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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중동의 양대 강국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지도자 등 사형수 47명을 집단 처형한 게 발단이 됐는데요.
이란에서는 성난 군중이 사우디대사관을 불태우는 등 강하게 반발했고, 사우디는 아예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전준형 기자!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맏형인 이란의 충돌 양상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사우디가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요?
[기자]
시아파 지도자 처벌을 둘러싸고 사우디와 이란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사우디가 시아파 지도자 등이 포함된 사형수 47명을 집단 처형한 데 대해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을 IS에 만행에 비유하는 등 사우디를 규탄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나서 사우디가 신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알리 나에미, 이란 시위대]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한 사우디 정부는 피의 보복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이번 처형은 사우디 정부 지도자들을 고통에 빠트릴 것입니다.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렇게 이란의 반발이 거세지자 사우디는 아예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우디에 주재하는 모든 이란 외교관은 48시간 안에 떠나라고 통보했습니다.
사우디는 또 이란이 내정간섭을 하면서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우디 외교부 장관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장관]
"이란이 사우디에 테러 조직을 동원하거나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
[앵커]
사우디의 사형수 집단 처형에 이란이 왜 이렇게 반발하는 겁니까?
[기자]
사우디가 이번에 집단 처형한 47명은 대부분 테러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가운데 테러와 관련이 적은 시아파 지도자 등도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는 '아랍의 봄'이 확산하던 2011년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비폭력 시위를 주도해 시아파 신도들의 영웅으로 추앙받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이란도 강력하게 알님르의 사면을 요청해왔지만, 결국 다른 테러 혐의자들과 함께 처형되면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겁니다.
이런 반발 움직임은 이란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시아파 국가나 조직으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시아파 정부가 통치하는 이라크에서는 25년 만에 개설된 사우디 대사관을 다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 등도 알님르 처형을 추악한 범죄 등으로 규정하며 비난하고 나서면서 긴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사우디는 이렇게 이란 등이 반발할 걸 알고 있었을 텐데, 갑자기 시아파 인사들을 집단 처형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주변 시아파 국가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사우디가 강수를 둔 건 최근 고유가와 이란 핵 협상 등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사우디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980억 달러, 우리 돈 113조 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을 67%나 인상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란은 사우디의 전통적 우방인 미국, 유럽과 핵 협상을 타결하면서 중동의 무게 중심이 사우디에서 이란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여기에다 사우디 내부적으로는 왕가의 정치 불안까지 더해졌습니다.
지난해 즉위한 살만 국왕의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는 데다, 제2 왕위 계승자인 국왕의 아들이 주도한 예멘 내전은 장기화하면서 쿠데타설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반정부 시아파 인사 처형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내부로는 왕권 도전 세력에 본보기를 보였고요.
외부로는 수니파 진영 내부의 결속을 다지면서 이란에 가까워지는 서방에도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세계 각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은 사우디의 집단 처형에 우려를 표시하며, 긴장완화를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사우디의 집단 처형이 유감이라면서, 이란 시위대에는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적인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는 사우디의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 등 주요 수니파 국가들이 사우디를 옹호하고 나선 데 이어 걸프협력회의와 이슬람협력기구 등도 사우디를 편들며 이란을 비난했습니다.
중동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선이 또 한 번 분명히 그어진 셈입니다.
특히 앞으로 중동 각국은 외교관계가 끊어진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되면서, 양대 종파 간 갈등의 골은 더욱 커질 것을 보입니다.
그만큼 종파 간 타협과 협력이 필요한 IS 축출이나 테러 문제, 내전·분쟁 등의 해결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전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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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중동의 양대 강국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지도자 등 사형수 47명을 집단 처형한 게 발단이 됐는데요.
이란에서는 성난 군중이 사우디대사관을 불태우는 등 강하게 반발했고, 사우디는 아예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전준형 기자!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맏형인 이란의 충돌 양상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사우디가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요?
[기자]
시아파 지도자 처벌을 둘러싸고 사우디와 이란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사우디가 시아파 지도자 등이 포함된 사형수 47명을 집단 처형한 데 대해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을 IS에 만행에 비유하는 등 사우디를 규탄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나서 사우디가 신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알리 나에미, 이란 시위대]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한 사우디 정부는 피의 보복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이번 처형은 사우디 정부 지도자들을 고통에 빠트릴 것입니다.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렇게 이란의 반발이 거세지자 사우디는 아예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우디에 주재하는 모든 이란 외교관은 48시간 안에 떠나라고 통보했습니다.
사우디는 또 이란이 내정간섭을 하면서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우디 외교부 장관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장관]
"이란이 사우디에 테러 조직을 동원하거나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
[앵커]
사우디의 사형수 집단 처형에 이란이 왜 이렇게 반발하는 겁니까?
[기자]
사우디가 이번에 집단 처형한 47명은 대부분 테러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가운데 테러와 관련이 적은 시아파 지도자 등도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는 '아랍의 봄'이 확산하던 2011년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비폭력 시위를 주도해 시아파 신도들의 영웅으로 추앙받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이란도 강력하게 알님르의 사면을 요청해왔지만, 결국 다른 테러 혐의자들과 함께 처형되면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겁니다.
이런 반발 움직임은 이란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시아파 국가나 조직으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시아파 정부가 통치하는 이라크에서는 25년 만에 개설된 사우디 대사관을 다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 등도 알님르 처형을 추악한 범죄 등으로 규정하며 비난하고 나서면서 긴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사우디는 이렇게 이란 등이 반발할 걸 알고 있었을 텐데, 갑자기 시아파 인사들을 집단 처형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주변 시아파 국가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사우디가 강수를 둔 건 최근 고유가와 이란 핵 협상 등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사우디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980억 달러, 우리 돈 113조 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을 67%나 인상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란은 사우디의 전통적 우방인 미국, 유럽과 핵 협상을 타결하면서 중동의 무게 중심이 사우디에서 이란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여기에다 사우디 내부적으로는 왕가의 정치 불안까지 더해졌습니다.
지난해 즉위한 살만 국왕의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는 데다, 제2 왕위 계승자인 국왕의 아들이 주도한 예멘 내전은 장기화하면서 쿠데타설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반정부 시아파 인사 처형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내부로는 왕권 도전 세력에 본보기를 보였고요.
외부로는 수니파 진영 내부의 결속을 다지면서 이란에 가까워지는 서방에도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세계 각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은 사우디의 집단 처형에 우려를 표시하며, 긴장완화를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사우디의 집단 처형이 유감이라면서, 이란 시위대에는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적인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는 사우디의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 등 주요 수니파 국가들이 사우디를 옹호하고 나선 데 이어 걸프협력회의와 이슬람협력기구 등도 사우디를 편들며 이란을 비난했습니다.
중동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선이 또 한 번 분명히 그어진 셈입니다.
특히 앞으로 중동 각국은 외교관계가 끊어진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되면서, 양대 종파 간 갈등의 골은 더욱 커질 것을 보입니다.
그만큼 종파 간 타협과 협력이 필요한 IS 축출이나 테러 문제, 내전·분쟁 등의 해결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전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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