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페트병으로 집을 만들었어요"

"빈 페트병으로 집을 만들었어요"

2016.03.13. 오전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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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려진 플라스틱 페트병 하나가 썩어서 없어지기까지는 적어도 1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재활용하지 못한 플라스틱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는데요.

오랜 시간 형태가 남아있는 플라스틱으로 만약 가구나 건물을 만들어 본다면 어떨까요?

이지은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기자]
학생들이 커다란 쓰레기 꾸러미를 하나씩 들고 이동합니다.

청소 자원봉사라도 하는가 싶지만 애써 모은 쓰레기를 바닥에 도로 쏟아놓는데요.

쓰레기들을 빈 페트병에 억지로 밀어 넣기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무엇을 만들고 있는 걸까요?

[스미아리 / 고등학생(16세) : 친환경 벽돌을 만들고 있어요. 물을 넣었던 페트병 속에 버려지거나 필요 없는 플라스틱을 수집해서 넣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친환경 수업입니다.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쓰레기로 친환경 벽돌을 만드는 건데요.

이 벽돌은 다양한 물건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쿠타미 / 고등학생(16세) : 앞으로 다 쓴 페트병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친환경 벽돌을 만들어서 의자나 테이블 같은 것도 만들 거예요.]

친환경 벽돌 캠페인은 환경 운동가인 러셀 마이어 씨가 처음 시작한 겁니다.

필리핀에서 살던 러셀 씨는 사람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냥 불에 태우는 것을 보고 이 운동을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러셀 마이어 / 캐나다인 환경 운동가 : 친환경 벽돌로 우선 저의 집을 만들었어요. 제 필리핀 이웃도 이 아이디어를 좋아하고 똑같이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학교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이 일을 학교에서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넘쳐나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던 필리핀에서 러셀 씨의 '친환경 벽돌'은 금세 퍼져나갔는데요.

시작한 지 4년 만에 필리핀 학교 8천여 곳에서 친환경 벽돌로 만든 건물이 들어서는 등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누구나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네요.

[러셀 / 캐나다인 환경 운동가 : 친환경 벽돌의 중요하고 또 아름다운 기술 중 하나는 아무런 돈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벽돌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기술이나 기계 장치도 필요하지 않아요.]

필리핀에서 친환경 벽돌이 자리 잡은 뒤 지난해부터 러셀 씨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 환경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는 '쓰레기 인공섬'이 생길 만큼 쓰레기 매립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친환경 벽돌'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합니다.

자연을 오염시키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친환경 세상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모습,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노력이 환경을 위한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YTN 월드 이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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