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미정상 통화...北 식량 지원으로 비핵화 대화 재개 물꼬틀까

어제 한미정상 통화...北 식량 지원으로 비핵화 대화 재개 물꼬틀까

2019.05.08.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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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단거리발사체 발사 사흘 만인 어젯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혔는데, 북미 비핵화 대화가 재개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청와대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히 들어보죠. 김도원 기자!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게 시의적절하다는 게 어제 청와대가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인데요. 북미 대화가 소강 국면인 상황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겠군요?

[기자]
한미 정상은 유엔 식량농업기구 등이 발표한 보고서를 언급했는데요.

보고서는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이 천만 명이 넘는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40%에 해당하는 인구에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난 3일 이 보고서가 나오면서 대북 식량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바로 다음날 북한이 단거리발사체를 쏘면서 대북 지원은 당분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한미 양국이, 정상 차원에서 대북 식량지원 추진 의사를 밝힌 겁니다.

특히 미국이 대북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는 해소됐습니다.

북한의 단거리발사체 발사 이후에도, 한미 양국이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북한에도 대화 재개의 명분을 주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인도적 식량 지원에는 국내 보수진영도 일부 동의하는 지점이 있어서 우리 정부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덜하기도 합니다.

지원할 식량 품목이나 양, 전달 방식에 대해 청와대는 이제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한미 정상 통화 이후 미국 측 발표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는 내용은 빠졌는데요.

[기자]
외교에서 양측 발표문이 다른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그것조차 양국이 미리 조율하고 발표하는 것이고요, 왜 다르게 나왔는지를 봐야겠죠.

청와대는 두 정상이 나눈 대화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 거라고 설명했는데요.

양측이 이견이 있을 때 이런 경우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한미 양국이 역할 분담 차원에서 발표 내용을 달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 전까진 제재 완화도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고수해왔습니다.

반면 우리는 지속해서 중재 의사 밝혀오면서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고요.

이번에 우리 측만 식량지원 문제를 언급한 건,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건 결국 한국이다, 그러니 북미 대화를 원한다면 북한이 남북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미국 발표문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문구를 담았죠.

북한에 대화 복귀를 설득하는 역할을 한국에 맡기면서 대북 협상력도 높이고, 정치적 부담도 덜 수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일종의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로 역할을 나눈 모양새입니다.

마침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내일 방한해 우리 측과 협의할 예정인 만큼, 대북 식량 지원 방안도 협의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비건 대표는 청와대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데 문 대통령 면담 여부는 아직 미정입니다.

[앵커]
또 한가지, 한미 정상이 어젯밤 통화에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한 평가도 밝히지 않을까 했는데,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어요.

[기자]
발사체가 미사일이다, 발사 훈련은 도발이다, 아니다, 이렇게 따로 규정하진 않았습니다.

발표문은 한미 양국이 대응을 잘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요.

앞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단거리발사체 발사가 대남·대미 압박용이면서도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긴밀한 한미 공조 아래 대응했다'는 문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발사체 분석부터 대응 수위까지, 미국과 상세히 정보를 공유하며 움직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나친 긴장 고조를 막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비핵화 협상 재개 동력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로 보입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를 깨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걸 높이 평가했는데요.

김 위원장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소강 국면인 상황에서 대북 식량 지원이 유력한 카드로 떠올랐는데,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국면 전환의 좋은 계기라는 점에서 북한이 응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이 긍정적이라면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비롯해 남북 접촉이 잇따라 열리면서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걸림돌입니다.

실제로, 지난겨울 우리 정부가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20만 명분을 북한에 지원하려고 했지만, 북한의 반응이 없어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재작년 결정했던 국제기구를 통한 8백만 달러 대북지원 역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인도적 지원은 유엔 대북 제재와 무관하게 받을 수 있는 건데, 이를 굳이 비핵화 협상 복귀와 연계하는 것을 북한이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초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이 어느 정도는 확인돼야 협상에 나서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못 믿는 건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정리하자면 이번에 식량지원을 받아들이면서 대화를 재개할지, 좀 더 버티면서 판돈을 키울지는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렸다고 하겠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제쯤 올까요?

[기자]
어젯밤 한미 정상 통화에서도 '가까운 시일 내'라고 했지만,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말과 다음 달 잇따른 일본 방문을 계기로 보고 있는데요.

애초엔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뒤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이 결과를 논의한다는 게 기본 계획이었죠.

하지만 벌써 5월 초순이 지나가는 상황에서 이달 내 남북정상회담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기를 확정짓지 못 하는 건 이런 이유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두 번이나 가는데 우리나라는 한 번도 안 온다면 '코리아 패싱' 논란이 또 나올 게 뻔합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어떻게든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봐서는 이달보다는 다음달 방한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이번에 비건 대표의 방한에서 이 문제도 논의될지 관심입니다.

[앵커]
김도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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