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갇힌 노숙자...'현대판 노예'

섬에 갇힌 노숙자...'현대판 노예'

2011.11.18. 오후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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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노숙자를 염전등지의 인부로 헐값에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노숙자들은 섬이나 무동력선에 갇혀 일만 하고 돈은 받지 못했습니다.

장아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실뱀장어를 잡는 어선이 떠 있습니다.

동력장치가 없는 이 배의 유일한 어부는 뇌병변을 앓고 있는 34살 박 모 씨.

한달이고, 두달이고 배에 갇혀 장어를 잡고, 가끔 장어를 가지러 오는 선주가 주는 쌀로 연명합니다.

돈도 한푼 못 받고, 방 안에 뚫어놓은 구멍을 화장실로 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빠져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구포역 노숙자였던 박 씨를 꾀어낸 건 직업소개소 브로커인 택시기사입니다.

택시기사들은 역 근처에 모여있는 노숙자들에게 접근해 좋은 직장을 소개해주겠다며 택시에 태우고 목포로 향했습니다.

목포 직업소개소가 박 씨 등을 염전이나 어선에 넘기고 받는 돈은 한명에 150만 원 정도.

그렇게 팔려간 노숙자들은 육지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외딴 섬에서 노예처럼 일해야 했습니다.

[녹취:피해 노숙자]
"한참을 가대예. 한 반나절은 가더라고. 일도 진짜 되데요. 너무 되더라고. 첫째 못 빠져나오니까..."

운좋게 빠져나온 사람도 택시기사 브로커들이 다시 붙잡아 팔아 넘기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경찰은 택시기사 48살 임 모 씨와 염전업주 35살 박 모 씨 등 7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다른 역에 있는 노숙자들 가운데도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YTN 장아영[jay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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