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베트남 국민영웅' 박항서 감독 금의환향

[취재N팩트] '베트남 국민영웅' 박항서 감독 금의환향

2018.09.06. 오후 1:1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요즘 베트남에서는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의 주역'이 있습니다.

바로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인데요.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이 모처럼 고국 땅을 밟았습니다.

현장에 다녀온 허재원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허재원 기자!

오늘 새벽에 박항서 감독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죠.

현장 분위기 어땠나요?

[기자]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답게 베트남 항공을 타고 귀국했습니다.

새벽 5시 50분 도착 예정이었는데요, 2시간 정도 지연되면서 오전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밤새 긴 비행을 마쳤는데도,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줬는데요.

수행원 한 명 없이, 손수 어깨에 가방을 메고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귀국 현장 같은 뜨거운 분위기였는데요.

취재진 30여 명이 모였고, YTN을 비롯한 여러 방송사가 박항서 감독의 귀국 장면을 생중계로 전달했습니다.

마침 공항을 찾은 팬들도 큰 함성을 보내면서 박항서 감독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었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귀국 소감 들어보겠습니다.

[박항서 /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 저와 우리 선수들이 베트남 축구에 발자취를 남기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훈련할 때의 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선수들이 극적으로 잘 따라줬다고 생각하고 이런 게 전부 잘 합심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뿌듯한 장면이 아닐 수 없는데요.

박항서 감독은 "작은 발자취"라고 표현했는데, 베트남 축구에 어떤 성과를 올린 겁니까?

[기자]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맡은 게 지난해 10월 25일입니다.

아직 1년도 채 안 된 건데요.

마치 드라마 같은 승전보를 잇달아 전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이전까지 베트남이 이 대회에서 단 1승도 없었는데, 박 감독이 취임하자마자 호주와 이라크, 카타르 같은 강팀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결승 무대를 밟은 겁니다.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을 4강에 올렸는데요.

준결승과 3·4위전에서 모두 지면서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8강전까지 5경기에서 무실점 전승을 거두면서 베트남 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는 강팀 일본을 꺾으면서 베트남 축구 역사를 다시 쓰기도 했습니다.

[앵커]
베트남 현지에서는 박항서 감독의 인기가 '송중기급'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는데요, 어느 정도인 건가요?

[기자]
오늘 취재를 나간 기자의 질문 중에 '외교관 10명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최근 박항서 열풍에 힘입어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고, 한국행 관광객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수들의 발을 직접 마사지해주고, 항상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는 등 박 감독 특유의 '아빠 리더십'으로 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 현장에서도 박항서 열풍을 직접 느낄 수 있었는데요.

축구장에 취재를 온 기자들 대부분이 박항서 감독을 '국민 영웅'으로 불렀고, 박 감독에 대한 호감도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박 감독은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베트남 기자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베트남 기자의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레 비엣 훙 / 베트남 축구 담당 기자 :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은 영웅입니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모든 게 변했습니다.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과 일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없다며 그들의 잠재력을 일깨웠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베트남 축구 역사를 다시 써나가고 있는 박항서 감독인데요, 연봉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죠?

[기자]
다음 달이면 박항서 감독이 부임 1년을 맞습니다.

계약 기간은 2020년 1월까지인데요.

최근 베트남 언론에서 일제히 박항서 감독의 연봉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연봉은 약 3억 원 정도로 알려졌는데요, 이 금액이 인도네시아 감독의 8분의 1, 태국 감독의 5분의 1 수준인 겁니다.

당연히 연봉을 대폭 올리고 기간도 연장해서 재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박항서 감독이 오늘 귀국 현장에서 선을 그었는데요.

선수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고, 지금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모처럼 고국을 찾았는데, 박항서 감독 당분간 푹 쉴 시간은 있을까요?

[기자]
약 2주 정도 휴가를 즐길 예정입니다.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가진 뒤에, 이달 말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기술 세미나에 참석합니다.

사실 11월에 가장 중요한 대회를 남겨놓고 있는데요.

동남아시아 축구의 최강팀을 가리는 스즈키컵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어떤 대회보다 이 대회에 사활을 거는데요.

각종 국제대회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는 베트남 팬들의 기대치는 당연히 우승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 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박항서 감독은 다음 달 베트남 대표팀을 국내로 불러들이는데요.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열흘 정도 합숙훈련을 하면서 국내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펼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YTN 허재원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