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코로나19시대에 샤넬백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생생경제] 코로나19시대에 샤넬백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2020.05.15. 오후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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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코로나19시대에 샤넬백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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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코로나19시대에 샤넬백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9152님께서 문자 보내주셨어요. 아마 자녀분의 초등학교 온라인학습 게시판인가 봐요. 거기에 아이들이 어디 가고 싶은지 쓰는 게 숙제였나 보죠? 롯데월드 가고 싶어요. 외할머니 댁 가고 싶어요. 그리니치 천문대 가고 싶어요. 어떤 친구는 학교에 가고 싶어요. 아우 짠해라. 이렇게 쓴 거 캡처해서 보내주셨는데, 이렇게 아이들은 여기가 가고 싶은데 지금 샤넬백 사러 가신 분들이 또 많으세요. 오늘 우리 2부 주제가 샤넬백입니다. 저는 사실 이해가 안 가요. 그런데 샤넬백을 880만 원 주고 사려고 오픈런이라는 게 있던데, 오픈런이 무슨 뜻이에요?

◆ 김헌식 문화평론가(이하 김헌식)> 오픈런이라는 건, 문을 열자마자 한정된 수량 때문에 빨리 달려가서 먼저 손을 뻗어서 넣는 과정을 오픈런이라고 이야기하죠. 한정판매, 이런 상황인데. 사실 이거는 샤넬사의 횡포가 아닌가.

◇ 김혜민> 샤넬사의 횡포다. 왜요?

◆ 김헌식> 왜냐하면 첫 번째는 왜 줄 서게 합니까? 줄 서게 하는 게 사실은 디스플레이인데. 이만큼 열렬한 모습을 보여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건데, 그건 상품 정보를 제공해주고 하면 충분히 온라인 시대에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닙니까?

◇ 김혜민> 근데 구백 몇만 원 짜리 가방 사는 데 온라인에서 어떻게 클릭 한번해서 사요.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만져 보고 사야죠. 이해는 못 하지만 이들의 마음에 공감 하려고는 해 봐야죠. 이번에 사실 오픈런 이야기가 나온 게, 샤넬백 가격이 올라간다는 거죠?

◆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이하 윤덕환)> 가격이 실제로 올라갔습니다. 5월 14일 부로 가격이 올라갔고.

◇ 김혜민> 그러니까 그 가격이 올라가기 전에 사려고 뛰어갔다는 거죠.

◆ 윤덕환> 디자인이나 바뀐 게 거의 없는데, 가격만 샤넬클래식 플랩백 이런 거는 632만 원에서 769만 원 정도가 됐다고 하고요. 미니백은 26% 정도 올라서 470만 원 정도 한다고 그래요.

◇ 김혜민> 아니 근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올리는 거라면서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만 이렇게 유독 가격을 많이 올리는 이유가 뭐래요?

◆ 김헌식> 사실 우리나라만 올리는 건 아니고. 중요한 건 액수를 많이 올린 것 같고요. 그런데 계속 샤넬 같은 경우는 5번 정도 지난해에도 올렸잖아요. 올해도 세네번 정도, 올해 7개월만에 다시 올린 건데. 왜 이렇게 올리냐는 거죠. 내부적으로는 물가나 여러 가지 상황을 조율해서 올렸다고 이야기하는데 결국에는 이번에 인상하면서 오픈런이 사라졌다는 거 아닙니까.

◆ 윤덕환> 5월 14일 부로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어제는 매장에 손님이 딱 끊겼어요. 거의 없어요.

◇ 김혜민> 그러니까 가격이 너무 높아서요?

◆ 윤덕환> 어제 올랐어요. 오르고 난 다음에는 손님이 전혀 없다는 거죠.

◆ 김헌식> 심리가 뭐냐면 샤넬이 굉장히 비싼데 오른다 그러면, 만약에 100만 원이 올랐다, 그러면 100만 원 오르기 전에 사자. 그러면 이득이다. 이런 심리를 자극하는 거예요. 조금 있다가 다시 또 100만 원 올리겠다. 그러면 사람들이 100만 원 올린대. 그러면 그 전에 사면 100만 원 이득이네. 이런 산수를 한다는 거예요.

◆ 윤덕환> 그러니까 명품 같은 경우는 상품 카테고리 자체가 내부의 기능성이 강조된 제품이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제품 특성을 대중적으로 이런 기능이 좋다고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런 제품의 특징은 제품 자체는 업계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책에 보면 베블런 효과라고 나와요. 과시적 소비라고 해서 어떤 명품의 효용 보다는 과시적 욕구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건데, 그러면 1만 원 짜리는 안 팔리던 게, 100만 원 짜리는 희소해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가격이 그 제품의 기능을 결정해요. 그걸 제일 잘 하는 곳이 샤넬이고. 2016년 17년 그때 보니까 아주 흥미로운 게 명품 브랜드 안에서도 계급이 있어요. 샤넬하고 에르메스나 루이비통 이쪽이 상위 계급이고 그 밑에 구찌나 이런 게 있는데. 얘네들이 가격 결정을 하면 뒤에 애들이 따라갑니다. 기준선이 있는데 다른 애들은 그 가격을 좀 내리고 있어요. 그런데 샤넬이 가격을 올리고 있죠. 물론 국가별로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올리는 거 아니야? 이렇게 될 수 있는데 이런 욕은 하도 먹어서 글로벌로 대충 맞추고는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스타벅스도 마찬가지이고.

