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로 정체성 지키는 재일교포 학생들

전통예술로 정체성 지키는 재일교포 학생들

2015.08.14. 오전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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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오사카에서 온 재일교포 학생들이 얼마 전 끝난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서 쟁쟁한 국내외 연주단을 제치고 2위에 올랐습니다.

학생들에게 우리 전통예술은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김종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앳된 모습을 한 학생들이 무대에 나타납니다.

곧바로 선보인 공연은 앳된 모습과 정반대입니다.

터질 듯한 꽹과리 연주는 연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도 잊게 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절정으로 치닫는 공연은 우리 민요 아리랑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지난 9일 경북 칠곡에서 끝난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서 전체 2등에 해당하는 국회의장상을 거머쥔 일본 오사카에서 온 중·고등학생들입니다.

[강선화, 오사카 건국고등학교 2학년]
"연습하면서, 공연에 나가거나 대회에 나가거나 하면서 다 같이 하나가 될 때 기쁜 마음이 듭니다."

해방 이후 차별과 따돌림 속에서 어렵게 일본에 뿌리내린 우리 교포들.

교포 2세에서부터 4세로 구성된 건국중·고등학교 전통예술부 학생들이 선보이는 가락에는 부모 세대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장수경, 오사카 건국고등학교 3학년]
"제가 일본에 있는 한국인이잖아요. 그러니까 일본에서 우리 문화를 더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고…."

이런 아이들을 이끄는 사람도 정체성 혼란으로 방황하던 젊은 시절을 우리 전통 예술로 극복한 재일교포 2세입니다.

[차천대미, 건국학교 전통예술부 지도교사]
"(고교 시절에) 제가 자신을 제일 싫어했어요. 왜냐면 차별을 많이 받는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니까."

일본에 살면서도 우리 땅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깊은 애정으로 전통 예술을 대하는 것은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살아갈 힘을 얻는 일이라고 말하는 아이들.

재일교포 학생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지도교사의 헌신은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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