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파일] 70년만에 막 내린 롯데 '신격호 시대'

[인물파일] 70년만에 막 내린 롯데 '신격호 시대'

2017.06.26.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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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습니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격호 총괄회장을 새 이사진에 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겁니다.

창업 70년 만에 롯데 '신격호 시대'는 저물게 됐습니다.

신 총괄회장은 1921년 울산에서 5남 5녀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농업학교를 졸업해서 종축장 기사로 일했지만 영 적성에 맞지 않았다는데요.

결국, 야망이 가득했던 21살 부인과 가족을 뒤로하고 맨몸으로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와세다 대학에 다니면서 우유와 신문 배달을 했는데요.

공부와 생계 양쪽에서 동분서주하던 신 총괄회장의 성실함을 본 한 일본인이 '하고 싶은 걸 화끈하게 해보라'며 투자를 했습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세숫비누, 세탁 세제 같은 생필품을 만들어 팔았고요.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습니다.

그 자본을 바탕으로 (1948년) 일본에 차린 게 '주식회사 롯데'인데요.

바로 이 롯데의 시작엔 다름 아닌 '껌'이 있습니다.

껌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습니다.

신격호 회장은 껌으로 출발해 지금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123층 건물까지 쌓아 올린 겁니다.

1959년부터 한국으로 사업을 확장한 신 회장은, 1967년 한국에 '롯데 제과'를 설립했는데요.

이 광고 음악 기억하시죠? 앞 소절만 들어도 뒤 소절은 누구든 저절로 따라 부를 만큼 한국에서도 '껌'은 대박이었습니다.

이렇게 롯데 왕국의 문이 열렸습니다.

1973년 소공동 롯데호텔을 선보이면서 관광업에, 6년 뒤에는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개장하면서 유통업에 진출했는데요.

그 이후로도 여러 분야에 두루 진출한 롯데그룹, 오늘날 국내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장남과 차남의 경영권 분쟁, 이른바 '롯데 왕자의 난'이 시작되면서 신 총괄회장의 시대는 저물기 시작합니다.

그간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실질적 후계자로 주목받던 사람은 차남 신동빈 회장인데요.

장남 신동주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갔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갑작스레 신동빈 회장에게 해임을 통보한 겁니다.

[신격호 / 前 롯데 총괄회장(2015년 8월) : 롯데그룹을...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저는 70년간 롯데그룹을 키워왔습니다. 저는 오늘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은 제가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습니다. 70년간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저를 배제하라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이때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온전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 같다며 90세가 넘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불거졌고요.

대법원이 6월 초 신격호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을 지정하면서 신 회장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지난 5월, 자신의 숙원사업이었던 123층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한 게 총괄회장으로서 공식 석상에 나타난 마지막 모습이 됐습니다.

재벌 창업자 가운데 유일하게 현업에서 뛰던 신격호 회장의 쓸쓸한 퇴장과 함께 롯데는 차남 신동빈 회장 시대의 막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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