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왕따 소녀의 이야기..."얘들아 괜찮니?"

어느 왕따 소녀의 이야기..."얘들아 괜찮니?"

2016.11.25. 오후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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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일 정도로 청소년 자살 문제가 심각합니다.

한때 집단 따돌림으로 고통받던 소녀가 다른 청소년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일에 나섰습니다.

홍상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시름에 가득 찬 글이 올라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을 담은 글이 잇따릅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지금 마음을 나도 이해해.

청소년들이 고민을 올리면 그 고민을 함께 생각하고 해결책도 함께 찾아보는 어플리케이션, 홀딩 파이브입니다.

5분 동안 안아준다는 의미의 이 앱에는 2만 8천여 명이 가입했습니다.

고민을 말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님, 선생님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이 앱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집단 따돌림을 당해 외톨이였던 소녀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왕따였던 거죠.

구미에서 고등학교에 다녔던 성빈이의 고통은 1학년 어느 날 시작됐습니다.

곁에 있었던 친구들이 하나, 둘 곁을 떠나더니, 주변에서 이상한 눈초리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괴롭힘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하루 종일 혼자 교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욕하는 소리가 들렸고 노골적인 위협도 시작됐습니다.

[김성빈 : 제 책상과 다른 책상이나 의자를 발로 차거나, 그러면서 저를 위협한다거나 그리고 뭐 심지어 제가 교실에 들어왔었는데 어떤 아이가 그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면서 저를 향해서 가위를 던졌어요.]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너에게도 잘못은 없는지 살펴보라는 충고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성빈이는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김성빈 : 무서웠어요. 왜냐하면 '나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고 혼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두렵기 시작하다가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까 무섭더라고요. 내가 당해보니까 내가 겪어보니까 '이건 누군가가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겠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성빈이가 매일 울면서 학교를 가고, 한밤중 방에서 나와 12층 베란다 아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이 잦아지고 나서야 부모님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김성빈 : 아, '이거 진짜 위험하구나.' 이런 생각을 했죠. (3626) 내가 이 순간에 그냥 딱 뛰어내리거나 이 순간에 뭘 하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요즘 컴퓨터 그거 많이 하잖아요. 리셋 하듯이. 그냥 새로 싹 지워진다고 생각하는 거죠.]

성빈이는 죽음 대신 새로운 꿈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돕기로 한 겁니다.

그래서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성빈이는 더 많은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도 많아졌습니다.

얼핏 보면 왕따를 극복한 소녀의 성공담 같지만 성빈이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성빈이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이번에는 인터넷 댓글로, SNS로 성빈이가 원래는 왕따의 가해자였고, 가면을 쓰고 있다는 모함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성빈이도 그 아픈 시간을 견디며, 다른 친구들을 도우며 더 단단해졌습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님을 알기에, 나는 정말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김성빈 아버지 : 세월호가 있고 난 이후에 어른들이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 뭐냐하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 했어요. 성빈이가 하는 이야기가 우리가 정작 필요한 그 시점에 우리가 손을 내 밀었을 때는 외면한다는 거예요. 이게 아이들이 보는 기성세대들의 모습이에요.]

[김성빈 : 저는 일단 끝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언젠가는 끝이 있고 그 속은 우물 안 개구리가 있는 곳 처럼 얼마 안 된다, 너를 이 세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주고 격려해준다 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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