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음폐수...비료 둔갑해 무단 투기

갈 곳 없는 음폐수...비료 둔갑해 무단 투기

2013.02.19. 오전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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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한 음식물 처리업체가 음식쓰레기에서 짜낸 폐수를 액체비료로 포장해 논밭에 뿌려온 사실이 YTN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음식물 폐수의 해양 투기가 금지되면서 일부 지자체와 업체들이 해서는 안 될 일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음폐수 무단 투기 현장을 안윤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5톤짜리 탱크로리 한 대가 음식쓰레기 처리장을 나섭니다.

목적지는 이웃 지자체의 인적이 드문 경작지.

차에서 내린 작업복 차림의 남성들이 물펌프를 돌리는가 싶더니, 탱크로리에 연결된 고무호스를 들고 논밭 여기저기에 시커먼 액체를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뿌린 것은 다름 아닌 음식쓰레기에서 나오는 폐수, 이른바 음폐수였습니다.

음폐수를 버린 지 열흘이 지났지만 현장에는 심한 악취가 가득합니다.

업체 측은 액체비료 가운데 하나인 '토양미생물제제'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해당 업체 관계자]
"음식물류 폐기물은 비료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돼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어떤 부산물로 토양미생물제제 비료를 만들 수 있는 건가요?"

하지만 해당 업체가 지자체에 신고한 내용을 보면 비료 원료의 99.99%는 음폐수, 미생물은 0.01%에 불과합니다.

음폐수 정화작업도, 액체비료 안전검사도 거치지 않은 폐수에 가까운 오염물질인 셈입니다.

[인터뷰:해당 업체 관계자]
(음폐수 정화를 안 하신다는 거죠?)
"정화를 하면 비료 성분이 안 되죠. 그 전에 실험을 수차례에 걸쳐 해봤기 때문에 (안전검사를) 안 하고..."

음폐수의 해양 투기가 금지되고 매립지도 포화상태에 이르다보니 폐수가 액체비료로 둔갑해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겁니다.

[인터뷰:정승헌,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 교수]
"올해부터 음폐수의 해양 배출이 금지되면서 육상 처리에 대한 다양한 방향을 찾다 보니까 편법이라면 편법이고, 안전하게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 시장과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해당 업체는 버려진 음폐수의 산성도가 ph5~5.8 정도로 산성을 띠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산성도가 높으면 미생물이 살기 어려워 비료가 되기는커녕 토양과 지하수를 회복하기 어렵게 오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해당 업체가 논밭에 버린 음폐수는 지난해 5월부터 1주일에 50톤씩 지금까지 천8백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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