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이혜훈 낙마...기로에 선 바른정당 앞날은?

[취재N팩트] 이혜훈 낙마...기로에 선 바른정당 앞날은?

2017.09.08. 오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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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품 수수 의혹에 휩싸인 바른정당 이혜훈 전 대표가 어제 스스로 대표직을 내려놓았습니다.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도 최대 위기에 놓였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바른정당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정치부 조성호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조성호 기자!

이혜훈 전 대표가 자진 사퇴했는데요.

전날부터 당 안팎에서는 거취를 결정할 시점이 임박했다는 조짐이 보였다고요?

[기자]
이혜훈 전 대표가 거취 문제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입니다.

당을 위한 결정을 곧 내리겠다면서 조금만 더 말미를 달라고 의원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조만간 거취를 정할 뜻을 내비치면서 바른정당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이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제, 그러니까 이 전 대표가 사퇴를 발표하기 하루 전이죠.

여의도 당사에서 국회의원-원외 위원장 연석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주호영 / 바른정당 원내대표 (그제) : 4일에 이혜훈 대표께서 당을 위한 본인의 충정을 이해해 달라. 조금만 말미를 주면 당을 위한 결정을 하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아마 본인께서 당을 위한, 또 본인을 위한 결정이 조만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원외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이 전 대표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표직에서 내려와서 진실을 밝혀야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당의 이미지 훼손을 막을 수 있다는 절박함도 엿보였습니다.

[앵커]
결국, 어제 아침에 이혜훈 전 대표가 사퇴를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 대표가 원래는 회의에 나오지 않기로 돼 있었다고요?

[기자]
국회 기자들에게는 보통 각 정당과 지도부의 주요 일정이 하루 전에 공지됩니다.

어제 이혜훈 전 대표의 일정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된 오전 10시 본회의 참석이 유일했습니다.

당연히 이 전 대표가 거취 문제를 여전히 깊이 고민하는 것으로 여겨졌고요.

그런데 이 전 대표가 오전 9시에 열린 의원전체회의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전 대표의 보좌진이 당 대표실에서 짐을 챙기는 모습도 목격됐고요.

회의 시작에 앞서 이 전 대표가 비장한 표정으로 사의를 밝혔습니다.

[이혜훈 / 바른정당 前 대표 (어제) : 야당 대표로 막중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했던 저의 불찰로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거짓 주장이 바른정당의 가치 정치를 훼손하고, 바른정당의 전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 대표직을 내려놓습니다.]

이 전 제표는 제기된 의혹은 참 억울하지만 검찰에서 결백을 밝힐 것이고, 자신을 꾸짖되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의 길을 굳건히 가도록 도와달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전격 사퇴 뒤에는 사업가 옥 씨에게 김치를 받았다는 YTN 보도 이후 국민 감정이 급격히 나빠진 점도 고려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 전 대표가 바른정당의 앞날을 걱정했는데요.

앞으로 누가 바른정당의 지도부 공백을 수습할지도 관심입니다.

당의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판론도 나오고 있지요?

[기자]
이 전 대표 사퇴 이후 '김무성·유승민 등판론'이 급부상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향후 지도체제를 꾸리는 것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당연히 취재진 관심도 두 의원에게 쏠렸고요.

두 의원에게 당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분위기와 관련해 물어봤습니다.

[김무성 / 바른정당 의원 : (당내에서 역할을 해달라는 말씀들이 많은데…?) ….]

[유승민 / 바른정당 의원 : 그 점은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 점은 우리 당의 의원님들, 위원장님들, 당의 전체 뜻을 모아서 결정할 일입니다.]

김 의원은 어제 소속 의원들과 오찬 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과 다시 만났는데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지 않겠다, 뒤에서 돕는 것이 더 낫다고 답했습니다.

백의종군하면서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유승민 의원은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앞서 들으신 것처럼 당의 뜻이 모여야 하는 문제라고 답했고요.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이와 관련해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유 의원이 이전에는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난색을 보였지만, 지금은 위기 상황에서 당에 기여할 부분을 고민하는 분위기로 해석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누가 비상지도부를 맡게 될 거라고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르면 일요일에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다음 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 추대 문제를 비롯한 당의 진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누가 당을 이끌게 되느냐 못지않게 바른정당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도 관심입니다.

자강론이냐, 보수통합이냐 당내에서도 치열한 기 싸움이 있죠?

[기자]
어제 사퇴한 이혜훈 전 대표는 대표적인 '자강론자'입니다.

그동안 바른정당도 '독자생존' 노선을 걸어오면서 원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낙마로 인해 바른정당이 갈림길에 서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보수진영의 또 한 축인 자유한국당은 이런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데요.

정우택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는 언젠가는 같이 가야 한다면서 이 전 대표 낙마가 바른정당이 동력을 잃어가는 계기가 된다면 보수 통합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습니다.

자강론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이 전면에 나선다면 독자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당과의 보수 대통합 움직임이 물밑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당의 존폐와도 직결될 수 있어서 향후 진로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제 3지대 연대를 모색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비상지도체제가 어떻게 꾸려지느냐에 따라서 위기를 수습하고 독자노선을 갈지, 아니면 정계개편의 불쏘시개가 될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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