◇ 김혜민> 가격을 맞추는구나. 스타벅스도 우리나라가 좀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 윤덕환> 그것도 10년 전 이야기고. 10년 전후에는 차이가 났는데, 예를 들어서 지는 2월에 마지막으로 영국을 탈출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으로 봤던 거는 영국은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가 3.4 유로이거든요. 그러면 4,400원 정도 합니다.

◇ 김혜민> 비슷하네요. 우리나라가 유독 높았던 것은 맞는데

◆ 윤덕환> 지금은 실시간으로 비교가 다 되기 때문에 글로벌로 다 맞추고 있어요.

◇ 김혜민> 그런데 샤넬백을 그렇게 사는 이유가요. 샤넬테크라고 아세요? 사면 팔 수가 있는데 그걸 굉장히 가격을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

◆ 김헌식> 그게 아니라고 나왔어요. 가격이 계속 올라가니까 사서 놔두면 리셀이라고 해서 요즘에 리셀 많이 하잖아요. 티켓 같은 경우. 그래서 명품을 사게 되면 팔게 되면 오른 것에 비해서 전에 샀으니까 차액을 남길 수 있겠다고 하는데, 아는 사람들은 샤넬백은 연도별로 가격이 매겨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산 것을 지금 판다고 해서 차액을 얻는 게 아니고 그 당시에 산 가격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매겨서 판매하기 때문에 샤넬테크는 적당하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어서. 만약에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고 오픈런을 하셨다면 잘못 생각하신 것이다. 이런 보도가 나오고 있어요.

◇ 김혜민> 샤넬테크 때문에 하신 분들은 실제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저는 기사들도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 윤덕환> 에르메스는 제품 자체가 아주 희소하기 때문에 몇 개 안 되거든요. 그러면 아주 몇 명만 경쟁이 붙어도 되게 크게 보여요. 그런데 사실은 이게 수요 자체가 미미한 수준으로 많지가 않아서 언론사가 관심이 있기 때문에 취재를 했는데, 동시다발적으로. 그래서 기사의 양 때문에 현상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어요.

◇ 김혜민> 그러니까요.

◆ 윤덕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샤넬이 실제로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명품시장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과시욕구나 모방욕구 같은 식의 사회적 비교 욕구를 자극해야 하는데, 이게 젊은 층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근거가 많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샤넬이 마케팅을 잘 하긴 해요. 2010년대 중반부터는 인사이드 샤넬이라고 해서 샤넬 스토리를 팝니다. 2-3분 짜리 동영상을 올리는데 굉장히 재밌어요. 영화 같아요. 코코 샤넬의 옛날 이야기, 전쟁 이야기, 스커트를 왜 잘랐는지, 보면 빠져들어요. 조회 수도 아주 높아요. 몇천 만 건이에요. 그거로 젊은 층들이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샤넬을 내면화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 식이긴 한데 어쨌든 지금 볼 때 이게 지속가능할 것이냐. 제가 볼 때는 지속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코로나 같이 불안한 시기에는 사람들이 안전이나 생물학적으로 기본적인 욕구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면 사회의 욕구는 상위 욕구거든요. 상위의 욕구는 안전의 욕구를 절대 이길 수 없어요. 이런 욕구가 어느 정도 자기의 안전이 보장될 때 사회 비교 효과가 나오는 거지. 명품은 누군가가 있어야 기능을 하잖아요. 이게 800만 원 짜리야? 하고 한 번에 알아봐줘야 하는데.

◆ 김헌식> 이런 현상도 사실은 코로나19 이전의 습성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저는 다 언론들이 낚였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제가 말씀드렸던 오픈런을 왜 하느냐, 그런 행사를. 결국은 언론 그림용으로 쫙 뿌린 거 아닙니까.

◇ 김혜민> 그러니까요. 그러면 지금 코로나19 이야기 하셨는데, 오히려 샤넬이 아는 게 아닐까요? 코로나19 이후에는 정말 이 백을 사는 사람들은 진짜 부자. 오픈런 안 해도 되고 여유 있게 가서 살 수 있는 사람들만 사는 상황이 오니까 가격을 확 올리자, 가격하고 상관없이 살 수 있을 거다. 이런 생각으로 하지 않았을까요?

◆ 김헌식> 청담동에 있는 모 백화점 명품관에는 VIP리스트,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분들이 20명이 안 됩니다.

◇ 김혜민> 그분들이 70%를 사요?

◆ 김헌식> 전체가 1000명이고 20명이 안 되는 사람이 소비를 하면 나머지가 980명이 그것을 가지기 위해서 쇄도하도록 마케팅을 하는 거 아닙니까.

◆ 윤덕환> 그 레토릭이 현빈이 나왔던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에 나와요. 그 전략이. 10명에게 주면 됩니다. VIP 100명에서 10명으로 줄이세요.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딱 그 프레임입니다.

◇ 김혜민> 진작 코로나19 이후에 이 명품도 마케팅이 바뀔 수 있겠네요.

◆ 김헌식> 그런데 한 가지 그런 지적은 있었어요. 복수 소비이다. 보복 소비. 왜냐하면 그동안 굉장히 억압되어있고, 피로가 있는 상황이고요. 또 경제적으로 보면 구매력이 축적되고 있어요. 지금 돈을 안 쓰고 계시기 때문에 그걸 샤넬로 갈 거냐.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 거냐.

◇ 김혜민> 오늘 토론 아니고 수다 샤넬백과 클럽 이야기 해봤는데요. 샤넬백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또 그들만의 이유와 명분이 있어요. 그걸 비난하는 게 아니라 현상을 저희가 수다로 풀어본 겁니다. 오해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달에 만나요. 고맙습니다.

◆ 윤덕환> 감사합니다.

◆ 김헌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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