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민·군에 어떤 효과?

[취재N팩트]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민·군에 어떤 효과?

2020.07.29. 오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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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도 고체연료 사용 가능…연료제한 풀려
고체연료 발사 비용 액체연료의 10분의 1 수준
고체연료 사용으로 다양한 로켓 개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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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청와대가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처럼 우주 로켓 개발에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의 우주 발사체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이게 민간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국방부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김문경 기자!

먼저, 어제 청와대가 발표한 내용 간단하게 정리해 보죠.

[기자]
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고체연료든 액체연료든 제한 없이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나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서 쏘아 올린 우리 군 최초의 통신 위성 아나시스 2호의 경우는 액체연료를 사용했는데요.

여기에 고체연료를 이용해 우주 로켓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는 거죠.

어떤 연료를 쓰든 문제가 없다는 게 이번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의 포인트입니다.

[앵커]
액체연료로도 지금 발사가 가능한데, 굳이 고체연료까지 사용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액체와 고체연료의 효율성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비용입니다.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액체연료로 발사하는 것보다 발사 비용을 10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제 청와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이런 표현을 했죠.

"액체연료를 갖고도 저궤도에다 쏘아 올릴 수 있지만 이는 짜장면 한 그릇을 10톤 트럭으로 배달하는 것과 똑같은 개념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장거리 인공위성은 대부분 액체 연료를 이용해 발사합니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에 비해 1-2시간의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꾸로 연비가 떨어져 수만 km 상공으로 보내는 추진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참고로 액체연료를 이용해 지난 21일 발사된 군 통신 위성 아나시스 2호는 3만 6천km 상공을 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500km에서 2천km 이내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릴 때는 비용이 싼 고체 연료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이런 제한이 모두 해소돼 다양한 로켓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고체연료 사용이 지금까지 왜 통제됐던 건가요?

[기자]
네,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고체연료를 이용한 우주 로켓을 쏘아 올리는 데 왜 한미 미사일지침이 등장 하냐는 겁니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요.

한미 미사일지침, 이를 다른 말로 얘기하면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입니다.

이 지침이 박정희 정부 때인 1979에 한미 정부 간에 체결됐습니다.

이 지침에 의해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하는 미사일 사거리는 당시 180km 이내로 통제됐고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 사용이 제한됐습니다.

박정희 정부는 1970년대 초 주한미군 철수가 가시화되자 북한의 위협에 맞서 독자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가 개발하는 미사일이 핵미사일로 발전할 가능성을 우려해 미사일 개발 기술을 이전하는 대가로 개발에 제한을 두는 미사일 지침을 체결한 겁니다.

우리는 미사일 개발 기술을 얻게 됐고, 미국은 동북아 군비증강이 과열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지침이라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한미 간 동맹 협력 차원에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한미 미사일 지침은 3차례 개정돼 사거리는 800km까지로, 탄두 중량은 무제한으로 늘어났고, 그 덕분에 단거리 탄도 미사일 현무-4 시험 개발도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 사용이 금지된 것 역시 군사용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한 결과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미사일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과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네, 액체연료는 발사 전 1-2시간의 연료주입이 필요한 데다 주입 후 바로 발사하지 않을 경우 연료에 따른 로켓 철강의 부식현상이 발생합니다.

또, 액체연료로 미사일을 쏠 경우 연료주입 때 정보망에 의해 발각될 가능성이 높아 역공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료주입이 필요한 만큼 미사일 발사 장소가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이런 단점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적의 감시망을 피해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을 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고체연료를 이용한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사거리 3천km에서 5천5백km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IRBM과 사거리 5천5백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자유자재로 쏠 수가 있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도 앞으로 이런 중장거리 미사일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기자]
아직은 할 수 없습니다.

고체연료 사용제한이 풀렸다 해도 사거리를 800km 이내로 제한한 미사일 지침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청와대는 이 부분도 향후 해제될 가능성도 열어 놓았는데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미사일 지침 체결도 단순 무기 개발 차원을 넘어 양국 정부의 정치적 선택에 따른 결과인 만큼 향후 정치적 여건이 성숙 돼야 800km 사거리 제한 해제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800km를 넘는 미사일은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로 향하는데요.

미사일은 전략무기이자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공격 무기라는 점에서 중국, 러시아와 우리와의 관계나 동맹관계인 미국이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에 따라 800km 사거리 제한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체연료를 이용한 우주 로켓은 언제든지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데요.

이번에 미국이 개정에 합의한 것도 최근 미중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국이 중국한테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해제할 수도 있다는 묵시적 압력을 보낸 것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상황까지 온다는 건 동북아 정세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우리는 이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최저 500km의 저궤도를 도는 군사정찰위성을 자체 기술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는데요, 당장은 미사일 보다는 위성기술이나 산업발전에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국방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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