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① “몇 초 만에 고꾸라져”...SLBM 수중사출시험 '삐걱'

단독 ① “몇 초 만에 고꾸라져”...SLBM 수중사출시험 '삐걱'

2021.04.06. 오전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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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① “몇 초 만에 고꾸라져”...SLBM 수중사출시험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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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군이 SLBM으로 개조하고 있는 현무-2B 탄도미사일


우리도 SLBM 만들었다?

지난 1월 13일, 우리 군이 잠수발사탄도미사일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지상 사출 시험에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수중 발사에 앞서 지난해 육상에 수직발사관을 설치해 놓고 여러차례 쏴봤다는 겁니다. SLBM 개발 과정은 지상사출시험 → 수중사출시험 → 잠수함탑재시험발사 크게 3단계로 나뉩니다. 이제 첫 단추를 끼운 셈입니다. 당시 국방부는 “단위 전력에 대한 개별적인 확인이 제한된다”면서도 “전력 현대화를 통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등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고, 앞으로 이를 더욱 보완할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SLBM 개발을 공식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되기도 했습니다. 언론 보도는 우리 군이 이미 SLBM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앞서 나갔습니다. 그러나 YTN이 취재한 내용은 조금 달랐습니다.

"몇초 만에 고꾸라졌다"

우리 군이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 개발의 두 번째 단계 ‘수중 사출 시험’을 진행한 사실이 YTN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수중 사출 시험이란 말 그대로 바닷속에서 미사일을 쏴보는 걸 말합니다. 첫 시험은 지난 1월이었습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고 합니다. 군 소식통은 “미사일이 물 밖으로 솟구친 뒤 몇 초 만에 고꾸라졌다”라고 전했습니다. 군 당국은 전열을 재정비해 지난달 (3월) 하순 두 번째 시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수직발사관(Vertical Launch System)이 잘못됐다는 말도 들립니다. 군 고위관계자는 "비밀 사업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수중 사출 과정에서 충격이 발생해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탄(SLBM)의 문제는 없었다"며 '실패'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 美 해군 SLBM 트라이던트-2 (Trident-II) 시험 발사 실패 장면 (1988년)

SLBM은 보통 잠수함 수직 발사관에 미사일을 장착하고 수심 10m~20m 쯤으로 가라앉은 상태에서 쏘아 올립니다. 수중 발사인 만큼 발사관에서 곧바로 로켓을 점화하는 ‘핫론치(Hot Launch)’가 아니라 ‘콜드론치(Cold Launch)’ 방식을 활용합니다. 발사관 안의 압축가스를 이용해 먼저 미사일을 물 밖으로 밀어 올린 뒤 공중에서 로켓을 분사하는 ‘이중발사’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게 ‘자세제어’입니다. 물 밖으로 튀어 오른 미사일이 해수면을 박차고 날아오를 수 있도록 적절한 각도를 잡는 과정입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지상에서의 콜드론치 기술은 우리 군이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었을지 몰라도, 수중 콜드론치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합니다. “해류와 수압, 파도 등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만약 자세를 바로 잡지 못한 채 로켓이 분출할 경우 공중 폭발하거나 얼마 못 가서 추락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개발 완료?

물론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우리 보다 앞서 SLBM을 개발한 북한도 숱한 실패를 거쳤습니다. 북한의 첫 SLBM ‘북극성’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 2015년 5월 9일 바지선을 이용한 ‘수중사출시험’에 성공한 뒤부터였죠. 그리고 2016년 8월 24일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한 SLBM이 500km를 날아가기까지 1년 넘게 걸렸습니다. 그사이에 확인된 실패만 3차례입니다. 2015년 12월엔 SLBM 발사에 실패해 잠수함이 파손됐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미사일을 잠수함에 직접 탑재해 발사하는 건 SLBM 개발의 마지막 단계, 북한은 우리보다 진도를 더 나간 상태에서도 여러 번 실패한 겁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도 잠수함의 수직발사대를 비스듬히 기울이거나, 콜드론치 충격을 분산하는 압력 가스 배출구를 만들고, SLBM에 자세제어용 보조 날개를 부착하는 등 수차례 보완을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단독] ① “몇 초 만에 고꾸라져”...SLBM 수중사출시험 '삐걱'

▲ 북한 신포급 잠수함과 '북극성-1형(SLBM)' 개조 전후 사진 비교

하지만, 수중 사출 시험이 삐걱거리면서 우리 군의 SLBM 개발 계획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개발 완료를 염두에 뒀던 군 입장에선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입니다. SLBM을 탑재하는 3천 톤급 잠수함도 이미 2대(도산안창호함, 안무함)나 진수를 마친 상태입니다. SLBM 개발이 지체될 경우 잠수함 전력화도 그만큼 늦어지게 됩니다. 혹은 실탄 없이 빈 함정만 바닷속을 누벼야 할지도 모릅니다. 더 큰 논란은 핵탄두 없는 SLBM이 과연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느냐입니다.

※ 후속기사 : ② '팥소 없는 팥빵'…핵탄두 없는 SLBM, 실효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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