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논평]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한국은 언제쯤 수상 가능할까?

[과학 논평]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한국은 언제쯤 수상 가능할까?

2015.10.02. 오후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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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려면 어떤 노력과 준비가 필요할까요?

오늘 '과학 논평'에서 알아보겠습니다. 한양대학교 김상선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요. 어떤 일정으로 발표될 예정인가요?

[인터뷰]
노벨상은 지난 1901년부터 매년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수상식을 거행하고 있고, 올해 115회를 맞게 됩니다. 수상식에 앞서 매년 이맘때쯤이면 노벨상 수상자를 확정하여 발표하게 되는데, 올해는 다음 주 월요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화요일에는 물리학상 그리고 수요일에는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과학 분야에서는 총 575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는데 잘 아시다시피 아쉽게도 우리나라 과학자는 아직 한 명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지난해까지 과학 분야에서 총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습니다. 이런 연유로 인하여 매년 이맘때만 되면 한국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본의 아니게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주눅이 들곤 합니다.

[앵커]
올해 우리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인터뷰]
잘 아시다시피 지난해 세계적인 학술 정보 서비스사인 톰슨-로이터가 발표한 9개국 27명의 노벨상 수상후보자 명단에 처음으로 한국 과학자 2명(찰스 리 서울의대 석좌 초빙 교수, 유룡 IBS 연구단장)이 포함되면서 어느 해보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결국 배출되지 못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톰슨-로이터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예상자를 발표해 오고 있는데 발표된 예정자의 약 1/3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는 등 높은 적중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올해도 톰슨-로이터에서는 15명의 노벨 과학상 후보자를 발표했는데 유감스럽게도 한국 과학자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여기에 이름이 없다고 하여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는 다음 주까지 한국인 최초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 소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도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독 노벨상 수상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노벨상을 받는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에 비추어 볼 때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현실을 곰곰이 살펴보면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노벨상 업적이 최소 20~30년 이상의 누적적인 업적을 보고,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기술 개발역사가 너무 짧은 점을 들 수 있습니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설립 이래 불과 50년이 채 안 됐으며, 연구비 규모 면에서도 80년대 초까지 만해도 국가연구개발사업비 규모가 100억 원 수준에 머물러있었고, 연구개발에 있어서 기초연구보다는 산업화 개발연구가 더 시급한 실정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기초연구를 주로 담당하는 대학의 경우를 보면 요즘은 교육을 걱정할 만큼 연구개발을 많이 하고 있지만, 지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잠자는 상아탑"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연구 기능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동안 기초연구보다는 응용 및 개발분야에서 정부출연(연)과 기업 등의 노력한 결과 우리는 오늘날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산업기술분야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초연구분야의 성과도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비록 좀 늦게 시작했지만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기초연구분야에도 중점을 두어 노력해온 결과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SCI 등재 논문 수에서 세계 10위권이며, 질적 수준을 가름할 수 있는 논문 피인용 수 상위 1% 논문 수에서도 세계 15위권에 달하고 있습니다.

불과 30여 년의 짧은 기초연구 지원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이처럼 급속한 성장을 보이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비 온 뒤에 죽순이 무서운 속도로 솟아나는 것처럼, 비록 불과 20여 년의 짧은 기초연구역사로 인하여 아직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제 곧 우수한 성과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면서, 노벨상 수상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한번 받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많은 수상자를 배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기초연구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결과적으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하려면 어떤 지원과 노력이 필요할까요?

[인터뷰]
비법이 별도로 있을 수는 없겠지만,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우수인력 확보, 투자확대, 그리고 연구 인프라 확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력 확보입니다. 과학기술은 뭐니 뭐니 해도 우수한 인력의 양쪽 어깨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우수 인재들이 과학기술을 꿈꿀 수 있게 하는 토양이 만들어야 하고, 과학기술계로 진출한 사람들이 신명 나게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과학기술인들이 존경받는 풍토, 심지어는 퇴직한 후에도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등 전 생애 주기에 걸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과학기술발전의 핵심 요소 중의 하나인 과학기술투자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그동안 아주 잘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여 년('05-'14) 동안 정부의 과학기술투자는 연평균 9.5% 증가 폭을 유지해 왔으며 심지어 IMF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도 연구개발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비록 최근의 복지재정 수요급증, 세수 불확실 등으로 인하여 내년도 과학기술분야의 정부예산(안)이 올해 대비 0.2% 증가한 18.9조 원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국회에서 초당적인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기초연구 성과창출을 지원하기 위하여 특별히 어떤 점에 더 신경 써야 할까요?

[인터뷰]
실패를 두려움으로 안전한 연구만을 지향하는 연구풍토, 연구비가 많은 대형과제 선호, 협동연구 풍토 미흡, 연구자 존경문화 부족, 공급자 중심의 연구비 지원 등을 시급히 바꾸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사항은 기초연구비 지원방식의 재검토입니다.

노벨상과 같은 성과는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비 지속성이 제일 중요할 것입니다. 최소한의 연구비를 끊김 없이 지속해서 지원함으로써 유행을 따라갈 필요도 없고 철새처럼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고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연구, 잘하는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도, 아주 넉넉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연구비를 지속해서 지원함으로써, 이공계 대학교수가 연구비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연구를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여건 가운데 세계적인 성과를 많이 창출하고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것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앵커]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이 계속해서 뒷받침돼서 우리나라에서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되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한양대학교 김상선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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