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서 '마음' 되찾는 치매 노인들

가상현실에서 '마음' 되찾는 치매 노인들

2017.02.05. 오전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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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에서 '마음' 되찾는 치매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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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과 치매에 걸리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이다. 뇌 손상으로 인해 기억뿐만 아니라 감정도 변하기 때문이다. 뇌 손상으로 인해 치매 환자들은 감정 조절을 못하고 화를 내거나 이유 없이 우울함, 두려움, 의심을 느낀다. 치매(dementia)라는 단어의 어원이 라틴어인 dement(정신이 없어진 것)인 이유다.

그래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을 통해 치매 노인들에게 기억을, 감정을 되살리자는 말도 나온다. 트라이브믹스 프로젝트의 상무이사인 알렉스 스마일은 옆집에 사는 스탠 할아버지, 도로시 할머니 부부와 가깝게 지냈다. 이들은 각각 99세, 94세였는데, 산책도 하고 쇼핑도 즐기던 그들이 치매 때문에 집 밖을 못 나서는 상황이 알렉스는 너무 안타까웠다.

마침 VR 개발자로 일하고 있던 알렉스는 '가상현실을 통해 스탠과 도로시를 해변에 데려간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잔잔한 해변을 가상현실 화면으로 만들었고, 노인 방문간호 회사인 퀀텀케어(Quantum Care)에서 일하는 친구와 함께 치매 노인들을 위한 'VR 치료' 프로젝트에 나섰다.




(▲ VR을 통해 바다와 숲을 보며 기억과 감정을 되살리는 치매 환자들/ tribemix)

지난해 말 프로젝트를 위해 노인 요양시설을 방문한 이들은 치매 노인들에게 VR 기기를 씌어줬다. 영상 속에서 노인들은 "바다가 보인다","정말 평화롭다","저기는 나무가 있고 강아지도 있다"는 등 활발하면서도 편안한 감정 반응을 보였다. VR 속에서 자신은 날렵한 수영선수였다고 자랑하거나 바닷가를 거니는 기분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할머니도 있었다.

또한 VR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낸 환자도 있었다. 한 할머니는 파도가 굴러오는 해변을 VR로 보며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대해 회상했다. '내가 태어났던 스코틀랜드의 그 해변 같다'고 되뇌던 할머니는 곧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다. "슬퍼서 우는 거 아냐. 너무 기뻐서 그래."

해당 프로젝트는 매년 열리는 치매 간호 시상식(National Dementia Care Awards)에서 치매 간호 혁신 분야에 후보로 오를 정도로 두각을 드러냈다. 앞으로 이들은 치매 노인을 위해 VR을 개발하는 데서 나아가 치매 노인을 돌보는 사람들이 환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을 구현할 계획이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tribe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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