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연습장' 후쿠시마, 방사능에 신음

원폭 '연습장' 후쿠시마, 방사능에 신음

2012.08.15. 오전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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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해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는 후쿠시마에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모의 원자폭탄이 투하된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 겁니다.

피해자들은 제국주의 확장에 광분하던 당시 군부나 지금의 정부 모두 정보를 통제해 국민의 희생을 강요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박철원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차 세계대전 종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던 1945년 7월 20일 아침.

당시 평온했던 후쿠시마시에 굉음이 울리고, 폭발로 인한 검은 연기가 구름에 닿을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방사성 물질 오염으로 황량한 땅이 돼버린 후쿠시마시 와타리지구는 종전 당시 일본 항복의 결정적 배경이었던 원자 폭탄 투하의 실제 연습장이기도 했습니다.

미군은 히로시마 등지에 원자폭탄 투하 직전 후쿠시마에 원자폭탄과 같은 4톤이 넘는 폭탄을 시험 삼아 투입했던 것입니다.

올해 85살의 사이토 할머니는 자신의 집 논에 떨어졌던 모의 원폭 파편을 지금껏 간직하며 그 날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폭탄이 떨어졌던 당시의 순간이 지금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는 할머니.

[인터뷰:사이토 미치, 후쿠시마 할머니]
"방공호에 들어가면서 뒤를 돌아보니 우리 논에서 검은 연기가 위로 치솟았습니다. 위로 1km 정도 올라가 구름을 뚫고 오를 정도였습니다."

할머니는 제국주의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던 당시 군부에 국민은 일체 저항을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인터뷰:사이토 미치, 후쿠시마 할머니]
"분노가 있었지만 항의할 수가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도 전혀 저항할 수 없었습니다. 저항해 본들 어떻게 할 수가 없었거든요."

모의 원자폭탄에 가족을 잃은 할머니는 67년이 지난 지금은 원자력 사고에 의해 고향 땅, 후쿠시마가 또 다른 피해를 입고 있다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인터뷰:사이토 미치, 후쿠시마 할머니]
"앞이 보이지 않아요. (방사성 물질로 인한) 피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을 알고 나니 정말 슬픕니다."

제국주의 시절 군부가 질주할 때도 그랬듯이 원전 사고 당시 도쿄전력과 정부의 정보 통제가 국민의 희생을 강요했다며 할머니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YTN 박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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