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봤다"...경찰 떠난 1호 프로파일러

"악마를 봤다"...경찰 떠난 1호 프로파일러

2017.05.07. 오전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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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대체 왜 사람을 죽였을까, 범죄 행동에는 어떤 규칙이 있을까.' 이런 범죄자의 심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범죄심리분석관, 이른바 '프로 파일러'라고 부르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범죄에 심리분석을 도입한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이 지난달 명예퇴직했습니다.

20년 가까이 범죄자의 마음속에서 살았다는 그를, 조은지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세상을 뒤흔든 엽기적인 살인마들.

이들의 마음을 읽을 때마다 어김없이 투입된 경찰,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입니다.

28년 경찰 인생 가운데 범죄자와 '밀고 당기기'하는 데 바친 세월이 자그마치 17년, 지난달 명예퇴직을 했지만 세포는 여전히 현장을 기억합니다.

[권일용 / 前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 전화가 밤늦게 오거나,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다시 현장에 나가 있는 느낌이…. 늘 범죄자처럼 생각했던 시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천 명 넘는 범죄자를 상대한 권 경감이 잊지 못하는 단 한 명은 정남규.

부녀자 등 13명을 잔인하게 죽이고, 결국, 살인 충동을 이기지 못해 구치소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연쇄살인범입니다.

탁월한 심리 분석으로 경위 특진 선물을 안긴 정남규를 그는 괴물, 악마로 기억합니다.

[권일용 / 前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 자기 살인의 충동을 대화 중에도 많이 느끼는 그런 타입의 범죄자였습니다.]

1989년 순경으로 입문해 '지문 감식의 달인'을 거쳐 국내 첫 프로파일러가 되기까지.

든든한 후배가 생긴 만큼, 권 경감은 정년을 8년 남기고 '뜨겁게 안녕'을 외쳤습니다.

자백을 받아낼 때의 짜릿함으로 긴 세월을 버틴 권 경감은 '나를 찾고 싶다'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범죄와의 전쟁'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권일용 / 前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 정말 경찰답게 살아서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고요. 많은 희생, 범죄로 인해 얻어지는 거라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는데 그런 걸 벗어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YTN 조은지[zone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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