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글리'로 불렸던 우리나라 최초 흑인모델

'모글리'로 불렸던 우리나라 최초 흑인모델

2017.07.12. 오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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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글리'로 불렸던 우리나라 최초 흑인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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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 BBC가 우리나라 최초의 흑인 모델 한현민 군(15)과 만나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6년 모델로 데뷔한 한현민은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친구의 부모님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어릴 적 친구들 사이에서 한현민의 별명은 만화 정글짐 주인공 '모글리'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불편하기만 했던 '남들과 다른 외모'는 그에게 모델로서 적합한 신체조건을 선물했다. 물론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 최초 흑인 모델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았다.

현민 군의 에이전트 윤 범 씨는 "예전에는 잡지 같은 걸 하고 싶어도 담당자분들께서 대놓고 유색 인종을 쓰지 않는다고 얘길 했었고 우리 매체는 '까만 아이'를 쓰지 않는다고 얘기하기까지 했었다"며 고 말했다.

하지만 현민 군은 현재 한국 최대 패션쇼인 서울 패션 위크에서 무려 30개나 되는 쇼를 설 정도로 인기 있는 모델로 성장했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모델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현민 군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남들의 시선이 너무 싫었다"며 "평범해 보이고 싶었고, 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이 일(모델)을 하면서부터 그런 시선들도 즐기게 됐고 자신감도 생겼고 나름 극복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현민은 우리나라에 점점 늘어가는 국제결혼 자녀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
2020년에는 20대 다섯 명 중 한 명이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지만,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나라의 의식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4만 7천여 명의 다문화 자녀 중 외모나 언어 능력 등의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거나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전체 초등학생 가운데 10%나 된다. 이미 다문화 사회가 된 우리나라에서 인종 차별은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된 것이다.

더구나 백인 혼혈의 경우 '선망'의 시선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흑인이나 동남아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은 혐오와 차별의 시선을 받는 경우가 더욱 많다. 비뚤어진 인식, 명백한 차별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선진국에서 당하는 인종 차별에는 분노하면서, 왜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는 차별을 느끼게 하는가? 언제까지 '다름'을 '틀림'으로 해석할 것인가?

국가와 가정이 '남과 다름'에 대한 무관심과 관용을 가르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점점 병들어 갈 수밖에 없다.

YTN PLUS 정윤주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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