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도자’로 재탄생한 단테의 신곡(神曲), 도자 작가 이윤희 씨

[피플앤피플] ‘도자’로 재탄생한 단테의 신곡(神曲), 도자 작가 이윤희 씨

2016.09.12. 오후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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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도자’로 재탄생한 단테의 신곡(神曲), 도자 작가 이윤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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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두상과 꽃, 말(馬), 해골, 기와, 절단된 신체 등 흰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도자 작품들이 벽면 가득 전시돼 있다.

도자 작가 이윤희(31) 씨의 작품 십여 점이 모인 서울의 한 은행 풍경이다.

이 씨는 "단테의 신곡을 표현했는데 어렵게만 느껴지던 고전 이야기를 시각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는 "단테의 신곡에는 삶의 가파른 여정과 복선, 종교론적인 운명 그리고 인생이 모두 녹아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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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갈수록 어렵다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걸으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차세대 예술가다.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프랑스 국제 세라믹 비엔날레에 초청받아 전시 중이고, 오는 14일에 열리는 영국 스타트 아트페어(START SAATCHI GALLERY)에서는 단독 부스를 제공 받았다.

이 씨는 “제 작품 속 ‘기와’는 우리나라 소재이고 ‘해골’ 등은 해외에서도 익숙한 아이템”이라며 “동서양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균제미를 내세워 글로벌적인 공감을 얻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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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많은 에너지와 고민이 필요한 작품 같은데 생각보다 젊은 작가라 놀랐다.

순수 미술에 가까운 공예 공부를 십년 이상했다. 예전에는 문화재 복원이나 박물관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우연히 본 그레이슨 페리 개인전을 보고 작품을 만드는 활동에 다시 흥미를 갖게 됐다.


Q. 최근 은행에서 전시를 했다. 관람객들 반응은 어땠는가?

벽 부조 작품 9점, 입체 작품 6점이 전시됐다. 대부분 은행에 왔다가 우연히 제 작품들을 만났을 것이다. ‘여기에 왜 작품들이 있지?’하는 호기심 또는 ‘무엇을 표현했나?’하는 진지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뿌듯했다. 앞으로도 은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 기회를 갖고 싶다.

제 작품들은 단테의 신곡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됐는데 이야기가 3가지로 나뉜다. ‘3’이란 숫자는 삼위일체를 뜻하고 내용은 지옥, 연옥, 천국 등 3부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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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백자에 금으로 페인팅을 한 것이 인상적인데 특별히 금색을 사용한 이유는?

신비한 공간과 비밀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금색을 택했다. 많은 작가들이 금색을 이용해 왔는데 특히 황금시대에서의 금색은 당시 그려진 그림들의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유명 화가 클림트가 사용한 금색은 관념적인 이성을 내면에서 표현한다. 1790년대 작가 윌리엄 블레이크는 영적인 것과 유사한 신플라토닉적 이성을 위해 사용했다.

금빛을 배경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신이 창조한 우주에 대한 상징이다. 뿐만 아니라 금색은 중세와 중세 말의 작품들에서 후광을 나타내기 위해 쓰이기도 했다. 비잔틴 미술에서는 금색이 중요한 배경색으로 쓰였고 우주의 무한함을 암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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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입체감이 정교해 작품에 몰입이 잘된다. 사용한 기법은?

과정을 보면 우선 장면을 구상해서 드로잉한 후 원형을 만든다. 이후 틀을 제작할 모양을 만드는 슬립 케스팅, 다듬는 과정의 성형과 건조 등을 거친다. 그리고 섭씨 900도에서 가마작업을 한다. 다음에는 유약을 바르고 드로잉을 하고 더욱 뜨거운 온도에서의 가마작업을 이어간다. 이렇게 하다보면 한 작품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2~3달의 시간이 걸려 완성된다.


Q. 작품 마다 스토리가 있는 것 같다. 주제는 무엇인가?

하나의 이야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옛날에 한 소녀가 살았는데 신탁에 의해 예정된 욕망과 불안으로 행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행복을 찾아서 길을 나선다. 그 길에서 소녀는 여신이 예비해놓은 문제들을 맞는다. 삶과 죽음, 천상의 사랑과 세속적인 사랑, 선과 악 등 다양한 양면성을 경험하게 된다. 삶의 여정을 지나온 소녀는 그 길의 끝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평안을 얻는다. 마침내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이다.

즉, 작품을 통해 삶이란 유에서 무로 돌아가는 과정이고 업으로부터 해탈하는 단계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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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이디어의 원천은?

평소 ‘수집광’이다. 작품에 활용할 만 한 이미지 모으는 것을 좋아하고 수집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또 예전부터 동화책에서 그림 부분을 오려 스크랩했다. 요즘 새롭게 관심을 갖는 주제는 중세시대 건축물, 감로탱화, 단테의 신곡, 중국과 말레이의 혼합 문화나 인종을 상징하는 페라나칸 등이다.


Q.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시하는 가치는 ‘진실’이다. 작업의 주재료인 ‘흙’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고 과정을 속이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흙과 몰드로 작업을 한 후에 성형을 하면 그 사이에 작품이 갈라지는지 여부를 아기 다루듯이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지루한 과정일 수도 있지만 작품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단계라고 본다. 이는 수행, 명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즐기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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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해외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과정은?

도자 작업은 그 부피와 무게 때문에 운송과 포장 등이 힘들다는 것이 특징이라 해외로 운반을 할 때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프랑스에서도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지난 2011년에 한 ‘Une Saison en Coree’ 전시회가 기억에 남는다. 또 작년에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그랑팔레에서 했던 ‘RÉVÉLATIONS’에 주빈국 작가로 초대돼 전시했었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지난 은행 전시회에서는 주제를 세분화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욕망’이라는 소재에 초점을 맞춰서 작업하려고 한다.

또한 꾸준한 전시회는 제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14일부터 영국에서 전시가 있어 집중하고 있으며 다음 달에는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내년 초에는 홍콩 개인전이 있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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