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청와대, 김학의 대면조사 무산...닷새 뒤 임명"

"朴 청와대, 김학의 대면조사 무산...닷새 뒤 임명"

2019.03.27. 오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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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을 미리 알고, 임명 전 대면조사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YTN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대면조사 날짜만 잡은 뒤 잠적했고, 청와대는 닷새 뒤 차관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조은지 기자!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경찰이 보고하지 않아 김학의 사건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대면조사까지 계획했다면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닌가요?

[기자]
정황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김학의 전 차관을 지난 2013년 3월 8일 직접 만나기로 했습니다.

별장 성범죄 의혹에 대한 첩보가 돌았고, 차관 임명 전 사실관계를 따져보기 위해 직접 불러 대면조사를 하기로 한 겁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YTN과의 통화에서 김 전 차관이 3월 8일 조사에 오겠다고 말했지만, 갑자기 취소했다고 기억했습니다.

관계자는 그 날이 금요일이었는 등 구체적인 상황까지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당시 대전고검장이던 김 전 차관은 청와대를 가기 위해 KTX를 탔다는 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고,

닷새 뒤인 2013년 3월 13일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습니다.

당시 관계자는 첩보가 상당히 구체적이라 김 전 차관의 대면조사가 필수였지만, 끝내 무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청와대가 대면조사까지 계획했다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알았다는 얘기 아닙니까?

[기자]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또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모두 김 전 차관 의혹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 조응천 의원은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 관련 추문을 알아 구두와 서면으로 윗선에 올렸다가 되려 질책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 인사를 임명하면 대통령 타격이 크고 국정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찰, 특히 수사 책임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까지 거듭 물어봤지만, 내사조차 없다고 답변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곽상도 의원의 말도 똑같습니다.

당시 사정업무를 총괄했던 민정수석 곽 의원은 경찰에서 첩보도, 내사도 없다고 보고받았는데 김학의 차관 임명 당일 느닷없이 내사 중이라고 경찰이 밝혀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의 허위 보고라고 정의했습니다, 관련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곽상도 / 자유한국당 의원 (어제) : 감찰보고서에 제일 중요한 항목이 뭡니까?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아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항목 아닙니까? 그 부분에 대한 게 경찰이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 나머지 얘기들은 시중에 도는 소문입니다.]

조응천 의원은 그래서, 어쨌든 경찰이 거짓말을 한 거니까 허위 보고 경위서를 쓰게 하고, 질책성 인사로 당시 경찰청 수사팀을 물갈이했다고 YTN에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것, 즉 직권남용을 스스로 고백한 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보고과정에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경찰 감찰을 통해 잘잘못을 가린 뒤, 징계 절차에 착수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곽상도 의원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수사 대상으로 권고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조응천 의원은 수사권고 대상에서 빠졌죠? 자유한국당이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기자]
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발표한 수사권고 대상은 곽상도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입니다.

조응천 의원이 빠진 것에 의견이 분분하긴 합니다.

특히 한국당은 야당 입막음을 위한 표적수사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곽상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 씨 부부의 해외이주 의혹 등을 집요하게 제기해서 타깃이 됐고,

조응천 의원과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등 여권 인사들을 수사대상에서 뺀 것이 정치보복의 증거라는 건데요.

나경원 원내대표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한마디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나경원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인사검증의 담당관, 주 책임자가 누구입니까. 바로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입니다. 조응천도 역시 그 수사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야당 입막음용 수사라고 주장하는 논거가 되는 것입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자꾸 물타기를 한다며, 수사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조응천 의원이 빠진 것은 검찰이 인사검증 과정보다는, 경찰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여당은 또 김학의 사건 진상규명에 협조하는 것이 제1야당의 할 일이라고 한국당을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천인공노할 권력형 범죄가 은폐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권력자가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누군가의 비호로 6년째 진상 규명조차 안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수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6년 전 김학의 사건의 불똥이 정치권을 뒤덮었는데, 향후 정국 주도권은 물론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숨죽인 분위기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은지[zone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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