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몰려있는 원전, 지진 보다 무서운 사업자 자만

[생생경제] 몰려있는 원전, 지진 보다 무서운 사업자 자만

2016.09.20. 오후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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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몰려있는 원전, 지진 보다 무서운 사업자 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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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 예방적 가동중단 필요
- 4초에 멈춰도 모자란데 4시간만에 멈추고는 교본타령
- 수조에 보관된 폐기물도 시한폭탄
- 후쿠시마 교훈은 교본이 아니라. 철저한 사전예방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소프트웨어적 경제가 아무리 잘 굴러가고 더 발전되어도 근간인 하드웨어가 무너지면 소용없겠죠. 무더위가 지나고 나니 땅이 흔들려서 걱정입니다. 지진 걱정이 반복되고 있고, 어제까지도 이어지며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대처를 어떻게 했는지가 더 중요할 텐데요. 경주 인근에 지진이 계속되는 상황인데 이 주변에는 원전이 많이 몰려있습니다. 문득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1호기 폭발이 이어졌는데, 이 폭발 때문에 2, 3, 4호기도 같이 폭발하는 악몽이 있었습니다. 과연 우리 월성 원전은 괜찮을까요, 대비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이 분야 전문가와 함께 이 문제 알아보겠습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이하 서균렬)>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원전 관련해서 늘 안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러 겹의 안전장치가 있다고 하는데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TV 생중계로 다 보지 않았습니까, 과연 안전한지 걱정이 계속 들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 원전 지진 대비 상황은 어떻습니까?

◆ 서균렬> 물론 당국의 말, 안전하다는 것은 항상 같은데요.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안전한가, 이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사실 미국 같은 경우 캘리포니아주도 지진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경우도 항상 노심초사하며 경우에 따라서 원전을 영구 정지, 실제로 영구 정지한 원전이 네 기가 있으며 앞으로 두 기를 마저 정지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과연, 특히 월성 1~4는 중수로 캐나다 것입니다. 또 원자로의 800개 가까운 배관이 들락날락하기도 굉장히 취약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지진이 나면 중수가 샐 수도 있고, 이런 부분이 있는데요. 제대로 점검을 하고 있는지 약간 걱정은 됩니다.

◇ 김우성> 일반적으로 내진 설계는 튼튼하게 되어있다는 얘기인데요. 이 내진 설계는 내진 설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이상 기술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설계상 불가능한가요?

◆ 서균렬> 불가능은 아니지만 어려운데 결국 경제성이 문제겠죠. 자꾸 강진, 0.1g가 어떻고, 이런 얘기를 들으셨을 겁니다. 사실 집안이 1초 동안 1m 떠밀려가는 힘을 0.1g라고 하거든요. 그 정도가 되면 일단 원자로는 수동으로 서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4시간 가까이 기다렸다는 게 찜찜했고요. 물론 4시간까지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다리는 동안 더 큰 지진이 오면 전체가 멈추니 심각하게 되죠. 그 부분이 어려움이 있었고요. 그래서 이제는 0.2g나 0.3g, 그러니까 1초에 2m 떠밀려가도, 3m 떠밀려가도 괜찮게 짓겠다고 하지만 전체를 다 그렇게 할 수는 없고요. 중요한 부위 몇 군데만 그렇게 하니까 나머지는 어떻게 할 겁니까, 항상 취약점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숨기고 그냥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건데요. 실제로 이번에 보면 통화가 잘 안 되지 않았습니까? 결번도 있었고, 이런 것을 보면 안전에 허점이 아직 있는 것이죠.

◇ 김우성> 교수님께서 원전 분야 전문가이신데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내진 설계는 그렇다 치고, 2차 피해, 통제 불능의 상황이 되었을 때 급히 원전을 정지하고 후속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번에도 4시간가량 걸린 것이 문제인가 아닌가, 이런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때도 대처를 못 해서 여러 가지 상황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빠르게 정리하는 대처, 이런 것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나요? 어떻습니까?

