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번엔 '호출 귀순'..."총 7발 쏴도 몰라"

단독 이번엔 '호출 귀순'..."총 7발 쏴도 몰라"

2012.10.15. 오전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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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최근 일어난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으로 우리 군 경계의 허술함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4년 전에도 북한군 중위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던 사건 역시 뒤늦게 밝혀졌는데요, 당시 우리 군은 대낮에 초소 코앞에서 여러 발의 권총을 쏘고 잠까지 잤지만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당사자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YTN이 당시 귀순한 북한군 중위를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이선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4월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이철호 씨.

4년이 넘게 지났지만, 사선을 넘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녹취:이철호, 전 북한군 중위(2008년 귀순)]
"(북한 쪽) 철책을 뛰어넘었어요. 넘고 막 가야되는데, 총을 장전해서, 탄알 30발 있었어요. 뒤에서 혹시라도 모르니까 따라붙으면 바로 죽으려고..."

오후 2시쯤, 비무장지대를 가까스로 지나 한국군 철책과 최전방 경계초소가 보이자, 이 씨는 항복을 의미하는 하얀 천을 흔들며 7발의 권총을 쐈습니다.

하지만, 백여 m 앞 초소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녹취:이철호, 전 북한군 중위 (2008년 귀순)]
"총을 7번인가 쏜 것 같아요. 7번을 쐈는데 소식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거기서 500m를 달렸어요. 옆으로 철책을 따라 죽 달리고..."

기다리다 지친 이 씨는 풀숲에 숨어 2시간 동안 잠까지 잤지만, 우리 군에게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초소까지 걸어가 군인을 불러야 했고, 이 씨를 맞은 것은 무장도 하지 않은 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부대원들이었습니다.

이 씨는 부대원들이 자신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상부에 거짓 보고까지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이철호, 전 북한군 중위 (2008년 귀순)]
"'장병, 장병' 이렇게 불렀어요. 그런데 한 명이 보더니 그냥 올라가는 거예요. GP (최전방 경계초소)에서 반바지 입은 하사관이 나오더라고요. 통문에 얼굴을 내밀더니 어떻게 오셨냐고..."

이 씨는 또, 1년에 두 차례, 북한군 최정예 부대가 우리 군 최전방 초소 코앞까지 침투 작전을 펼치고 있는데도, 우리 군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도 그 부대의 이동 경로를 따라 남쪽으로 왔다는 것입니다.

[녹취:이철호, 전 북한군 장교 (2008년 귀순)]
"지뢰를 해제해 놓고 길을 만들었잖아요. 그 특수부대원들이 넘어오려면, 임무 수행하려면 비무장지대에 길을 만들어야 돼요. 그 길을 따라서 넘어온 거죠."

군 당국은 '노크 귀순' 사건을 계기로 전방 감시 체계 강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잇따라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면서 군 경계 체계 전반에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이선아[lees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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