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골든타임' 놓쳤다

메르스 확산 '골든타임' 놓쳤다

2015.06.01. 오후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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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진 환자 18명, 첫 국내 감염자가 나온 지 10여 일 만에 이렇게 확산된 데에는 보건당국의 책임이 큽니다.

정부가 이른바 메르스 장악에 가장 중요한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첫 번째 환자를 확진하는 데 하루 반을 허비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지난달 17일로 거슬러 올라가보죠.

메르스 첫 번째 환자는 병명을 모른 채 병원 3곳을 전전하다가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습니다.

해당 병원 의사는 메르스를 의심했고 이 환자가 중동 지역인 바레인을 다녀온 사실까지 확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질병관리본부에 이 환자에 대한 검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은 발병 지역이 아니라면서 검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호흡기 질환이 아닌지 검사하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19일 저녁, 병원 측은 12가지 검사를 다 해봤지만 해당 사항이 없다고 나오자, 질병관리본부에 다시 검사를 요청합니다.

질병관리본부는 '만약 메르스가 아니면 해당 병원이 책임져라'는 식으로 뒤늦게 검사를 시작했는데요.

검사 결과는 메르스 확진, 최초 검사를 요청했던 18일과 19일, 황금 같은 이틀, 그러니까 36시간이라는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골든 타임'을 놓쳐버린 겁니다.

미숙한 대응은 이후로도 줄곧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환자의 딸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메르스 환자인 아버지를 40대 아들이 문병한 사실도 몰랐고, 이 40대 남성이 열흘 넘게 직장에 출근하고 홍콩과 중국을 여행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환자인 딸이 보건 당국에 몸에 열이 난다며 격리를 요청했음에도 별일 아니라는 듯 집으로 돌려보내기까지 했습니다.

보건당국이 초기 대응만 잘 했어도 2~3명에 그칠 메르스 환자가 18명으로 증가했고, 추가 환자와 사망자가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 국가가 됐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은 줄곧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낮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급급했습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는 의료기관 내에서의 전파 외에 지역사회로 전파된 사례가 없고..."

지금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메르스 환자 18명에, 격리대상 680여 명, 국제사회에서도 부끄러운 수치입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초기대응의 실패를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메르스 공포는 이미 국가의 재난 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3차 감염자가 나올 경우 공포감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격리 조치에만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국민 불안을 잠재울 보다 확실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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