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집 '반 토막'...대체 무슨 일?

멀쩡한 집 '반 토막'...대체 무슨 일?

2014.07.09. 오전 05:2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멀쩡한 집 절반이 하루 아침에 뚝 잘려나간다면 어떨까요?

5명이 오순도순 살던 한 가정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우철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락산 자락에 있는 한 마을.

얇은 철제 벽 바로 옆으로 반쯤 잘려나간 가정집 한 채가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방 6개 가운데 5개가 뭉텅뭉텅 잘려나갔습니다.

보시다시피 아직 집에는 철거 당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지붕은 잘려나간 단면이 훤히 드러나 있고, 제 주변으로 어지럽게 널려있는 건축 자재들이 이곳이 원래 집이 있던 자리라는 걸 말해줍니다.

팔순 노모를 비롯한 5인 가족의 보금자리가 반 토막 난 건 지난 5월.

땅 주인인 한 문화재단이 강제 철거에 나선 겁니다.

[인터뷰:한성용, 철거 주택 주인]
"(철거 업자들이) 지붕 절개하고, 지붕 뜯어내고, 그 다음에 굴삭기로 지붕 가라앉히고, 벽을 때려서 무너뜨리더라고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재단은 공시지가로 100억 원이 넘는 이 일대 땅 40만 제곱미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만 남은 집의 땅 일부도 재단 소유인데, 30년 전부터 토지 임대료를 내고 살던 집 주인과 임대료 산정을 놓고 문제가 생긴 겁니다.

결국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고, 재단이 땅 반환과 건물 철거 소송에 이겼습니다.

하지만, 집 주인이 나가지 못하겠다고 버티면서 멀쩡한 집이 반쪽만 남게 됐습니다.

불과 1년에 최대 130만 원을 두고 벌어진 일입니다.

문화재단 측은 토지 관련 세금보다 적게 임대료를 받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합니다.

[인터뷰:문화재단 관계자]
"2년 동안 집 주인 쪽에서 아무 말이 없는 거에요. 그게 없는 사람들의 특권이냐고요. 있는 사람들은 항상 봐줘야 하고... 아닌 건 아닌 거잖아요."

단란한 보금자리를 두 동강 내는 것만이 과연 유일한 방법이었는지, 해결하지 못한 갈등의 골은 양쪽 모두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YTN 우철희[woo72@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