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도 곳곳에 일제 수탈 흔적

국립공원도 곳곳에 일제 수탈 흔적

2015.03.01. 오후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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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국립공원에도 일제 시대 수탈의 흔적이 곳곳에 아프게 남아 있습니다.

전쟁물자 조달을 위해 일본은 우리의 자연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놓았습니다.

홍상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백두대간 중심을 지키며 아름다운 능선을 지닌 듬직한 오대산.

백 살이 넘은 소나무들이 오대산을 지키듯 늠름하게 서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 기둥마다 깊은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전쟁에서 항공유의 대체연료로 쓰기 위해 끌로 깊이 상처를 내고 송진을 채취했던 흔적입니다.

[인터뷰:이태희 주임, 국립공원관리공단]
"나무 수목 생장에 큰 방해를 줘서 결국에는 서식지가 파괴되었고요. 삼림이 황폐해지고 수원이 고갈되는 한편 홍수시 대규모 피해를 야기시킬 수 있었습니다."

목총을 만들기 위한 무분별한 벌채도 이어졌고, 나무를 실어 나르기 위해 오대산 선재길에 9킬로미터 길이의 철도까지 만들었습니다.

일제는 부분별하게 자른 나무를 매일 20톤씩 이곳 삼림철도를 이용해 동해안까지 운반한 뒤 일본 본토로 반출시켰습니다.

오대산 사고에 보관돼 있던 조선왕조실록은 당시 일본에 수탈돼 관동대지진 때 모두 불타 없어졌습니다.

월악산 만수계곡에도 상처를 입은 소나무들이 그대로 서 있습니다.

비법정 탐방로에는 일제가 송탄유 제조를 위해 만들었던 가마가 당시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시작되는 동배섬 지심도에서 일제는 1910년대부터 해군기지와 함께 포대를 설치하고 전쟁을 준비했습니다.

일본과 가까워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했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거문도에는 다다미방을 갖춘 일본 전통 가옥들이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한진섭, 국립공원관리공단 과장]
"생태해설 프로그램과 역사 문화 자원을 연계한 해설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함으로써 자연생태의 핵심인 국립공원을 중요한 역사, 문화의 공간으로 가꾸어갈 예정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또 치욕스러운 일제시대의 아픔이지만 남아있는 수탈의 흔적을 그대로 보호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줄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YTN 홍상희[sa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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