◆ 서균렬> 그러니까 그런 말씀을 몇 군데서 제가 드렸고요. 그에 대해 사업자 측은, 그렇지 않다, 4시간 기다려도 된다는 말인데요. 제가 드리는 말씀은 그동안 미리 정지하고 혹시라도 강진이 나면 고속도로가 갈라지게 됩니다. 대피 도로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런 경우 미리 정지하고 필요할 때 대피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죠. 사실 지진에 견디도록 만들어 놓지만 월성 1호기처럼 30년 넘게 되면 성능이 자꾸 떨어지지 않습니까? 과신해서는 안 되겠죠.

◇ 김우성> 후쿠시마를 꼭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대피로도 없는 상황이라면 원전 스스로가 피해를 줄여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자꾸 얘기하고 있지만 1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고 차례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을 TV로 봤습니다. 결국 같이 모여 있기 때문인데요. 하나만 잘못되어도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걱정입니다. 월성 원전도 1~4기가 모여 있는데 괜찮습니까?

◆ 서균렬> 특히 1호기는 오래되었고 2~4에 비해 비교적 안전 대비 시설이 취약합니다. 혹시 기억하시겠지만 작년에 재가동 들어갈 때 소수 전문가, 저를 포함해서 의뢰를 했고 결국 무리해서 재가동을 하는데요. 사실 1호기만 즉시 정지하고 2~4호기, 또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 것이 그러면 같은 부지 내에 있는 신월성은 왜 지금도 돌아가고 있냐는 거죠.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국민께 정확하게 소상히 설명 드리면 덜 불안해 할 텐데, 왜 그냥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지. 아까 말씀드렸지만 비상 전화 번호, 이런 것이 결번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직 우리가 좀 더 자꾸 지침서에 있는 숫자만 믿고 가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그것이 후쿠시마의 교훈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여섯 기가 몰려 있지 않습니까? 조금 더 가면 여덟 기가 돌고 있습니다. 전체 열네 기를 한 선상에 놓고 다수 기가 동시에 무너질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조치가 미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김우성> 지금 한수원 측에서도 이렇게 몰려 있는 원전의 안전성을 따로 검증하지는 않았다고 밝히기는 했는데요. 지금 교수님 지적하신 것처럼 오래된 1호기만이라도 큰 규모의 지진은 아니지만, 리히터 규모 4, 5정도이지만, 이럴 때는 예방적으로 멈추는 것은 어떻습니까?

◆ 서균렬> 좋은 말씀 하셨는데요. 5.8이었습니다. 4에 비해 40~50배가 큰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바로 4초 만에 해도 부족했을 텐데 사업자 측에서는 4시간 동안 기다려도 되는데 무슨 잘못이냐고 하니까, 저는 여기에 지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업자의 자만이라고 봅니다. 국제 원자력 기구도 이 부분을 지난번 3년 전 지적했습니다. 이럴 때 사고 날 수 있는데, 혹시 과신,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을 이번 기회에 짚어봐야겠죠.

◇ 김우성> 문제점이 뭔지, 위험 요소가 뭔지 교수님 지적해주신 것처럼 전국민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앞서 경수로, 중수로를 비교해주셨는데 중수로는 매일 연료가 드나들기 때문에 원전 인근 사용된 원료나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들이 저장을 해둬야 하는데 그 용량도 한계이며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습니까?

◆ 서균렬> 굉장히 좋은 지적을 하셨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월성에는 다른 부지의 10배 가까운 것이 쌓여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수조, 소위 풀이죠. 수영장 같은 풀인데 이게 넘쳐서 밖에 나와 있고, 물론 안전하게 관리하지만 지진에는 그것을 감싸고 있는 콘크리트 벽이 금이 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아까 다시 4시간 기다리지 말고 4초 만에 했어야 하는 것, 그 맥락이었습니다. 그 옆에는 신월성 1, 2호기는 경수로입니다.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 기가 몰려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제 규범이 없다 보니, 한국이 이번에 신고리 5, 6호기 할 때도 문제가 되었지만, 따로 안전성 분석을 안 했단 말입니다. 후쿠시마 같은 다수 기가 동시에 잘못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도 조치가 늦었다는 점에 대해 사업자도 반성하고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원전 자체의 무서움보다 당국의 안일함이 더 무섭다는 말, 새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서균렬>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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