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한반도 생태계가 변한다

지구 온난화…한반도 생태계가 변한다

2007.08.22. 오전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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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동해안에서 아열대성 어류가 잡히는가 하면 남부지방에서 열대성 조류가 번식하는 등 생태계에 이상 징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송세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속초 앞바다에서 잡힌 그물무늬문어입니다.

둥근 머리에 8개의 다리, 보통 문어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리 사이에 막이 없습니다.

아열대성인 그물무늬문어는 국내에서 보고된 적이 없는 미기록종입니다.

[인터뷰:김영혜, 국립수산과학원 박사]
"그물무늬 문어는 일본 해역에서는 자주 발견되는 종이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견된 종입니다."

지난 11일 삼척 앞바다에서는 아열대 어종인 보라문어로 추정되는 생물이 잡혔습니다.

2년 전 양양 앞바다에서는 아열대 해역에서 서식하는 초대형 노랑가오리가 잡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동해안에서 아열대성 어종이 잇따라 출현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상승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해양연구원 조사결과 지난 100년 동안 동해의 해수 온도는 2℃나 상승했습니다.

특히 80년대 중반 이후 해수 온도의 연평균 상승폭은 0.06℃로 급격히 커졌습니다.

전 세계의 해수 온도 상승폭 0.04℃보다 1.5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인터뷰:차형기, 동해수산연구소 박사]
"이미 우리나라 동해안에도 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수산생물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이 바뀌고 있습니다.

동해의 대표적인 한류 어종인 명태의 경우 1980년대 연평균 13만 톤의 어획량이 지난해에는 60톤으로 급감했습니다.

사실상 동해에서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반면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경우 지난해 어획량이 19만여 톤으로 지난 1981년보다 네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인터뷰:이성과, 동해안 어민]
"명태들이 완전히 100% 고갈됐습니다. 지금 수온 상승으로 대형 해파리 등 동해안에 안 잡히던 희귀 어종들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의 이상징후는 지상에서도 두드러집니다.

최근 경남 창원에서는 열대성 조류인 물꿩 한 쌍이 부화에 성공하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1년 전 제주도에서 번식한 게 확인돼 화제를 모았는데, 올해는 200km 더 북쪽으로 올라온 것입니다.

[인터뷰:김태좌, 창원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
"기후가 최근 많이 따뜻해지고 덥고 해서 열대 조류들이 번식하기에는 더 좋은 조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급변하는 기후는 식생 분포도 뒤바꾸고 있습니다.

금세기말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6도가량 상승하게 되면 소나무와 전나무는 남한지역에서 거의 사라질 전망입니다.

대신 야자나무와 같은 아열대수종은 중부지방에서도 자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난대림 지대는 북쪽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일부 수종은 쇠퇴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온난화의 추세로 볼 때 한반도 생태계의 변화와 혼란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YTN 송세혁[sh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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