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해도 무시...빈민 아파트여서 생긴 참사"

"호소해도 무시...빈민 아파트여서 생긴 참사"

2017.06.16. 오전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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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 17명이 숨진 런던 화재 참사는 빈민들이 모여 사는 고층 아파트에서 일어났죠.

주민들은 그간 당국에 여러 차례 화재 위험성을 호소했지만 힘없는 사람들이라서 무시당한 끝에 이번 비극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황보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불길이 잦아든 24층짜리 '그렌펠 타워 Grenfell Tower' 벽에서 계속 떨어지는 물체가 보입니다.

단열을 위해 외벽을 감싼 알루미늄 합성 피복과 패널입니다.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 한다며 지난해 부착한 것인데, 저층에서 시작된 불이 30분 만에 꼭대기까지 번지게 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주민들은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라고 싸구려 인화성 재료로 대충 공사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재 피해 주민 / 아파트 17층 거주 :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진 일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1년 전에 붙인 피복을 따라서 불길이 빨리 번진 겁니다.]

또 불량 화재경보기에 단 하나밖에 없는 비상구, 게다가 초기 진화에 중요한 스프링클러가 없어서 피해가 더 커진 게 사실입니다.

주민들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그간 수차례 당국에 진정서를 냈지만 무시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데이비드 콜린스 / 전 그렌펠 타워 입주자 모임 대표 : 화재 관련 문제를 여러 차례 아파트 관리 기관과 켄싱턴·첼시 구 당국에 알렸습니다. 그런데도 당국은 리모델링 기간에 전혀 이 문제를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보수당 정권이 무조건 예산을 삭감하면서 생긴 일이라며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메이 총리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철저한 규명을 약속했습니다.

[테리사 메이 / 영국 총리 : 적절한 조사를 해서 우리가 배울 교훈이 있다면 배우고 필요한 조처도 취할 것입니다.]

영국 사회에서는 선진국이라 불리는 이 나라의 많은 숨겨진 부실이 하필 빈민 아파트에서 후진국형 참사로 드러났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YTN 황보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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