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안 하는 아베에 일침 가한 두 하루키

'사과' 안 하는 아베에 일침 가한 두 하루키

2015.04.17.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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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복동, 위안부 피해 할머니(지난 1월)]
"저승에 가서 영혼이 되더라도 일본 아베 총리 멱살을 잡고 흔들어주면 좋겠어요."

[앵커]
지난 1월, 위안부 할머니 두 분이 잇따라 별세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53명으로 줄었습니다.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 협의회는 하루속히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피해자들이 진정한 해방을 맞이할 수 있도록 아베 정권이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아베 총리는 사죄는커녕 위안부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아베 신조, 일본 총리(지난해)]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성 노예로 삼았다는 비방 중상이 세계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위안부를 성 노예로 삼았다는 명백한 진실을 '비방'이고 '중상모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건데요.

이런 아베의 뻔뻔함에 일본 지식인들이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먼저 어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계속 사죄와 속죄를 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조치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대답해야만 하는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없이는 한일 관계가 좋아질 수 없습니다."

와다 하루키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위안부 할머니가 마흔 분이 넘게 돌아가셨기 때문에 앞으로 5년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며 아베를 재촉했는데요.

하지만 아베는 위안부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인신매매'라는 꼼수 용어를 쓰며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인터뷰:고토 유이치, 민주당 의원(지난달)]
"휴먼 트래피킹(human trafficking)을 일본어로 뭐라고 말씀했습니까? 인신매매라고 말했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신매매가 있었다는 인식입니까?"

[인터뷰:아베 신조, 일본 총리(지난달)]
"인신매매에 관한 논의도 지적됐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관점에서 인신매매라는 말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동안 '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고집해오던 아베가 이렇게 갑자기 용어를 바꾼 데는 이달 말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앞두고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우려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아베 방미 기간 워싱턴을 방문해 아베 총리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에 참석할 계획입니다.

1944년 16살 때 위안부로 끌려갔던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과정을 비롯해 일본군한테 겪은 수모와 강간 등 일제의 만행을 낱낱이 증언했습니다.

[인터뷰:이용수, 위안부 할머니(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
"일본을 그냥 두면 안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성폭력…. 성폭력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뿌리를 뽑기 위해선 이 문제에 대해 일본에서 반드시 사죄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8년 전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 이후 지금까지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베 정권에서 일본의 역사 인식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와다 교수는 아베 총리가 이달 말 미국 의회 연설에서 위안부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언급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오는 29일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표현이 들어갈 것인지 모두가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와다 하루키 교수에 이어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이 계속해서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며 "사죄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이 변화된 국제 정세 속에 주변국과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선 주변국들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처럼 두 명의 하루키가 거듭 사과를 촉구했지만 정작 아베는 다음 주 (22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 연설에서 '사죄' 대신 '반성'만 표명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다음 주 반둥회의 연설은 이달 말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나 8월로 예정된 '아베 담화'의 뼈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지난 1월 아베는 올여름 종전 70주년을 맞이해 발표할 '아베 담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반성'만 말하고, '사죄'는 쏙 빼놨습니다.

[인터뷰:아베 신조, 일본 총리(지난 1월)]
"전쟁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나 세계를 위해 어떻게 더 공헌할 것인가를 새 담화에 담을 생각입니다."

한 마디로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사죄'란 단어를 빼기 위해 이달 있을 두 번의 해외 연설에서 먼저 간을 보겠다는 태도로 보입니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다면 상대방에 대한 사과는 저절로 따라오는 걸 텐데요.

왜 자꾸 이런 말장난 같은 꼼수를 부리는 걸까요?

사과는 그동안 충분히 했다는 아베에게 상대방이 오케이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충고가 꼭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국제부장의 논평 듣고 이슈 분석 마치겠습니다.

[인터뷰:김상우, YTN 국제부장]
"하루키의 이번 인터뷰는 '사과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베 정권은 틈만 나면 식민지배에 대해서 사과를 할 만큼 했는데 '왜 또 사과하라느냐 이해할 수 없다'이런 식으로 일본에서 여론몰이하면서 실제 상당히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사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고 또 상대방이 수용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아베 정권은 틈만 나면 독도 침탈야욕을 보이고 과거사는 물론 고대사까지 왜곡하고, 위안부의 강제 동원성을 부정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서 인정하기가 굉장히 어렵지 않겠습니까. 이런 문제가 한일간의 현안이고요. 아베 총리에게 묻고 싶은 거죠. 일본인의 사과는 겉과 속이 다른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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