 확장 압력으로 남한이나 한미의 대북정책과 상관없이 꾸준히 군비를 증강한다”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북한의 군비확장이 외세의 공격을 억제하는 ‘생존 수단’이나 ‘혁명 수단’을 넘어 습관화 돼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이유가 체제 보장이나 정권 유지 등이라면 협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습관이 고질화돼 핵이 하나의 신념으로 발전했다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믿음이나 기대는 아주 지독한 ‘희망 고문’이 된다. 이것은 기우일까.

김문경
통일외교안보부장

YTN 김문경 (mk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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