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아프다④] '장난'으로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

[초등학생이 아프다④] '장난'으로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

2017.06.30.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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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아프다④] '장난'으로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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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이불 등으로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고 있었다."

연예인과 재벌 자녀가 가해자로 알려져 최근 '학교폭력' 사태 중 가장 크게 보도가 되었던 '숭의초등학교 폭행 사건' 중 가해자 자녀를 둔 배우 윤손하 씨의 첫 번째 해명 중 일부다. 윤 씨는 피해 학생이 학교폭력에 따른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난'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피해 학생과 피해자 부모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윤 씨의 해명에 사람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그제야 윤 씨는 "제 아이가 소중한 것처럼 남의 아이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이 어찌 되었건 이번 일이 단순히 아이들의 장난이었다는 가벼운 생각과 행동으로 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가해자 부모인 윤 씨가 공인임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사태를 '장난'이라는 말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실제 재단법인 푸른나무 청예단이 공개한 '2016 전국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가해 학생들은 '학교폭력의 가해 이유'에 대해 '장난으로 그랬다'(36.1%)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으며 2015년 24.3%에 비해 11.8%가량 증가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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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장난으로 친구를 괴롭혔다'는 응답을 했을까? 바로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장난'이라고 답하긴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화가 나서', '오해와 갈등이 있어서' 등의 이유로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문제는 다르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이라는 단어조차 들어보지 않아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은 자신이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자신이 당하는 행동이 학교폭력인지도 모른 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아프다④] '장난'으로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


■ 초등학교 저학년 눈높이에 맞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 절실

'2016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82.4%, 없다는 응답이 17.6%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가운데 초등학생 72.2%, 고등학생, 88.1%, 중학생 91.7% 순으로 초등학생이 학교폭력 예방 교육 수혜 응답이 가장 낮았다. 게다가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은 대부분 고학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저연령화되어가는 학교폭력을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포함하는 초등학교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며 저학년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 질문에 당사자인 학생들은 '정기적으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해 달라'고(전체 19.1%로 1순위) 대답했으며, 그 가운데 초등학생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연령대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지금,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확대하여 학교폭력 조기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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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해에도 '때'가 있는 법

앞서 제시했던 사례처럼 초등학교 5학년 서영이는 평소에 친했던 친구에게 일방적인 따돌림을 당했다. 이 일로 서영이는 스트레스와 우울 증상을 호소했고, 소리를 지르고 옷을 찢는 행동을 보였다. 서영이 어머니는 학교에 조치를 요청했고, 학교에서는 화해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진정한 사과나 피해 학생을 위한 이야기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영이는 그날 이후로 증상이 더 악화하였다. 피해 학생, 가해 학생 모두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사건 확대를 원하지 않는 학교 때문에 아무 절차 없이 화해의 자리부터 이루어진 탓이었다.

'2016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학교폭력을 행한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피해 학생에게 사과했다'는 응답이 43.3%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피해 학생을 배려하고 잘못을 뉘우친 진정한 사과인지, 사건을 확대하지 않기 위한 무조건적인 사과인지는 알 수 없다. 여기서 먼저 학교는 곧장 화해가 아닌 피·가해 학생을 위한 신속한 심리적 회복과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상담 지원을 해야 한다. 조치로서의 지원이 아닌 실제 학생들이 상담 및 심리치료를 즉시 지원받고, 회복과 적응을 조력할 수 있는 실효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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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덕분에' 또는 '때문에'

학생들에게 특히 초등학생들에게는 부모님만큼이나 의지하는 존재가 선생님이다.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후 도움 요청한 대상' 질문에 '학교 선생님'이 29%, 학교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학교 선생님께 알려 도움을 받았다'가 18.8%, '학교폭력 목격 후 행동'은 전체 23.1%로 항목 중 2위였지만, 초등학생은 29.5%로 항목 중 가장 높았다. 그만큼 학교 교사의 역할이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교사의 학교폭력 사안 대처능력을 향상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 학교폭력 발생 사실 및 사안처리 과정을 고의로 은폐 및 축소하거나 문제를 방치하고 학교폭력 신고의무를 위반한 교원에 대한 뚜렷한 제재 규정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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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립학교는 학교폭력 무법지대?

논란의 사립초등학교인 숭의초등학교에서는 최근 2건의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학교폭력 사건은 24시간 이내에 교육지원청에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숭의초등학교는 첫 번째 사건을 22일이 지나서야 보고를 했다. 학폭위 또한 뒤늦게 구성됐고,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두 번째 사건 또한 같은 날 수련회에서 일어났고, 피해 학생의 부모가 학폭위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의사를 두 차례나 학교에 전달했지만, 첫 번째 사건인 이불 폭행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보고 나서 진행하자며 두 번째 사건은 논의 대상에 포함 시키지 않았다. 첫 번째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두 번째 사건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번째 사건의 가해 학생은 공교롭게도 학급 반장이자 재벌 회장 손자였고, 학교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사건으로 다루겠다며 학폭위에 넘기지 않은 것이다. 현재 교육 당국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때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행정 구조 및 처리절차 자체가 다르다. 앞서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사립학교 학부모의 경우 학교 측의 조치 결과 및 절차에 이의제기 자체가 어렵다.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의 사안 처리 및 재심절차를 통일해 학생 및 보호자 대응에 혼란 방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전문가가 참여하는 학교폭력교육으로 사건을 조기 예방하고, 교육 당국의 책임 있는 대처만이 우리 아이들을 학교폭력에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자료제공 = (재)푸른나무 청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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