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옥상 화가'..."다 내려놓고 그렸더니 대박"

서촌 '옥상 화가'..."다 내려놓고 그렸더니 대박"

2015.03.07.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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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경복궁 서쪽 마을 서촌에서 '옥상 화가'라 불리는 50대 여성이 화제입니다.

잘난 직업 다 버리고 그림에 빠져 사는 자칭 '무면허 화가'지만 사실은 '대박 화가'입니다.

황보선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화구를 챙겨 매고 어딘가로 부지런히 집을 나섭니다.

목적지는 지붕 위입니다.

옥상 여기저기 오르내리며 한옥과 양옥이 어우러진 서촌 정경을 캔버스에 담아온 '옥상 화가' 김미경 씨입니다.

[인터뷰:김미경, 서촌 '옥상 화가']
"제 친구 인왕산이랑, 바람이랑, 햇빛이랑 새도 이렇게 보고…. 이 에너지를 듬뿍 받아서…. 제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받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거의 100점을 그렸어요, 2년 반 동안."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도 줄기차게 그려 자칭 '무면허 화가'이기도 합니다.

어찌 불리든 행복합니다.

모두 내려놓은 게 비결입니다.

20여 년 기자로 일하다 뉴욕을 다녀와 시민단체 사무총장직을 맡았다가 오로지 그림을 그리려고 그만뒀습니다.

'무면허 옥상 화가'로서 좌충우돌 체험을 쓴 책도 냈는데 핵심 메시지는 일부러 가난해지라는 겁니다.

[인터뷰:김미경, 서촌 '옥상 화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대가는 치러야 하니까 자발적으로 가난해지자…. 그러고 나니까 속이 시원해져서 병이 다 나아버렸어요."

또 얼마 전 서촌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작품 40여 점이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서촌의 삶과 풍경을 오롯이 품은 세밀화로 '대박'을 터뜨린 셈입니다.

[인터뷰:김미경, '옥상 화가']
"(사람들이) 자기 집이 그려진 걸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경쟁 붙은 그림도 엄청 많았어요. 어떤 사람은 자기 첫딸을 여기서 낳아서 여기 뒤에서 낳아서 사고 싶다고 그러고…."

앞으로도 해 뜨고 바람 잠잠한 날이면 이 늦깎이 화가는 서촌의 어느 한 옥상에서 열심히 연필을 놀리고 있을 겁니다.

YTN 황보선[bos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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