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집이 된 '플라스틱 쓰레기'

[세상교과서] 집이 된 '플라스틱 쓰레기'

2016.03.12. 오후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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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려진 플라스틱 페트병 하나가 썩어서 없어지기까지는 적어도 1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재활용하지 못한 플라스틱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는데요.

오랜 시간 형태가 남아있는 플라스틱으로 만약 가구나 건물을 만들어 본다면 어떨까요?

이지은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기자]
학생들이 커다란 쓰레기 꾸러미를 하나씩 들고 이동합니다.

청소 자원봉사라도 하는가 싶지만 애써 모은 쓰레기를 바닥에 도로 쏟아놓는데요.

쓰레기들을 빈 페트병에 억지로 밀어 넣기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무엇을 만들고 있는 걸까요?

[스미아리 / 16세. 고등학생 : 친환경 벽돌을 만들고 있어요. 물을 넣었던 페트병 속에 버려지거나 필요 없는 플라스틱을 수집해서 넣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친환경 수업입니다.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쓰레기로 친환경 벽돌을 만드는 건데요.

이 벽돌은 다양한 물건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쿠타미 / 고등학생(16세) : 앞으로 다 쓴 페트병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친환경 벽돌을 만들어서 의자나 테이블 같은 것도 만들 거예요.]

친환경 벽돌 캠페인은 환경 운동가인 러셀 마이어 씨가 처음 시작한 겁니다.

필리핀에서 살던 러셀 씨는 사람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냥 불에 태우는 것을 보고 이 운동을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러셀 마이어 / 캐나다인 환경 운동가 : 친환경 벽돌로 우선 저의 집을 만들었어요. 제 필리핀 이웃도 이 아이디어를 좋아하고 똑같이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학교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이 일을 학교에서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넘쳐나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던 필리핀에서 러셀 씨의 '친환경 벽돌'은 금세 퍼져나갔는데요.

시작한 지 4년 만에 필리핀 학교 8천여 곳에서 친환경 벽돌로 만든 건물이 들어서는 등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누구나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네요.

[러셀 / 캐나다인 환경 운동가 : 친환경 벽돌의 중요하고 또 아름다운 기술 중 하나는 아무런 돈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벽돌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기술이나 기계 장치도 필요하지 않아요.]

필리핀에서 친환경 벽돌이 자리 잡은 뒤 지난해부터 러셀 씨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 환경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는 '쓰레기 인공섬'이 생길 만큼 쓰레기 매립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친환경 벽돌'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합니다.

[호아얀 드라사마 / 교장 선생님 : 친환경 벽돌은 쓰레기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친환경 벽돌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정원이나 건물을 만드는 데 더욱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 유치원 아이들은 자신의 몸집보다 크게 친환경 벽돌을 쌓아서 놀이기구를 만들었습니다.

무게도 가벼워 마치 블럭 처럼 다양한 모양으로 조립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 페트병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되겠죠.

[브라이언 / 유치원생(5세) : 저는 벽돌로 우주선을 만들었어요. 이걸로 하늘을 날 수 있어요.]

자연을 오염시키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친환경 세상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모습.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노력이 환경을 위한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YTN 월드 이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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