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유지·변형 마음대로...이론적 토대 발견

기억의 유지·변형 마음대로...이론적 토대 발견

2008.02.08. 오전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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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특정 기억을 계속 유지하거나 아니면 바꾸는 것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기억의 재구성 과정'을 세계에서 최초로 규명했다면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장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어렸을 때 일기를 읽어보다, 현재의 기억과 달라 놀라게 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번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이라도 불러내는 과정에서 변형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서랍을 열고 몇몇 물건을 집어가면, 서랍속 물건의 배열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인체에서는 뇌속에서 단백질이 분해와 재구성되는 과정을 통해 이런 기억의 변형이 일어납니다.

이번에 서울대 강봉균 교수팀은 '기억의 변형이 생기는 원리'를 쥐실험을 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습니다.

밀실에서 전기충격을 당한 경험이 있는 쥐는 보통 다시 밀실에 들어가면,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 갑자기 몸이 굳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뇌속의 '프로티아좀'이라는 효소의 작용에 의해 기억을 유지하는 단백질이 분해되고 쥐는 다시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반대로 실험쥐에 '프로티아좀'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과거의 기억이 그대로 살아있어, 방금 전기충격을 당한 것처럼 꼼짝 않고 멈춰서 있게 됩니다.

[인터뷰: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어떤 기억을 회상할 때, 어떤 기억을 떠올릴 때 저장된 정보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우리가 알게 됐고 그 이유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경우, 뇌속 효소의 조절을 통해, 기억을 조작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집니다.

연구팀은 특히 나쁜 기억은 지우고, 원하는 기억은 오래 남기려는 인간의 소망이 실현될 수 있는 학문적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강 교수팀의 연구논문은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됐습니다.

YTN 장아영[jay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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