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우리나라 초암차, 일본 다도에 큰 영향” 최정간 차(茶) 문화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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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4.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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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우리나라 초암차, 일본 다도에 큰 영향” 최정간 차(茶) 문화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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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 마시는 예법 가운데 ‘초암차(草庵茶) 다도’의 뿌리는 우리나라에서 시작됐습니다.“

도예가이자 차 문화 연구가인 최정간 씨는 "신라 고승인 무상선사가 당나라에서 '선차(禪茶)'를 창시했고, 조선시대 학자인 매월당 김시습이 이를 '한차(韓茶)' 즉, 초암차로 발전시켜 일본 와비차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매월당 김시습은 우리나라 최초 한문소설인 ‘금오신화’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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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30년 동안 100여 차례 중국과 일본의 현지 도서관과 박물관 등을 오가며 차를 연구했다. 이후 이를 집대성한 저서 ‘한차 문명의 동전(東傳)’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 씨는 책을 통해 “16세기 일본 차 정신 가운데 와비차에 영향을 준 사람은 매월당이고, 차 마실 때 쓰는 그릇인 ‘다완’ 역시 조선 남부지방에서 넘어간 것이니 우리나라가 일본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차 정신과 찻그릇 일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식으로 재창조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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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정간 연구가와의 일문일답이다.

Q. 저서를 통해 한·일 사이에서 ‘다도 문화’가 옮겨간 과정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주장을 하셨다.

여기서의 일본 다도란 초암차 다도 즉, 선차를 뜻한다. 7세기 중엽 당나라 때 신라 왕자였던 무상선사에게서 발달한 선차는 불교에서 차를 마시며 수행하는 문화다. 이후 고려시대에 사찰을 중심으로 한 선차 의식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삼국유사 저자인 일연선사도 선차를 발전시켰고, 신라와 가야 차에 대한 기록을 정리했다. 그 후 조선시대 매월당 김시습 선생에게도 선차 정신이 전수됐다. 선차는 ‘초암차’로 거듭났다. 초암차는 농민들이 사는 초가집을 모체로 했다. 청빈을 바탕으로 15세기 일본으로 전파돼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이를 30년 동안 연구한 결실이 바로 저서 ‘한차 문명의 동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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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일본 다도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본 와비차는 한국 ‘초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초기 와비는 고대 광실과 같은 큰 집에서 시작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초암은 초가집 같이 작고 소박한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선비들을 통해 발전했다. 김시습은 선가와 도가, 불가 사상을 바탕으로 선비 차 전통에 이러한 철학적 깊이와 법식을 더했다.


Q. 매월당 김시습에 의해 ‘초암차’가 일본에 전파됐단 사실은 어떻게 밝혔나?

연구의 출발은 35년 전이다. 김시습이 초암에서 일본 외교사절인 스님에게 밤을 새워 초암차 정신세계를 논하는 송별 시를 읊은 것을 매월당 문집 속에서 발견했다. 1988년 강원대에서 열린 매월당 관계 국제 학술세미나에서 ‘일본 무로마치 시대 초암차에 끼친 매월당의 영향’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그 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Q. 도예가면서 특별히 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제 고향인 경주에서 신라의 차 문화에 대한 영감을 받아 자연스럽게 차에 마음이 갔다. 또한 고고학자였던 석당 최남주 선생이 선친이라 어린 시절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친은 일제 강점기에 경주 신라 문화유산을 발굴 보존하는 것이 항일애국이라고 생각하셨다. 경주 들판에 무너진 석탑과 불상들을 일으켜 세우셨고 수많은 문화재를 발굴해 국립 경주박물관에 전시하셨다. 아버지 손을 잡고 신라 차 유적지인 남산 삼화령을 답사하고, 찻그릇을 굽던 토기 요지에서 놀았다. 또 어릴 때 부터 사랑방에서 차 우려마시는 법을 배우곤 했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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