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北 태풍 피해, 북한판 '재난방송' 눈길...김정은, 현장 시찰

[취재N팩트] 北 태풍 피해, 북한판 '재난방송' 눈길...김정은, 현장 시찰

2020.08.28. 오전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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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8호 태풍 '바비'로 북한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일 바로 수해 현장을 찾아 대응 상황을 보고받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북한이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수시로 기상 정보를 전하는 등 일종의 '재난방송' 특보를 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김도원 기자!

강한 태풍 북상에 북한도 잔뜩 긴장했었는데요.

피해 상황 실제 어떻습니까?
[기자]
우선 북한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가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옥수수 등 농작물이 쓰러지고 많은 비로 일부 농경지가 침수되고 공공건물 지붕이 날아가고 나무가 부러져 도로가 차단된 곳도 수도 평양 부근에서도 주택이 파손되거나 건물 지붕이 벗겨지고 농작물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곳곳에서 일어난 피해 상황을 전했지만 정확한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요즘에 북한 방송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태풍 관련 기상정보를 실시간 보도했는데 이 부분이 눈길을 끌었죠?

[기자]
북한은 평일 오전에는 방송을 하지 않는데, 어제는 전날 밤부터 종일 방송했습니다.

기록영화 등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태풍 특보로 전환, 5~10분 정도 기상정보 전달하는 형태였는데요.

영화 대사가 나오는 중간에 갑자기 툭 끊가 그야말로 갑자기 툭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

북한 방송이 이런 속보를 내보내는 건 가끔 있는 일이지만, 이번처럼 오래 속보 체제를 가동한건 이례적입니다.

주민들에게 태풍 피해 방지 관련 대책을 집중 홍보하라고 한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 영향인 듯으로 보입니다.

[앵커]
취재진이 비를 맞으며 생생한 현장 보도를 한 것도 많은 시청자 분들은 보셨을 텐데 북한에서는 이것도 이례적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 보면 북한 방송은 다양한 형식으로 태풍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아나운서가 우리 기상청에 해당하는 기상 수문국 사무실에 찾아가서 방송을 하기도 했고요.

또 비를 맞으면서 야외에서 보도를 하기도 했는데 이런 식이었습니다. 들어보시죠.

[조선중앙TV(어제 오전) : 지금 현재 시각은 7시 30분입니다. 이 태풍 8호가 지금 평양시와 가까워짐에 따라서 그 바람 속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습니다.]

[기자]
다만 생중계는 아니었고, 녹화된 내용인데 1시간 정도 시차가 있었습니다.

태풍이 중국으로 빠져나간 낮 12시 이후에는 특보도 끝났습니다.

실시간에 가깝게 속보 전하고도, 정작 저녁 뉴스에서는 태풍 피해 전혀 다루지 않은것도 특이한 점이었습니다.

[앵커]
달라진 북한의 보도 소식 듣고 오셨고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수해 현장을 방문한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고요?

[기자]
김정은 위원장은 황해남도 태풍 피해 지역을 돌아봤다고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태풍이 어제 지나갔으니 당일 바로 현장 방문에 나선 셈인데요.

김 위원장은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피해 정도가 예상보다 적다며 다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비바람에 쓰러진 이삭과 옥수수를 살펴본 뒤, 농경지 복구에 당 인력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수해 현장을 찾은 것은 이달 초 황해북도 장마 피해 현장을 방문한 뒤 20여 일 만입니다.

황해도는 주요 식량 생산 지역이기도 하고, 또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 이미지를 다자기 위해 신속하게 현지 시찰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태풍 피해가 꽤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천만다행이라고 치하했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기자]
당 간부들 질책 잦았던 김정은 위원장 이번에는 칭찬을 했습니다.

국가 위기대처 능력이 현저히 개선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간부들을 격려했는데요.

당 관료들의 사기를 북돋우면서, 다가오는 당 창건 75주년을 감안해 계속 열심히 일하도록 독려하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화면을 보면 수행 인원도 단촐한 모습입니다.

갑작스럽게 현장방문을 결정한 탓인지 아니면 실용적 차원에서 최소화한 것인지는 향후 현지시찰 모습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김도원 통일외교안보부 기자와 북한 태풍 피해 대응 방향 그리고 달라진 북한 재난방송까지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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