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한다며 먹은 금지약물, 경기력 높인다면?

치료한다며 먹은 금지약물, 경기력 높인다면?

2016.09.25. 오전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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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지약물도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허가를 받으면 운동선수도 예외적으로 복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정신질환 치료 약물이 집중력을 높여서 경기력에도 도움을 준다면 치료로 봐야 할까요, 약물 복용으로 봐야 할까요?

박광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리우 여자 체조 4관왕 바일스와 테니스 스타 나달.

그리고 남자 육상 장거리 황제 모 파라까지.

최근 러시아 해킹 조직이 치료 목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고 폭로한 스타들입니다.

나달은 관절염, 파라는 습진과 알레르기 치료를 위해서였지만 바일스는 좀 다릅니다.

바일스가 쓴 금지약물은 메틸페니데이트,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즉 ADHD 치료제로 장애를 가진 사람의 뇌 기능을 자극해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이른바 '정신의 약', 그 효과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미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화제입니다.

미국의 한 통계를 보면 집중력이 필요한 대학교 시험 기간 동안 ADHD 치료제에 대한 언급이 SNS에서 급증했습니다.

2011년 기준 ADHD 치료제 소비량은 4년 전보다 2.5배나 늘었습니다.

문제는 집중력이 중요한 야구 등 일부 종목에서의 오, 남용 가능성입니다.

[홍진표 /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ADHD가 없는 사람이라도, 특히 운동선수가 복용할 경우 집중력과 각성도가 높아져서 운동 능력이 향상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한 번 사용하면 끊기 어려운, 중독성이 강한 약입니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ADHD 치료를 위해 금지약물 사용을 허가받은 선수는 연평균 110여 명.

전체 선수의 10% 수준으로 미국 성인 평균 비율인 4.4%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가 차원의 러시아 집단 도핑을 폭로한 맥라렌 박사 등 일부 전문가는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질병이나 부상치료를 목적으로 필요한 약물을 사용할 선수의 권리, 이른바 TUE 규정을 특정 종목과 특정 질환에서 많이 활용했다면 조사를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이종하 / 경희대 재활의학과 교수·전 KBO 반도핑위원장 :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의 경우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다 약을 갖고 입국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ADHD가 맞는지, 질환 없이 약을 사용하는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할 것이고요.]

집중력과 정신력을 높여 경기력에도 도움을 주는 금지약물들.

선수들의 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으로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경기력을 위해 남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 또한 필요해 보입니다.

YTN 박광렬[parkkr08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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