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에 휩싸인 '순례 물결'...통제 역부족

열정에 휩싸인 '순례 물결'...통제 역부족

2015.09.25. 오전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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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지' 행사 기간에는 이번 사고 같은 참사가 거의 해마다 벌어지는데도, 올해는 예년보다 인명 피해가 훨씬 더 컸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종교적 열정에 휩싸인 거대한 순례 물결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김종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순례객들이 참가하려다 희생된 '마귀 돌기둥' 행사는 선지자 아브라함이 신의 뜻에 따라 아들을 바치려 할 때 유혹했다는 악마를 쫓는 의식입니다.

각국에서 온 수백만 명이 성지 메카의 카바 신전 주위를 돈 뒤 고스란히 미나 계곡으로 이동해 마귀 돌기둥에 돌을 수십 개씩 던집니다.

해마다 '하지'의 절정을 이루는 순서로, 좁은 곳에 엄청난 인파가 앞다퉈 몰리다 보니 뒤엉키고 깔려 숨지기 일쑤입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동일한 시각에 200만~300만 명이 몰리고 일생에 한 번 가는 것이기 때문에 종교적 열정으로 어느 정도 다들 흥분한 상태이고요."

사우디는 250여 명이 숨진 2003년 사고를 계기로, 비상 통로를 갖춘 인도교를 만드는 등 미나 계곡을 크게 정비했습니다.

돌기둥은 돌벽으로 바꿔 과녁을 넓히고, 보안 요원들이 순례객들을 나눠 이동시키게 했습니다.

하지만, 무슬림의 가장 성스러운 의무를 지키려 불상사조차 신의 뜻으로 여기는 순례 물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사우디 정부도 우회 도로나 여러 도로를 정비하고 병력을 배치하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200만 명에 추가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도와 사람이 다니는 길을 분리는 해놓았습니다만 이런 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무질서에 의한…

이슬람 시아파 맏형인 이란은 사우디가 현장 부근 도로를 막아 참사가 났다며 책임을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정부는 순례객들이 규정과 시간표를 어겼고, 반대편에서 마주 오던 이들이 뒤엉켜 일어난 사고라고 반박했습니다.

YTN 김종욱[jw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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