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 거부 직원을 흉가같은 사무실로 전출보낸 회사

권고사직 거부 직원을 흉가같은 사무실로 전출보낸 회사

2016.06.28. 오후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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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 거부 직원을 흉가같은 사무실로 전출보낸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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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자음과 모음'에서 근무하던 편집자 윤정기 씨는 지난해 3월 25일 권고사직 제안을 받았습니다. 사측이 윤정기 씨에게 권고사직을 제안한 이유는 윤 씨가 회사 내 CCTV 설치를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윤정기 씨가 권고사직을 거절하자 이번엔 일방적으로 파주 물류 팀으로 발령 보내 책 포장과 재고관리 등 편집자의 업무와는 관련 없는 일을 시켰습니다.

권고사직 거부 직원을 흉가같은 사무실로 전출보낸 회사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독자들과 시민들의 연대로 4개월 뒤 본사 편집부로 복귀했지만 압박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윤 씨는 복귀 10개월 동안 사측이 자신을 다른 직원들과 격리하고 정상적인 업무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회사 측은 윤 씨를 상대로 2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사건이 조용해지자 사측은 어제(27일) 윤정기 씨를 당산에 있는 사무실로 전출 보냈습니다. 당산 사무실에서 이사 직함을 가진 사람 1명과 단둘이 일하라고 시킨 겁니다. 그러나 윤 씨가 출근한 사무실은 제대로 된 사무실이 아니라 낡고 허물어져 가는 가정집에 가까웠습니다.

권고사직 거부 직원을 흉가같은 사무실로 전출보낸 회사



권고사직 거부 직원을 흉가같은 사무실로 전출보낸 회사


권고사직 거부 직원을 흉가같은 사무실로 전출보낸 회사

벽지는 다 뜯어져 있고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둡고 좁은 공간에 조리도구가 널려있는 곳으로 보낸 겁니다. 이 사실을 알린 트위터 계정 책은탁(@bookistak)은 "'자음과 모음' 출판사는 참 대단하다"고 썼습니다. 뿐만 아니라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단둘이 윤정기 씨를 일하게 하는 것도 매우 불안하다며, 주변 사람들 모두 윤정기 씨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고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YTN PLUS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음과 모음 측은 "처음부터 윤정기 씨는 출판사 더 이룸의 직원이었으며 '자음과 모음'에 와서 일했을 뿐이지 관련 없다." 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룸 출판사와 '자음과 모음'은 외주관계"라며 "'자음과 모음'의 편집과 교정·교열·기획을 맡았을 뿐이며 현재 이룸 출판사가 이사를 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르며 대표번호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자음과 모음과'는 관련 없다는 이 같은 주장과는 달리 북에디터(출판업계 구인 사이트)에는 이룸은 '자음과 모음'의 자회사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권고사직 거부 직원을 흉가같은 사무실로 전출보낸 회사

윤정기 씨는 YTN PLUS와 전화통화에서 '자음과 모음'은 주식회사 '자음과 모음'과 개인회사 '자음과 모음'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개인회사인 '자음과 모음' 직원으로 등록됐고 회사 측은 '너는 '주식회사' 자음과 모음의 직원이 아니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개인회사 '자음과 모음'은 '더 이룸'이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해당 출판사의 행위는 사측의 일방적인 직원 감시에 반발하는 직원을 보복성 보직 발령을 내고 스스로 지칠 때까지 괴롭히는 전형적인 횡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마포구 도화동 사무실 사진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사측은 이런 횡포를 부려도 괜찮다고 인식하게 된다"면서 빠른 해결을 위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현재 윤정기 씨는 해당 사무실에 출근한 뒤, 일주일 동안 월차를 낸 상태입니다.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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