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돼지 태운 차 '풍덩'..."과학수사 실험입니다"

살아있는 돼지 태운 차 '풍덩'..."과학수사 실험입니다"

2016.06.26. 오전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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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이 사람 대신 돼지를 차에 태워 말 그대로 '수장'했습니다.

이유를 모르시면 황당한 사건이죠.

사실은, 미제로 남는 경우가 많은 익사 사고 또는 사건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과학수사기법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백종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승용차 안에 사람 옷을 입힌 돼지와 흉기를 넣고 차 문을 닫습니다.

이어서 차량을 저수지에 빠트립니다.

모든 게 수심 5m 아래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경찰이 왜 멀쩡한 돼지를 수장시켰을까?

사람 피부와 비슷한 돼지가 물속에서 부패하는 과정을 조사해 정확한 과학수사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실험이 진행된 이 담수호에서는 실제로 지난 2012년 수중 시신이 발견됐는데 부패 정도가 심해 지금까지 정확한 사망 시점과 입수 시점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관찰 대상은 시신보다는 착생 생물입니다.

사체에 붙어사는 플랑크톤이나 수생곤충의 성장 정도를 역산하면 물에 빠진 시점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CCTV로 착생 생물의 생장 단계를 촬영해 정밀분석할 예정입니다.

[선 원 /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장 : 수중변사체의 경우에는 부패하거나 수중 동식물에 의해서 증거물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번 실험을 통해서 과학적으로 입수 시점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바닷물에서의 착생 생물 변화도 같은 방법으로 관찰할 계획입니다.

담수호는 오는 8월, 바다 쪽은 11월쯤 최종 실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류성호 / 순천향대학교 의생명연구원 교수 : 어느 생물이 부착돼 있고 또 부착돼 얼마만큼 살아가는지를 파악해서 익사 시점을 알 수 있다는 예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경찰은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마련하기 위한 이번 실험을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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