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아프다①][단독]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초등학생

[초등학생이 아프다①]단독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초등학생

2017.06.27.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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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아프다①][단독]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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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초등학교 학교폭력 상담사례]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인 서영이(가명)는 평소 친했던 친구 6명에게 어느 날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 여자친구 한 명이 서영이와 안 놀면 좋겠다며 버스 자리를 없애는 등 은근한 따돌림이 시작되자 서영이는 언제부턴가 우울증을 보이며 소리를 지르고, 옷을 찢는 행동을 보였다. 학부모의 문제 제기로 학교에서는 화해의 자리를 마련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만나도록 했다. 그러나 진정한 사과나 피해 학생을 위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서영이의 증상은 더 악화됐다. 서영이는 손을 자주 씻거나, '이렇게 하다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말을 반복했다. 서영이 부모님은 학교 측에 구체적인 조치를 계속 요청했지만 학교는 학폭위를 열게 되면 사안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좀 더 지켜보자고만 했다. 서영이 엄마는 현재 회사를 그만두고 서영이와 함께 상담을 받고 있다.

과연 서영이만 겪고 있는 일일까? 8살에서 13살. 학교라는 사회를 처음 만난 초등학생들이 아프다. 그것도 학교 폭력이라는 잔인한 단어 앞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멍들고 있다. 최근 서울 숭의초등학교에서 일어난 학교 폭력 사건이 불거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재벌 손자와 연예인 자녀가 연루돼 사건이 축소됐다는 이른바 '갑질'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초등학생이 겪는 학교 폭력의 실체에 대한 심층적 문제 제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YTN PLUS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의 실태는 어느 정도인지, 과연 일부 학교에서만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불미스런 일에 불과한지 취재를 시작했다. YTN PLUS는 '초등학생이 아프다' 시리즈 기사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겪는 학교 폭력과 학교와 우리 부모들의 부족한 대처 실태를 고발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YTN PLUS는 지난 22년 동안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NGO)인 (재)푸른나무 청예단이 조사한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교폭력 실태 조사결과를 단독 입수했다. 청예단이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에 거쳐 전국 17개 시도의 초,중,고 학생 7,5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전체의 6.4%로 나타나 1년 전인 2015년(4.6%)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적인 사실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 가운데 초등학생이 68.5%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다.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초등학생이라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아프다①][단독]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초등학생


그렇다면 초등학생이 겪고 있는 학교폭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욕설이나 모욕 등의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아이들이 28.2%로 가장 많았고 맞았다는 물리적 폭력이 24%, 집단 따돌림 16.1%, 협박이나 위협이 11.7%로 그 뒤를 이었다.

[초등학생이 아프다①][단독]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초등학생


학교폭력을 한 가해 경험에 대한 조사 결과도 충격적이다.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 가운데 초등학생의 비율은 76.8%로 조사됐다. 학교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와 학교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 모두 초등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아프다①][단독]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초등학생


학교 폭력을 목격한 초등학생들은 스스로 어떤 대처에 나섰을까? 선생님께 알렸다는 응답이 29.5%, 직접 말렸다는 응답도 14.7%로 나타났지만 모른 척 했다는 반응도 18.1%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초등학생이 아프다①][단독]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초등학생


학교 폭력에 대한 예방책을 묻는 말에 초등학생 27.7%는 어른들에게 학교폭력 교육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대답(11%)의 2배가 넘는 수치. 중학생(23.4%)과 고등학생(28.5%)이 가해자 처벌을 가장 많이 요구한 것과 달리 초등학생들은 어떤 행동이 학교 폭력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외쳤다. 선생님이나 부모인 우리가 어른으로서 당연히 알려줬어야 할 것들을 아이들은 배우지 못했다. 미래의 꿈을 키우고 다른 친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첫 사회인 학교에서 아이들은 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로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YTN 홍상희 기자 (san@ytn.co.kr)
[자료=(재)푸른나무 청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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